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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인 80년대 후반. 그 때는 부모님이 퇴근해서 집에 오실 때 마다 무슨 비디오를 빌려올지가 가장 기대되는 날들이었다. 아직도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들은 모두 당시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본 영화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무엇보다 스필버그 영화와 홍콩 영화가 가장 재미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영화가 단연 최고의 인기였고, 우리 집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주윤발 주연의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장국영, 왕조현의 <천녀유혼>같은 영화도 무척이나 많이 보았지만, 단일 배우로 꼽자면 단연 성룡 영화를 가장 많이 보았던 것 같다. 특히나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 <용형호제>등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들은 이른바 지금까지도 ‘성룡’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후의 명작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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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가장 친숙한 이미지는 다름 아닌 골든 하베스트의 영화사 로고였다)


지금처럼 영화 시작 전부터 어느 영화사가 제작하고 또 배급했나 로고를 유심히 살피지 않던 어린 시절에도 강하게 인식된 영화가 로고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골든 하베스트사의 그 유명한 문양이었다. ‘뚱, 뚱, 뚱, 뚱, 뚜뚜 두 뚜~’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골든 하베스트의 이미지는 정말 당시 지겨울 정도로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생각하기로는 골든 하베스트를 하나의 영화사로 인식하기보다는, 그냥 성룡 영화의 시작엔 당연히 나오는 하나의 인트로 정도로 인식했었던 것 같다. 

성룡에게 있어 이 작품 <폴리스 스토리>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폴리스 스토리>이전까지 성룡이라는 배우는 <취권>과 <사형도수>등으로 대표되는 쿵푸 사극 속의 이미지나 <쾌찬차>로 대표되는 홍금보, 원표와 함께한 코믹 액션 영화의 이미지가 강했었으나, <폴리스 스토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하나의 브랜드처럼 되어버린 ‘성룡’ 영화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홍금보, 원표 없이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도 성공하면서 자신만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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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성룡이 헐리우드 진출을 위해 단독 주연 작품 몇 작품을 만들었지만, 실패를 거두고 난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컸는데, 성룡은 단순히 주연만 맡은 것이 아니라 감독과 제작, 스턴트, 무술지도, 그리고 주제가 까지도 직접 부르는 등 1인 다역을 선보이면서, 그간 자신이 주연을 맡아온 영화들과는 색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순히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폴리스 스토리>라는 것이 재밌기만 한(물론 아주 재미있는) 코믹 액션 영화 정도로 남아있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게 되니,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 영화적인 재미와 더불어 감동이 엿보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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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작인 <폴리스 스토리 (警察故事)>는 제목과도 같이 경찰인 주인공 ‘진가구’가 경찰로서 악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영화이다. 그런데 악당이 아주 극악무도 하다기 보다는 법을 악용해 합법적으로 범죄를 일으킨다. 경찰인 진가구는 여기에 억울해하고 분노하지만 이를 합법적으로 응징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뻔히 악당을 범죄 현장에서 잡아넣었지만 그들은 변호사를 고용해 법정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되고, 그 와중에 동료 경찰관이 이들과 결탁한 것을 알게 되지만, 동료 경찰은 곧 악당들에게 살해되고 이 살인죄마저 뒤집어쓰게 되어 경찰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진가구는 자기 발로 경찰서로 돌아가 억울함을 호소해보지만 불리한 증거 때문에 결국 상사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상사를 인질로 잡은 채 빠져나와 스스로 범죄의 증거물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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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스토리>에서 흥미로운 설정 중에 하나는 바로 경찰 내의 모습이다. 이런 설정은 2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동표가 연기한 ‘표숙’으로 대표되는 경찰서 내의 이른바 ‘윗사람’들은 겉으로는 딱딱하고 권위를 내 세우는 듯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법보다는 인정이 앞서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캐릭터가 동표가 연기한 ‘표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상사라기보다는 아버지 같은 느낌으로 진가구를 대하며, 오랫동안 함께해온 동료로서 진가구의 성격과 성향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어 힘들이지 않고도 경찰조직 내의 상하구조를 유연하게 컨트롤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납치를 당했음에도 스스로 진가구에게 증거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상사의 모습에서도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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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에는 반드시 높은 담이나 문을 넘는 장면이 등장한다. 성룡의 스턴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범죄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다 말았는데 계속 이어가보자면, 결과적으로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이 범죄조직을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진가구를 사실상 그냥 보내주고 만다. 결국 진가구가 마지막 백화점에서의 치열한 격투 끝에 범죄의 증거와 더불어 일당의 우두머리인 ‘주도’를 잡게 되는데, 보통 같으면 잡는 것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겠지만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방식보다는 시종일관 법으로도 범죄를 해결할 수 없어 억눌리고 답답한 정서를 마지막에 시원하게 풀어내고야 만다. 마지막 진가구가 주도의 변호사와 주도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릴 때, 사실상 그를 아무도 말리지 않은 것은 모두들 진가구를 이해하고 있고 또한 동의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잡히고 나서도 뻔뻔하게 법을 논하는 변호사에게 시원하게 한 방 날릴 때의 쾌감은, 단순히 액션에서 오는 쾌감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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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가장 큰 스턴트 장면이었던 백화점 샹들리에 씬)

