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2014)

감정 없는 세 시간의 피로함



극장을 찾는 그 순간까지 볼까 말까를 고민했던 마이클 베이의 4번째 '트랜스포머'를 보았다. 이런 고민을 했던 이유는 이미 본 분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누구도 '트랜스포머'를 보며 감정적 감동이나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라진 시대'는 정말 재미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다른 사람들의 평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임에도 이번엔 너무 지배적이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정도였다. 그래도 직접 봐야 뭐라도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보게 된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는 이 시리즈가 주었던 신선함과 재미 요소는 전부 1편에서 하나도 발전하지 않은 채, 스토리 측면에서는 정말 인간들도 오토봇 들도 모두 감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져 버린, 그야말로 재미가 '사라진 시대' 같았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마이클 베이의 연출력에 대한 것은 종종 영화 커뮤니티 등에서 이슈가 되곤 하는데, 그 중 자주 반복되는 논란 중 하나가 마이클 베이의 작품 중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전 작품들 (아마겟돈, 나쁜 녀석들, 더 록 등)도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연출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아마겟돈'의 드라마적인 성격은 분명 이번 '사라진 시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딸을 애지 중지 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그런 딸의 애인인 남자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건 심지어 완전히 똑같이 반복되기까지 한다. 마이클 베이의 이전 작품들과 스토리나 전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연출력이 그대로라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마겟돈'이나 '더 록'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단순한 전개였음에도 재미있었던 것은, 그 단순한 스토리를 리듬감 있게 다루는 방식(연출) 때문이었다. 그런데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속편 부터, 특히 3편에 이르러서 부터는 점점 이 전개와 리듬감에 있어서 감정이 메말라 가기 시작했고, 이번 4편에서는 정말 쉴새 없이 폭발시키고 액션 씬이 이어지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라는 질문을 영화를 보는 내내 던지게 될 만큼, 아무런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못한 의미 없는 시간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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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1편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으로 보았었는데, 그 매력의 가장 큰 포인트는 극적인 요소나 여주인공의 섹시함 때문이 아니라, 자동차와 여자를 갖고 싶었던 극 중 주인공의 마음처럼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이른바 변신로봇의 판타지를 리얼하게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중간 중간 썰렁한 유머가 나오고, 전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은 전개에도 (저렇게 하면 쉬울 걸 왜 고생이지 같은;) 1편을 재미있게 보았던 건, 눈 앞에서 '퓨슝~'하는 소리를 내며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트럭이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변신하는 그 장면이 주는 원초적인 쾌감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쾌감은 2편에서 4편까지 오면서 더 이상 신선함을 주지 못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마이클 베이는 속편이 계속 될 때마다 새로운 매력 포인트를 추가하는 것 대신, 더 많은 물량이나 폭발 등 단순 액션을 추가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고, 결국 그 결과는 참담했다. 즉, 마이클 베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트랜스포머' 1편에서 멈추는 것이었는데, '트랜스포머'가 성공을 해도 너무 성공을 한 탓에 무려 4편까지 속편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거의 최악이라고 평가되었던 3편 - Dark of the Moon 보다도 이번 '사라진 시대'가 실망스러운 것은,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오히려 더 서툴러졌기 때문이다. 관객은 극 중 인물들의 대사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마이클 베이는 혼자서만 감정에 100% 동화되어 '아~ 진짜 멋지지 않니!'라고 생각하는 듯한 폼 잡는 장면들을 보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예전엔 그저 허세라고 느껴졌다면 이번엔 피곤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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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이 3시간에 달하는 것도 큰 문제였던 것 같다. 화려한 액션 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더군다나 그 액션이 감정 없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더), 3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은 버티기를 넘어서서 견디기가 힘겨운 수준이었다.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피로함이 몰려왔던 것은 좌석의 불편함 등 때문이 아니라, '왜 저러지?' 싶은 액션의 과잉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와! 갈 때까지 간 것 같지만 그래도 공룡을 타고 싸우는 옵티머스 프라임이라니!'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원초적인 재미는 줄 수 있었던 이 설정의 매력도 전혀 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5편도 나올 것 같은데, 5편은 아마도 극장에 가서 보진 않을 것 같다.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



1. 다 써놓고 보니 개인적으로 역대급 악평인듯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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