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2011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말은 다른 얘기로 하자면 올해 열심히 극장에서 챙겨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손꼽아 볼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 한 해를 쭉 돌아보며 봤던 영화 목록을 들춰보니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조금은 심심했던 (더불어 개인적으로 극장을 찾을 시간이 좀 더 부족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10작품을 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간발의 차로 여기에 들지 못한 작품도 2~3 작품 정도가 있었다 (너무나 동경해마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히어애프터', 올해 또 하나의 발견이었던 '혜화, 동', 마이크 리의 쓸쓸한 '세상의 모든 계절' 등이 바로 그 작품이다). 올 안해도 나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오감을 자극시켰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10작품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꼽아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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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2.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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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올해의 한국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3.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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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올 한해 수 많은 작품에서 수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내가 꼽은 올해의 장면은 바로 저 장면.





4.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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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5.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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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동안에도 실감나지 않았고 이후 블루레이로 다시 볼 때도 실감나지 않았고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 해리와의 이별. 난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다른 시리즈에 비해 특별한 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오며 같이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올해의 10작품 가운데 이 피날레를 꼽을 이유는 충분했다.





6.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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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퀄이라는 유행의 한자락 인줄로만 알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가장 모범 답안이었던 작품. 혹성탈출 시리즈 가운데 실망했었던 팀 버튼의 리메이크작까지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든 놀라운 작품.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게도 이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저'라는 캐릭터는 올해의 캐릭터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할 듯. 이제 앤디 서키스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





7.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http://www.realfolkblues.co.kr/1538



아...홍상수. 홍상수의 마법은 '북촌방향'에서도 계속 되었다. 남녀상열지사를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시공간의 무한한 가능성마저 열어둔 작법에 혀를 내두를 정도. 올 한해 극장에서 느꼈던 가장 따듯했던 순간은, 성준(유준상)이 여주인을 쫓아 소설을 나와 골목을 걷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8.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경이로운 우주 속 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1560



테렌스 맬릭은 항상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뤄왔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직설적이라고 할 만큼 그 탄생으로의 여행을 자처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역사를 비롯해 우주적 세계관과 그 안에 매우 사소한 인간의 감정적 부분들까지. 이 영화를 단순히 종교적인 영화라고 부르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9. 머니볼 (Moneyball, 2011)
야구에 빗대어 전하는 삶의 위로

http://www.realfolkblues.co.kr/1567



처음엔 '단장'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야구 영화라길래 기대를 했었는데, 아론 소킨이 참여한 이야기는 역시 야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야구를, 특히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흥미진진할 만한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담긴 동시에, 극장을 나올 때면 Lenka의 'The Show'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인생의 위로를 받게 되는 참 '좋은' 영화였다.





10. 드라이브 (Drive, 2011)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

http://www.realfolkblues.co.kr/1570



'드라이브'는 올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였다. 누군가 '이제 라이언 중에 고슬링이 최고'라고 얘기할 만큼 그가 만든 캐릭터의 이미지는 강렬했으며, 다양한 감독들과 걸작들의 향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조잡하거나 유치하기 보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이 영화의 이미지는, 뒷면에 선명한 스콜피오 자켓처럼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듯 하다.




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585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보기 전에 올해의 영화를 정리한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적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행복함과 말못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를 만난 것이야 말로 올해 크리스마스에 내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짧게나마 2011년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정리해보았다. 내년에는 제목만으로도 영화팬을 다리 떨리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마지막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리들리 스콧이 손수 만들고 계신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이후의 공허함을 채워줄 피터 잭슨의 '호빗'까지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 생각 만으로도 2012년은 충분히 기대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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