<폴리스 스토리>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백화점에서 샹들리에를 타고 내려오는 스턴트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당시 성룡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영화 한 편마다 초대형의 스턴트 장면이 꼭 하나씩 등장한다는 점인데,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바로 이 백화점 샹들리에 장면이었으며,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은 각기 다른 각도에서 여러 번 반복되어 등장한다(이 같은 방식은 이후 성룡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예전 어느 글에서 본 것 같은데, 이런 대형 스턴트 장면에서 성룡은 영화 속 인물인 ‘진가구’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배우인 ‘성룡’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적으로는 맞지 않게 몇 번씩 같은 장면을 스턴트 적인 면에서만 강조하여 반복하는 것이나, 스턴트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그대로 담은 것은,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성룡’으로 임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것으로서, 오히려 영화적으로 촌스럽게 보이기보다는 성룡 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관객에게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성룡 영화에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NG장면’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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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기까지한 모습에 임청하도 이 영화에서 고생을 참 많이했다)


<폴리스 스토리>의 엔딩 장면은 비디오 버전과 DVD버전이 다른데, 비디오 버전에서는 주도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린 뒤 밖으로 나와 경찰에게 연행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DVD버전에서는 백화점 안에서 분노하는 것으로 밖으로 나오기 전에 끝이 난다. 1편에 대해 다 못한 얘기를 좀 더 보태자면, 역시 임청하에 풋풋한 모습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장만옥의 경우는 3편 모두 출연하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아마도 개인적으로 내가 임청하를 보게 된 작품은 <폴리스 스토리>가 두 번째였던 것 같다(첫 번째는 <촉산>).

임청하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인 ‘동방불패’를 생각한다면, <폴리스 스토리>에서 성룡에게 귀엽게 애교를 부리는 어린 임청하의 모습은 새롭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임청하는 NG 컷에서 알 수 있듯이, 후반 백화점에서의 액션 씬을 직접 소화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겪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당시 비교적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여배우가 저리도 열심히 스턴트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까지 했다(슬로우 비디오로 묘사되기 때문에 임청하에 고통스런 일그러진 표정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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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과 장만옥의 이 오토바이 유머 시퀀스는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업그레이드해 등장한다)

 
<폴리스 스토리>1편과 2편은 그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영화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1편 이후에 <용형호제>나 <프로젝트 A 2>같은 작품이 있은 뒤 1988년 만들어진 2편이기는 하지만, 1편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과 1편의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2편에도 등장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나중에 3편에 대해 얘기할 때 또 언급하겠지만, <폴리스 스토리 3>은 성룡이 아닌 당계례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과 말레이시아 해외 로케이션 등 내용적으로나 영화적으로도 스케일이 더 커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1,2편 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뭐랄까 1편에서 자신 만의 스타일은 이런 거다 라고 맛을 보여주었다면, 2편<폴리스 스토리 : 구룡의 눈 (警察故事續集: Police Story Part II)>에서는 앞서 언급한 영화들을 거치면서 좀 더 자신 만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영화화 하는데 매끄러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1편이 약간 거친 것에 비해 2편에서는 능수능란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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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룡 영화에는 유난히 의자와 탁자를 이용한 액션 장면이 많이 나온다)


