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



뒤늦게 고백하자면 이 영화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은 처음 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영화는 아니었다. 회사에서 이 영화 시사회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였음에도 크게 관심이 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음악이나 뮤지션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주인공인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였기에, 처음 보는 로드리게즈라는 뮤지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 이후 이 작품을 본 이들의 반응은 하나 같이 '놀라운'것이었는데, 그냥 '재밌다' '재미없다'의 반응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흥미를 갖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 반응을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음악 다큐 영화를 선택할 때 그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를 보고 선택한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라면 아마도 이 영화를 선택할 사람들은 남아공 사람들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홍보 문구처럼 대중들은 물론 '그 자신도 몰랐던 기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서칭 포 슈가맨'에 대해 글로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글의 부제목을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라고 지은 것은 그냥 허세나 있어보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상에는 내가 이렇게 보았다는 것을 너무나도 풀어놓고 싶은 영화와, 그보다는 누군가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라는 영화가 있는데, '서칭 포 슈가맨'은 후자 가운데서도 아주 그 성격이 강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아, 그리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절대 이 영화와 관련된 정보 페이지나 포스터/스틸컷 등도 접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 '서칭 포 슈가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최대한 로드리게즈에 대해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대부분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서칭 포 슈가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단 두 장의 앨범 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미스테리의 가수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가운데서 로드리게즈 그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두 가지 인데 하나는 마치 스릴러 장르를 보듯 베일 속에 완전히 가려진 로드리게즈 라는 가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영화적으로도 짜임새가 좋은 편이라 로드리게즈를 찾아가는 과정에 리듬이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더 나아가 관심도 없었던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갖을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는 한 편, 관심을 얻고 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관객과 쥐었다 폈다하며 로드리게즈의 비밀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


두 번째 흥미로운 지점은 스포일러가 있다.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힙겹게 알게 된 로드리게즈의 이야기가, 아니 그의 삶이 너무나도 깊은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최근 보았던 마틴 스콜세지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지 해리슨'도 그러했듯이,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로드리게즈라는 한 인간의 삶이 주는 감동은 나로하여금 절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감동을 선사하였다.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에 현실에 허덕이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그의 삶은, 힘든 시절을 그의 노래로 버텨온 남아공 사람들의 에너지와 더불어 이 영화를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 이상의 것으로 빚어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로드리게즈를 실제로 만나게 된 남아공 사람들의 '진실된' 환희와 자신도 모르는 세월 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남아공 사람들을 만나게 된 로드리게즈의 감격은 그 자체로 진한 감동을 주었다. 만약 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려준다면 단 번에 믿을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이런 일들을 다 겪고도 아직도 디트로이트의 그 오랜 집에서 수십년간 해오던 힘들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는 로드리게즈의 삶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바로 로드리게즈의 삶 그 자체다.



(스포일러 끝)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영화 팬 이전에 음반 애호가로서 로드리게즈의 'Cold Fact' 앨범은 정말 갖고 싶네요)



'서칭 포 슈가맨'은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내가 올해 알게 된 누군가의 삶 중에서 가장 감사하게 여기게 된 누군가의 삶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였다.

이런 삶이 있다니. 기적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1. 음악이 정말 좋습니다. 이미 'Sugar Man'이 나오는 첫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죽이는데!'라는 탄성이 흘러나왔어요. 당연히 사운드 트랙은 이미 질러져 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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