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년이다. 참 시간은 빠르게도 흐르고, 나는 참 무심하게도 일년에 겨우 하루나마 그를 추억하며 글을 끄적인다. 우연인지 얼마전 TV에서 방영한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모습은 당연하지만 그대로였다. 가끔 우리 곁을 일찍 떠난 스타들을 추억할 땐, 내 추억 속에, 내 기억 속에 항상 그대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은데, 정말로 좋아했던 스타의 경우는 그런 욕심을 부릴 수 없는 것 같다. 장국영 역시 이제는 항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지만, 그것보다는 그와 함께 더 오랜 시간을 늙어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9년이 지난 지금에도 또 해 본다.



매년 그의 기일마다 그를 추억하며 하는 얘기지만, 장국영이라는 배우 그리고 가수의 얼굴에는 참 묘한 감정들이 녹아있다. 유쾌하고 장난끼 넘치는 얼굴에서부터 연인을 뜨겁게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 그리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여유로운 얼굴까지. 그의 표정과 얼굴을 말로 형용하기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장국영이라는 배우는 내게 있어 특별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과거형이 아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한 없이 슬퍼졌다가도 그냥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고 싶다가도 이내 그저 놓아주어야겠다 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거부할 수 없는 눈빛을 갖고 있다. 장국영 같은 배우가 또 있을까.



9주기를 맞아 그의 활동 당시 영상들을 찾아보던 중, 유튜브에서 예전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했었던 방송을 보게 되었다. 장난끼 넘치지만 여유로운 표정으로 MC이소라를 리드하며 무대를 즐기던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때로 돌아가 그의 쇼를 즐길 수 있었다. 아, 이게 벌써 13년 전의 방송이구나.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한 장국영 (1999년)



매해 만우절이어서 더더욱 잊지 못하기도 하지만, 또 만우절이어서 모두가 웃는 가운데 그의 추억을 더 아련하고 쓸쓸하게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의 기일마다 꼭 듣는 '月亮代表我的心' 청해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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