2편을 다시 보니 <스파이더 맨>같은 일종의 히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도 일당을 일방 타진한 진가구는 경찰의 마스코트가 되어 대외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1편 마지막에서 잡혔던 주도는 결국 법을 악용해 다시금 풀려나 진가구를 본격적으로 노리게 된다. 이 와중에서 진가구의 여자 친구인 아미(장만옥)를 괴롭히고 위협하게 되는데, 진가구는 이런 상황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경찰로서가 아니라 아미의 남자친구로서 주도 일당을 찾아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경찰 내에서는 진가구를 나무라고 진가구는 그럴 바에는 경찰직을 내놓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히고 아미에게로 돌아온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미와 한가로운 데이트를 즐기며 경찰을 관두었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마치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 맨 2>에서 메리 제인을 위해 스파이더 맨 생활을 접고 행복함을 느끼는('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흐르던 장면. 개인적으로 <스파이더 맨 2>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피터 파커가 그러하였듯 진가구도 다시금 악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로 복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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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 돌아온 진가구는 주도 일당이 아닌 쇼핑센터 폭탄 테러를 통해 대기업에 돈을 요구하는 테러 집단과 맞서게 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전편에서 사실상 혼자 모든 것을 해결했던 것에 비해, 2편에서는 팀을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설정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진가구가 홀로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팀을 이뤄 도청을 하고, 미행을 하고, 위장을 해 접근하고, 용의자를 심문하는 장면 등은 분량 상으로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제 와 다시 보니 아주 흥미로운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특히나 전화 발신자를 추적하는 경찰의 최첨단(?)시스템과, 미행 도중에서 벌어지는 도주 스킬(지하철을 타려다 안타고, 안타려다 막판에 타는 것으로 미행을 따돌리는)은 마치 <본 슈프리머시>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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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 공원 액션 장면은, 성룡 영화에 명장면 중 하나이다)


<폴리스 스토리 2>에서는 인상적인 격투 시퀀스가 2번 등장하는데, 그 첫 번째는 공원에서 벌어지는 주도 일당과의 격투 장면이다. 성룡의 액션은 마치 격투 게임과도 같은 1:1 만의 대결에서 보다는 1대 다수의 대결에서 더욱 빛나고, 주변에 구조물이 많고 집기가 많은 곳에서 더욱 빛이 나는데, 이런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 전투 시퀀스 중 하나가 바로 공원에서의 결투 장면이 아닐까 한다. 공원에 있는 시소나 미끄럼틀 등 다양한 구조물을 모두 이용하여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적을 피하는 성룡의 모습이나, 일반적인 권법 외에 무기까지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양한 액션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성룡은 1대 다수로 주로 싸우는 장면이 많아 그렇기도 하지만, 무결점의 파이터라기 보다는 때리는 만큼이나 상당히 많이 맞는 파이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공원에서의 격투 장면에서도 피를 흘릴 정도로 많이 맞는 가운데 모두를 소탕하는 성룡의 액션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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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공삼각!! 이 대결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두 번째 인상적인 액션 장면은 바로 영화의 마지막인 공장 건물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들 수 있겠는데,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1대 다수의 결투 외에 1:1 대결의 묘미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바로 영화 속에서 ‘아빠, 아빠, 아빠’만을 말하던 농아 역할의 베니(중국 이름 여강권)와의 대결이 그것인데, 이 1:1 대결은 성룡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결투 씬들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인상적인 합을 보여준다. 태권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무술을 익힌 스턴트 맨이자 배우인 여강권과 성룡과의 액션 장면은 일단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데, 특히 여강권이 보여주는 영공삼각(공중에서 세 번 발로 차는)동작이 기억에 남는다. 여강권이라는 배우 자체가 태권도를 가장 먼저 배운 배우이기 때문에 화려한 발차기 기술이 적극 도입되었고, 결국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이 대결의 백미는 ‘콩알탄’과 흡사한 폭약을 던지는 장면이었는데, 나중에 진가구가 폭탄을 들고 ‘아빠, 아빠, 아빠’하며 복수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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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강권은 2편 뿐 아니라, 1편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하였고, <프로젝트 A 2>에도 출연하였다)


이 장면에서 등장한 여강권은 1편에도 자동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스턴트 연기자로 참여했었고, 2편에서는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프로젝트 A 2탄>에도 출연하였다. DVD의 서플먼트에는 유일하게 여강권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는데, 나이를 먹은 지금에도 무술로 단련하고 있는 모습과, 스턴트맨이기 보다는 연기가 하고 싶다는 바램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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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성룡 영화에는 모두 등장하다시피하던 '화성'과 '다이표'. 얼굴만 봐도 반갑다)


