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자 (The Revenant, 2015)

생존, 그 자체의 대한 경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신작 '레버넌트 (망령, The Revenant, 2015)'는 생존에 관한 경외심을 한껏 담아낸 영화다. 네러티브 상으로 보았을 때 주인공 휴 글래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가족을 잃고 살인자를 쫓게 되는 과정은 복수극으로 볼 수 있지만, '레버넌트'는 복수극이라기 보다는 생존이라는 의미, 즉 환경과 인간 누구도 100%를 의도할 수 없는 그 자체의 상황과 극복에 대한 긴 여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아니, 한 번 죽음에 닿았던 것이나 다름 없는 글래스는 생존이라는 대 서사의 앞에 놓인게 되고, 영화는 바로 그 과정을 최대한 가까이서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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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휴 글래스는 곰과의 사투로 사경을 해매기 이전 부터 이미 생존이라는 싸움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모피 사업을 하기 위해 원주민과 거래하거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다른 백인들과도, 그리고 원주민과도 다른 조금은 특별한 존재다. 원주민과 정을 나누어 아들인 호크와 함께 하게 된 글래스 부자는 원주민의 무리에도 그렇다고 백인들 무리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경계에 놓인 존재다. 이것이 글래스가 이미 영화의 시작 전 시점부터 생존이라는 고독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느 한 편에 서지 못하고 (한 편에 서지 못한 이유 또한 일종의 물리적 생존을 위한 처신이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견뎌왔던 글래스는 곰에게 습격을 받는 사고와 그 이후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실제적인 생존의 경계에 놓이게 되면서 견디는 것 이상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죽다 살아난 글래스의 앞에 펼쳐지는 한겨울 매서운 산과 대지라는 자연은, 그의 생존을 돕기도 또 더 힘들게도 한다.


이 생존의 과정 속에 만나게 되는 자연의 범주에는 동물과 원주민, 인간들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를 단순한 복수극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글래스가 기여코 살아 남게 된 과정 속에는 단순히 아들을 죽인자를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의 에너지가 아니라 (오히려 복수극으로 본다면 이 복수심은 미약하게 그려지는 수준이다), 복합적인 생존이라는 싸움과 생존해야만 한다는 한 인간의 의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거대한 자연과 순리의 현상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냐리투는 생존이라는 것이 어떠한 인간의 노력과 의지 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들까지 작용하는 더 경외로운 개념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허무함이나 무력함이 아니라 경외로움으로서의 생존. 그것이 이냐리투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이 시대와 계절 속으로 카메라를 가져갔던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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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 외적인 측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엠마누엘 누베즈키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영상이었다. 이미 전작 '버드맨'을 통해 이냐리투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엠마누엘 누베즈키 촬영 감독은 이번 '레버넌트'를 통해 경지에 이른 촬영을 선보인다. '버드맨'을 통해서도 인물의 심리에 맞춰 아주 가깝게 바로 뒤에서 쫓는 시점으로부터 시작되어 마치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듯한 카메라워크를 보여주었었는데, 이번 '레버넌트'에서는 이보다 더 진일보한 경지의 압도적인 촬영을 보여준다. 최대한 컷을 끊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인물이 처해있는 상황과 눈 앞에 펼쳐진 현장의 거리와 분위기를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대자연의 풍광에서 경외로움을 덜어내지 않고 담아내는 기술은 가히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이냐리투의 연출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도 모두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엠마누엘 누베즈키의 촬영이다.



1. 레오의 팬으로서 이제 더이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캐릭터는 최소한 한동안은 그만 했으면 ㅠ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캐릭터로 좀 환기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


2. 또 한 번 디카프리오 얘기. 아무래도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 수상을 안 떠올릴 수가 없게 만드는데, 그래서 더 안쓰럽달까. 워낙 영화 속에서 고생 고생 상고생을 하다보니 마치 그런 글래스의 모습에서 아카데미를 향한 레오의 고생 고생 상고생이 연상되기도 해서 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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