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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Seymour: An Introduction, 2014)

삶과 예술 그리고 질문과 대답



감독이자 배우 에단 호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사실 무대공포증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세이모어 번스타인과 소울 메이트가 되고 자신의 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던 세이모어 번스타인. 그는 좋은 예술가가 되는 것과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이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예술의 도시 뉴욕 작은 스튜디오에서 피아노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출처 : 다음영화)


배우로서 몹시 애정하는 에단 호크가 연출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Seymour: An Introduction, 2014)'는 한 명의 배우이자 예술가인 에단 호크의 진정성 있는 질문과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인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삶과 대답을 담은 또 다른 예술 작품이다. 에단 호크는 작품성에 대한 인정은 물론 상업적으로도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둔 헐리웃의 스타 배우이지만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선뜻 답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삶 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무대 공포증마저 겪던 즈음, 우연히 만난 세이모어 번스타인에게 자신의 이러한 고민을 털어 놓게 되고 그에게서 그간 찾아내지 못했던 대답 혹은 정답을 듣게 된다. 이 영화는 에단 호크가 자신이 경험했던 삶의 고민에 대한 세이모어의 대답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삶)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에 제작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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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혹은 무대 위에서 대중들에게 박수와 관심을 받는 공연자들의 경우,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거나 혹은 자신이 원했던 일정 수준의 경지에 달했다고 생각될 때 그 간의 경력과 삶을 되돌아 보며, 급작스런 회의(懷疑)에 빠지게 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성공을 거뭐지게 된 경험이 있는 아티스트일 수록 그 부와 인기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뒤에는 더더욱 자신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정신 없이 달려왔고, 처음 이 세계에 뛰어 들었던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거나 혹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뒤늦게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런 기승전결 조차 일종의 패턴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전형적인 면이 있는데, 에단 호크와 세이모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깊이의 측면에서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일단 에단 호크가 고백한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회의 그리고 진솔함이 느껴지는 질문에서부터 이 영화는 결을 달리한다. 에단 호크의 그 질문이 형식적이지 않고 진짜라고 느껴진 데에는 이 영화의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면 에단 호크가 영화 속에서 질문을 던진 자신을 최대한 배제하고, 세이모어의 이야기를 자신이 받아 들였던 것처럼 관객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진심이 100% 느껴진다. 스스로가 세이모어와의 만남을 통해 거짓이 아닌 진실 된 답을 얻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관객)에도 진심으로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가 세이모어의 삶을 통해 느끼게 된 것들이 그가 알 수 없었던 질문의 답이 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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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모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감정의 변화 혹은 불안과 상처를 경험하고 나서 백발의 스승이 된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의 가르침에 마냥 평화롭기 보다는 한 편으론 세이모어가 그랬던 것처럼 삶에서 부딪히게 되는 알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결국 오랜 세월이 지나고나서야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느껴졌다.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주저 되는 영화다. 왜냐하면 여기엔 두 사람의 진실한 삶이 그대로 질문과 대답의 형태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이모어와 에단 호크 두 사람의 삶과 삶의 대한 태도를 통해 지금의 내가 겪는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 역시 작은 위로를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1. 한 때 글렌 굴드도 듣고 클래식도 찾아 듣던 시절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 오랜 만에 예전 클래식 음반들을 꺼내 듣고 싶어졌어요.

2. 세이모어는 예전 한국 전쟁 당시 미군 소속으로 한국에 파병되어 경험한 에피소드들도 들려주는데, (한국 관객으로서)묘한 느낌이었어요.

3. 에단 호크는 다음 국내 개봉할 작품도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담은 '본 투 비 블루 (Born to be Blue, 2015)'인데, 점점 더 깊어지는 것 같아 팬으로서 뿌듯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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