당시 성룡 영화하면 성룡이 직접 만든 스턴트 팀인 ‘성가반 (JC Stunt Club)’과 함께 항상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화성’과 ‘다이표’를 들 수 있겠다. ‘화성’은 <폴리스 스토리>1,2편에서는 경찰청 내 동료 경찰로 등장하고 있고, 3편에서는 경찰이 아닌 악당 중 한 명으로 잠시 등장하기도 했다. ‘다이표’의 경우는 <폴리스 스토리 2>에서 진가구를 배신하는 정보원 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당시 성룡 영화에는 거의 빠지지 않았던 배우들로서 마치 골든 하베스트 로고와 같이 성룡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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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마와 증강,나열 등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2편에는 또 다른 까메오 연기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천녀유혼>의 ‘연적하’역으로 유명한 ‘우마’다. <폴리스 스토리 2>에서는 경찰관 역으로 잠시 등장한다. <폴리스 스토리 3>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일단 두 명의 악당 역할을 맡은 ‘원화’와 ‘증강’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일단 비교적 최근작인 <쿵푸 허슬>에도 출연했었던 원화는 1970년대부터 홍콩 영화계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배우로서, 쿵푸에도 특히 조예가 깊은 배우다. 또한 ‘증강’은 개인적으로는 <영웅본색>에서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는데, <폴리스 스토리 3>에서도 혼전 중에 양복을 입고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영웅본색>이 떠올랐다.

그리고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손가락>의 주인공인 나열 (Lieh Lo)을 들 수 있는데, 성룡의 또 다른 작품인 <미라클>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나열은(그의 화려한 쇼브라더스 경력은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여기서 군의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2편에서 동료 경찰들 가운데 한 명으로 <판관포청천>의 ‘전조’로 유명한 ‘하가경’이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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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룡과 동표의 콤비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성룡과 함께 1편부터 3편까지 모두 등장하는 배우 중에 대표적인 두 배우를 꼽으라면 동표와 장만옥을 들 수 있겠는데, 먼저 <폴리스 스토리>하면 성룡 만큼이나 동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느 때는 친구처럼, 어느 때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어느 때는 삼촌과 조카처럼, 성룡과 콤비를 이루어 여러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동표의 모습은 비단 <폴리스 스토리>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성룡의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동표라는 배우 외에 ‘표숙’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폴리스 스토리>에서 동표의 이미지는 깊이 각인되어 있다. 특히 여우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는 표정이라던가, 깜짝 놀라는 표정, 민망함을 넘기는 표정 연기 등은 보는 사람을 절로 행복하게 만든다(참고로
동표는 2006년 2월 22일 우리 곁은 떠났다 ㅜㅜ, 그의 관을 가장 앞에서 운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성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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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만옥의 볼살 통통한 모습은 <폴리스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먼저 밝히자면 나는 장만옥의 왕팬이다. 모든 여배우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장만옥일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폴리스 스토리>시리즈는 내게는 더욱 특별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폴리스 스토리>에서 장만옥의 모습은 그야말로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풋풋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이후 장만옥이 보여준 선 굵은 깊은 연기와 비교해보자면 <폴리스 스토리>에서 장만옥이 보여준 가볍고(?), 밝은 모습은 오히려 더욱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1편, 2편, 3편으로 계속되면서 점차 젖살이 빠지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만옥의 얼굴에 가까워져 가는 그녀의 변화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폴리스 스토리 3>

에서 당시 <예스 마담>시리즈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던 양자경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쿵푸와 스턴트 연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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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폴리스 스토리 3>은 일단 성룡이 직접 감독을 맡지 않고 <홍번구>등을 만들었던 당계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1편과 2편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과는 달리 인물들은 동일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로케이션이 진행되고, 공안과 군이 등장하는 등 스케일이 전편보다 훨씬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확장이 오히려 전편들보다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았는데(이렇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겠지만, 1,2편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마약이나 밀거래(장군이 등장하는 밀거래 설정은 마치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1,2편에서는 경찰만 총을 소지했던(물론 1편 빈민가에서 벌어진 액션에서는 악당도 총을 갖고 있긴 했다만)것에 비해 군이 등장한 터라 대형 화기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도 좋지만, 역시나 성룡 하면 주먹 싸움이 제 맛이라 이런 설정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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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NG컷에서는 재미와 진정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헬리콥터와 기차가 동원된 스턴트 장면은 역시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기차에 헬기가 걸려 추격하게 되는 설정하면 <미션 임파서블>이 먼저 떠오르는데, <미션 임파서블>은 1996년 작이고, <폴리스 스토리 3>는 1992년 작이니 일단은 이 작품에서 더 먼저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물론 이 부분은 <미션 임파서블> TV시리즈의 에피소드에 등장했거나, 다른 영화에서 먼저 등장했다면 틀린 말이 되겠다). 이 헬기 스턴트도 그렇지만 성룡 영화에서 스턴트가 동원된 장면에서는 일반적인 카메라 구도와는 다른 구도를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인물에 아주 근접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아서 인물의 얼굴은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한 정도의 거리에서, 전체적인 구도로 잡으면서 영화적인 컷에 중점을 포인트를 두었다기 보다는 스턴트에 포인트를 맞춘 구도로서, 마치 ‘이거다 실제로 촬영한거다’ ‘스턴트 맨이 아니라 내가 직접 다 했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물론 이 당시에도 성룡이 가끔 대역을 쓴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스턴트 장면을 본인이 직접 했다는 데에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비디오로만 보았던 성룡 영화를 언제 한 번 다시보기 하면서 정리해봐야겠다 하는 막연함만 있었는데, 이번에야 겨우 첫 삽을 들게 되었다. 참고로 두 번째 <성룡영화 다시보기>작품은 <프로젝트 A>가 되겠다~




* 본문에 <폴리스 스토리 3>의 헬기와 기차 장면을 언급하면서 더 먼저인 영화를 찾지 못했었는데,
  DP에 호레이쇼 처키 님이 알려주신것 처럼, 리암 니슨 주연의 <다크 맨>에서 먼저 이 설정을 보여준바 있다.
  <다크 맨>은 1990년 작임.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




명작 다시보기 #1 _ 천녀유혼 (倩女幽魂, A Chinese Ghost Story)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어린 시절 시기를 놓쳐 극장에서는 보지 못했고
비디오로나마 감상하였거나, 꼭 한 번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들은 일단 재쳐두더라도, 한참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고, 배우의
이름을 하나 둘 익혀가던 시절에 보았던 영화들은, 대부분 극장에서가 아니라 VHS 비디오를 통한 관람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보았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는 것이 하나의 소원일 수 밖에는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비디오로 정말 수십번도 더 보았던 작품들 중에 대표적인 영화들을 꼽으라면, 그 첫째로는 <인디아나 존스>같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당시 작품들과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3부작, 그리고 성룡의 영화들이었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 개관을 기념하여 영화제가 열렸는데, 여기에서 바로 극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천녀유혼>시리즈를 상영한다는 정보를 보고는, 아니 들 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기다렸던 이 날, 다른 중요한 일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극장에서 <천녀유혼>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또 놓쳐버리고야 말았다. 그래서 의기소침하고 있던 중에,
'아, 그러면 아쉬운대로 예전에 사놓고 아직 뜯지도 않았던 <천녀유혼 트릴로지>DVD를 꺼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DVD 한창 사던 시절에는 일단 신작들 위주로 열심히 관람을 했던터라,
<천녀유혼 트릴로지>처럼 예전 작품이 새롭게 발매되는 타이틀 같은 경우는, 비닐 포장을 뜯지도 않고
DVD장에 고이 모셔둔 경우가 종종 있었다(<폴리스 스토리>시리즈와 <용형호제>시리즈, <프로젝트 A>등도
아직 밀봉 상태다 --;;).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쉽게 극장 상영을 놓친 마당에, 부족하나마 그 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DVD세트로 다시 예전에 비디오로 느꼈던 감동을 느껴봐야 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천녀유혼>의 이야기는 중국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섭소천 (倩倩)>설화를 영화한 것으로, 이 작품 외에도
더 이전에 쇼브라더스에서 이미 영화화 된 적이 있으며, 그 외에도 영화라던가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버전으로 각색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작은 물론 그 어느 버전의 <천녀유혼>과
비교해보아도 정소동 감독의 <천녀유혼>은 그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며, 곧 '천녀유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원작을 각색하여 영화화하는 경우, 원작 팬들로서는 영화의 결과물이 만족스럽거나 그렇지
않거나로 나뉘거나, 원작의 내용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천녀유혼'은 애초부터가
아주 짧은 단편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나중에 읽게 되면 재미가 급감 될 정도로,
원작의 기본 뿌리를 바탕으로 세심한 캐릭터 묘사와 풍부한 이야기로 사실상의 '오리지널'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본래 원작에서는 영채신(장국영 분)이 유부남이고 섭소천(왕조현 분)을 사랑하게
되 그녀를 첩으로 맞게 되는데, 좀 더 러브스토리를 강조하기 위해서, 이 같은 원작의 설정을 버리고
영채신의 캐릭터를 좀 더 순수하게 만드는 한 편, 섭소천 역시 원작에서는 상당히 유혹적이었던 것을
축소하여(여기서 '축소'란 말 그대로 '섭소천'캐릭터가 본래 지닌 유혹적인 성향을 축소했다는 것이지, 왕조현이
그린 섭소천이 유혹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애틋하고 순수한 러브 스토리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 봐도 나름 재미있는 오프닝의 돌덩이 빵 개그)

사실 따지고보면 <천녀유혼>의 바탕이 되는 스토리구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러브 스토리 라인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그것인데, 귀신과 사람이라는 존재의
차이, 그로 인해 오게 되는 부모님의 반대(?),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 특히나 요염한 여자 주인공에게 쉽게
유혹 당해 죽거나 이용당하는 남자들과는 달리, 남자 주인공은 여기에 넘어가지 않게 되고, 이에 반한
여자주인공도 차차 남자주인공에게 본연의 자세(?)를 잊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도, 이런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설정들이다. 사실상 특별할 것이 없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이 영화가 특별한 영화가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그 중에서 첫 번째로 들고 싶은 것은 이 영화의 장르적 스타일을 얘기하고 싶다.


(이 장면에선 살짝(아주 살짝) <고스트 바스터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80년대 중국의 영화계는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나 조지 루카스로 대변되는 헐리웃의 영화들의 분위기가
서서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적극 수용한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서극 감독이었다. 이미 <촉산>을 만들 때부터 ILM과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던 서극 감독은,
<천녀유혼>을 통해 호러와 로맨스, 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중국 고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감독은 무술감독으로 더 유명한 정소동 감독이지만,
<천녀유혼>은 정소동의 영화인 동시에 서극의 영화이기도 할 만큼, 그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상당히 많이
가미된 작품이였다.


(생긴건 거의 미이라에 가깝고, 하는 짓은 좀비에 가깝다)

<천녀유혼>은 기본적으로는 러브 스토리라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러브 스토리를 더 강력하게
해주는 데에는 호러라는 장르가 배경으로 작용했고, 호러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될 만큼 이 영화는 호러 영화로서도 상당히 인정 받는 작품이다. 특히나 단순한 귀신을 넘어서서,
거의 촉수에 가까운 혀를 내두르는 요괴의 모습은 당시로서는 매우 호러스럽고 파격적인 것이었으며(특히 혀!),
중국 호러 영화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설정이었다. 더군다나 막판에 가서는 거의 악어(?)의 모습과도
비슷한 일종의 괴수로 변신하기에 이르는데, 이런 형태의 괴수의 모습은 중국 호러 영화라기 보다는,
일본의 호러물이나 괴수영화에서 주로 등장했던 것들로 상당히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된다(거대한 혀도
그랬지만, 혀를 찔렀을 때 나오는 타액 들이나 역시 끈적끈적한 타액 들이 난무하는 설정 들도 이전 중국영화
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었다).


(장국영은 뭘 보고 저리 놀란 것일까? ^^)

또한 초반 관약사 지하에서 꿈틀거리는 죽은 자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마치 '미이라'에 가까운 모습들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움직이는 방식이나 제거되는 장면 묘사에 있어서도,
마치 좀비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상당히 이채롭다. 그리고 이번에 DVD를 보면서
새롭게 보게 된 점은, 바로 저 미이라 같은 존재들의 움직임이었는데, 당시 비디오로 볼 때에는 물론 그런
기술적인 방식들은 알지도 못하던 때였긴 했지만, 움직임에 있어 전혀 특징적인 점을 알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보니 마치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스톱모션 방식으로 주로 촬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톱모션과 직접 사람이 분장하는 방식이 장면에 따라 함께 쓰였다).


(이 장면은 완벽하게 <레이더스>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오마주일 것이다)

여기에 중국영화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코미디 적인 요소들도 상당히 많이 배치되어 있는데,
장국영의 노래와 함께 시작되는 초반 부분에 영채신이 빵을 꺼내먹으려고 하는데 돌 같이 굳어있어서,
그 빵으로 돌을 깨는 등의 장면은,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에와서 봐도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짧게 짧게 지나가지만 영채신과 연적하(우마 분)가 나누는 대화에는 하이 개그와 썰렁 개그를 넘나드는
조크들이 심심치 않게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당시 중국영화의 성향이 대부분 그리하였듯이,
크게 극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오바스럽게 웃기는 부분들이 이 영화에도 등장하는데, 어쩌면 이 같은 부분은
당시 이런 장르를 좋아했던 중국 관객들을 위한 배려일지도 모르나, 어쩃듯 아주 과하게 쓰이지는 않으면서
적절하게 제어되고 있는 듯 하다.


(왕조현 누님, 이런 앙탈스런 표정으로 유혹을!!)

사실 개인적으로 <천녀유혼>을 추억해 볼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왕조현 누님과 장국영의 욕조 속 수중
키스씬이 아니라(당시 나이가 어려서인지 여자 주인공보다는 남자주인공에게 더 정이 가던 시절이었음;;),
바로 연적하 즉 우마가 펼치는 액션씬이었다. 어린 시절 <드래곤 볼>에 나오는 손오공의 순간 이동 모션과
(두 손가락을 이마에 갖다대고 머리 속으로 떠올리면 순간이동하는), <우뢰매>에 등장하는 형래의 에스퍼맨
변신 동작(옆돌기 후에 짠!)과 더불어 가장 많이 따라했던 영화 속 동작은 바로 연적하가 귀신들을 물리 칠 때
사용했던 권법들이었다. 손가락을 살며시 깨물어 피를 낸 뒤 손 바닥에 진을 그리고 나서 시연하는
‘천지무극 건곤차법'등의 권법들은 비주얼 적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이었다. 마치 장풍을 쏘듯
연적하가 액션을 취하고 나면 땅 밑에서부터 폭발음과 함께 튀어 오르던 장면과 지옥에서 검법을 겨루며
두 검이 스칠 때 번개가 이는 장면은 지금에봐도 충분히 인상적인 장면들이었다.
정소동 감독은 와이어를 많이 쓰는 액션씬으로도 유명한데, <천녀유혼>의 액션씬들도 물론 와이어가 많이
쓰이기는 했지만, 숲 속이라는 점과 밤의 이라는 설정 때문에 와이어 액션이라는 점이 크게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으며, 왕조현의 펄럭이는 옷 자락과 더불어 휘날리는 천 조각들의 묘사들은 지금봐도 참으로 멋진
장면들이 아닐 수 없었다.


(보요보로미!)

아무리 그래도 <천녀유혼>하면 장국영과 왕조현을 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전과 이후에도 수많은
<천녀유혼>들이 있어왔지만 이 둘이 아닌 영채신과 섭소천은(특히 섭소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이 두 캐릭터를
완전히 이미지화 시켜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국영은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 <천녀유혼>과
<영웅본색>으로 인해 가장 좋아하는 남자 배우이기도 한데, 멍청하리만큼 순수하면서도 밉지 않고,
여성적이면서도 자신이 지켜야할 대상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영채신의 캐릭터를,
과연 그가 아니면 누가 더 잘 연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예전에 볼 떄는 연기력이나 이런건
전혀 신경쓰지 않고 보았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보니 <천녀유혼>에서도 장국영이 얼마나 '연기'를 잘 하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다시 <천녀유혼>을 보니, 새삼스래 '장국영 참 연기 잘하는 배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앞서 살짝 언급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당시 나이가 나이였던지라 그다지 큰 임팩트로 다가오지는
않았었지만, <천녀유혼>하면 바로 '왕조현'을 떠올릴 정도로, 이 영화에서 '왕조현'이라는 배우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섭소천'의 캐릭터에 있어서 이전과 이후에 나온 모든
섭소천을 무색하게 할만큼, 섭소천=왕조현 이라는 절대 공식을 만들어버렸으며, 당시로서는 상당히 야했던
등판 노출과 수중 키스씬, 그리고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나뭇가지 사이를 선녀처럼 날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당시 수 많은 남성들의 마음 속에 깊게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사실 왕조현도 당시 홍콩 영화계의 대표적인
여자 배우로서 여러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대부분의 관객들의 머리 속에 오로지 '천녀유혼'으로 기억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라 할 수 있겠다. 사실 그녀는 어린 시절 농구선수 출신이었을 만큼 여배우 치고는
상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배우이기도 한데, 더군다나 약간 외소한 체격인 장국영이 상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더 외소해보였던 데에는, 그녀의 연기가 크게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아아~아아~~~, 등장하면 꼭 노래와 바람이 불어주던 왕조현 누님)

개인적으로는 장국영, 왕조현 보다도 <천녀유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는 바로 '연적하'역할의 우마이다.
사실 그는 다작을 하는 홍콩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작품을 했을 정도로, 당시 홍콩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하는 다작 배우중의 한 명인데, 개인적으로 우마가 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인상 깊고도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천녀유혼>을 꼽을 수 밖에는 없겠다. 사실 그는 이 영화와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약방의 감초같은 코믹스런 조연으로 출연한 적이 많았는데, 어쩌면 가장 멋지게 나오는 이 영화가
팬들에게 가장 인상깊은 작품이 된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연적하'라는 캐릭터를 그림에 있어 그 독특한 수염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내면서, 극중이름을 '우마'로 착각할 만큼
대단한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 우마의 출연작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성룡과 매염방이 출연한
<미라클>을 떠올리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도 우마는 자신이 가장 많이 연기한 감초 같은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이런 영화들과 비교해보자면, 과연 같은 배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녀유혼>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그의 평소 연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천녀유혼>은 우마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작품이되었다!)

<천녀유혼>의 음악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당시 홍콩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였지만, 영화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영화의 음악과 삽입곡들이었다. 홍콩 영화의 팬들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다 들리는데로 엉터리 중국 발음으로 노래를 따라불러 봤을 정도로, 포인트가 되는 장면에서는 꼭 노래가
흘러나왔다. 요즘 영화들처럼 그냥 노래가 삽입된 것이 아니라, 그 장면 그대로 독립해서 본다면 뮤직비디오에
가까울 정도로, 가사와 더불어 대사 없이 완전히 노래와 장면에 의존하는 형식으로 담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으로 꼽은 장면 역시 바로 우마가 부르는 '도도도'장면인데,
실제로는 우마가 아니라 음악을 만든 황점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곡을 만든 황점은 본래는 다른 가수가 부르길
원했었지만, 서극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냥 직접 부르는 것도 좋겠다는 말에 결국 본인 자신이 직접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황점은 이 노래를 만들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호탕하고 자유분방한
곡의 느낌이 살아있는 듯 하다.


(당시 꿈에 자주 등장해, 어린 나를 괴롭혔던 아줌마, 아니 아저씨 ^^)

<천녀유혼>의 음악 감독을 맡은 황점은 홍콩 영화음악계의 존 윌리엄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단한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거장이다. 이 영화를 비롯해 <소오강호> <동방불패> <지존무상> <황비홍>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었으며, <소오강호>의 그 유명한 곡 '滄海一聲笑 '도 황점의 작품이다. 그는 영화 배우로도 상당히 많은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황점은 처음 <천녀유혼>의 제작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함께 참여하기를 바랬으나, 제작사와
감독이 먼저 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감독이 만든 음악들이 마음에 들지 않자, 서극은
황점에게 부탁을 하게 되 나중에 합류를 하게 된 케이스였다(만약 황점의 '도도도'나 '여명부요래(黎明不要來)'가 없는 천녀유혼이었다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천녀유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곡은 왕조현과
장국영의 러브씬에서 흘러나오던 '여명부요래'일텐데, 이 곡은 잘 알다시피 엽천문이 불렀으며, 본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 아니라 다른 작품을 위해 만들었다가 쓰이지 못한 미발표곡이었는데, 촬영 말미에 곡을
추가하길 원했던 감독의 권유에 황점은 이 곡을 떠올렸다고 한다. '새벽이여 오지 말아요'라는 가사가 이렇게
잘 어울릴 영화가 또 어디있을까!

영화음악에 관한 얘기를 조금만 더해보자면, 황점은 당시 막 신디사이저가 출시되던 시점이라 아주 재미있게
여러가지 시도를 쉽고 재미있게 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음악을 잘 들어보면 상당히 SF적인
소리들을 들을 수가 있는데, 이게 다 신상(?)이었던 신디사이저의 기능을 맘껏 활용해보려는 황점의 의도가
묻어난 것이라 하겠다.


(어리버리 어리숙한 영채신의 모습은 장국영이 완벽히 그려냈다)

사실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영화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천녀유혼>을
비롯해, 명작 다시보기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추억만 가지고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영화들에게
지금와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영화적인 우수성과 재미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지금처럼 영화를 볼 때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재미있었는데, 이것저것 생각을 하면서
봐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는 말이다. 확실히 21세기에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천녀유혼>은 더욱 소중한 영화로 평생 남을 것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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