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블루레이 리뷰

(Fifty shades of grey : Blu-ray Review)

 


E. L. 제임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샘 테일러 존슨 감독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개봉 당시에도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일명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 울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 원작이었기에 영화화 역시 큰 주목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일종의 사건이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원작 소설 3부작 가운데 1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BDSM(구속과 훈육,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소재로 백만장자와 평범한 여대생의 에로틱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작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이라 구체적인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그레이 라는 캐릭터의 살아 숨쉬는 매력과 아나스타샤와의 미묘한 갈등 관계를 BDSM이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아주 생동감과 긴장감 넘치게 그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물이었다. 

 

단 백만장자이면서 어두운 내면을 갖고 있는 그레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아마도) 소설의 그레이는 단순히 SM을 즐기는 변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어느 정도 - 공감은 안될지언정 - 이해 되고,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그레이의 갈등 역시 디테일 하게 묘사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영화 속 그레이는 솔직히 그저 변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묘사될 뿐이다. 이런 내면이나 배경적 매력을 제쳐 두더라도 무언가 에로틱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면 남성적인 매력, 즉 비주얼 적인 매력이 넘쳐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다른 남자 배우들에 비해 특별히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 보니, 전체적으로 설득력을 잃게 되는 큰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레이와 아나스타샤의 관계 묘사 역시 관객을 애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 없이 시간 때우기로만 느껴질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제대로 표현되었더라면 남녀 관계에 있어 관객까지 애타게 만드는 밀당이 오고 가는 가운데, 다른 밀당 연애에는 없는 독특한 성관계 취향이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모두 실패했다 여겨진다.






Blu-ray : Video & Audio

 

화 자체는 아쉬움이 있지만 블루레이 화질, 음질 스펙 만 놓고 보자면 만족할 만한 우수한 퀄리티로 출시가 되었다. 특히 에로틱한 장면이 주 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화질과 음질의 중요성이, 아니 중요성이라기보다 그 퀄리티에 따라 장면 자체의 감흥이 달라질 수도 있을 정도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내용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주는 스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화질의 경우 무엇보다 디테일 측면에서 만족감을 주는데,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솜털까지 어렵지 않게 확인 가능할 정도로 날카로움이 살아 있는 동시에 어두운 장면에서도 괜찮은 표현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드라마라는 장르적 요소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매우 적절하고 탁월한 영화 음악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 음악이 흘러 나올 땐 확실히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섹스 장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접촉 음과 호흡 등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에로틱한 감성을 사운드가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블루레이는 극장 판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약 3분간의 장면이 추가 된 'Unseen Edition'으로 출시되었다. 추가 된 장면 말고도 특별히 '무삭제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음모 노출이 허용되었을 정도로 특별히 삭제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첫 번째 부가 영상인 'The world of Fifty Shades of Grey'는 대표적인 메이킹 영상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영화 뒷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크리스찬 그레이 프로필 에서는 그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반적 소개가 담겨 있으며, 이를 연기한 배우 제이미 도넌에 관한 프로필도 별도의 메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레이의 아파트 디자인과 설계에 관한 영상도 수록되었는데, 그레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공간인 그의 아파트와 내부 구조, 미술품, 컬러 등의 기획, 제작 과정을 통해 원작을 읽은 수 많은 팬들 때문에 가져야만 했던 부담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최고급 브랜드 및 악세서리나 컬러 등을 활용하는 것에 주목했던 그레이의 의상 컨셉과 헬기, 자동차, 비행기 등 최고 부자인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된 그레이의 장난감들을 소개하는 메뉴도 수록되었다.






일한 구성으로 아나스타샤라는 캐릭터에 대한 소개와 이를 연기한 배우 다코타 존슨, 그리고 아나의 세계관과 의상에 대한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두 주요 캐릭터 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친구, 가족 등의 캐릭터 또한 이를 연기한 배우 중심으로 총 7명에 대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Behind the Shades'에서는 원작자 E.L제임스를 비롯해 주요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원작 소설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영화화 되기까지 고려한 점들을 들려준다. 워낙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 원작이었기에 최대한 촬영 시 비밀로 하기 위해 진짜 영화 제목을 쓰지 않고 가제를 쓰거나, 세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한 점 등 뒷이야기가 수록되었다.





'E.L.James & Fifty Shades'에서는 원작자인 E.L 제임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처음 팬픽을 써보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발판이 되었다는 점과 처음 인터넷에 연재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후 정식 출판을 하고 나서 엄청난 인기 덕에 출판사의 은색 잉크가 동날 정도로 판매되었다는 인터뷰는, 다시 한 번 원작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Fifty Shades: The Pleasure of Pain'에서는 극 중 중요한 소재인 BDSM 세계를 곡해하지 않고 그리기 위해 BDSM 기술고문을 영입하여 본질부터 보여지는 것까지 최대한 제대로 그려내고자 노력한 부분을 엿볼 수 있으며, '360’ Set Tour'에서는 그레이의 아파트 내부 모든 곳을 디테일 한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지막으로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답게 'Skylark Grey - I know you'와 'The Weekend - Earned It'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으며, 'The Weekend'의 'Earned It'의 경우 뮤직비디오 촬영 뒷 이야기를 담은 영상까지 수록되었다.




총 평

 

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많은 소설 원작 작품이 그렇듯이 영화화 과정에서 많은 아쉬운 점이 발견된 작품이었다. 이번 영화는 원작 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를 영화화 것으로 두 번째 이야기인 ‘50가지 그림자 심연(Fifty Shades Darker)’ 역시 1편의 남녀 주인공 교체 없이 (감독은 교체 예정)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하니, 과연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전 편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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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_ 10주년 기념 특별상영회 

10년 전과는 달랐던 영화, 아니 관객



지난 5월 30일 토요일.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류승완 감독의 2005년 작 '주먹이 운다' 10주년 기념 특별상영회가 있었다. 평소 류승완 감독님과의 인연도 있고, 더군다나 감독님과 더불어 주연을 맡았던 두 배우인 최민식, 류승범 님이 참여하는 GV도 예정되었던터라 이 날의 상영과 GV는 몹시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역시 가장 기대되었던 것은 실제로 최민식과 류승범이라는 배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흔치 않은 기회였지만, 그 못지 않게 궁금했던 것은 10년 전 20대 때 극장에서 보았던 '주먹이 운다'와 지금 30대가 되어 다시 보게 되는 '주먹이 운다'는 어떤 영화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궁금함과 설레임을 담고 비가 조금씩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던 토요일, 상암동으로 향했다.





당일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주먹이 운다'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야겠다. 감독님이 GV때 언급했던 내용과 마찬가지로, 당시 내게도 이 영화는 너무 신파스러워 아쉽다는 느낌으로 남은 영화였다 (그래서 아마 DVD도 구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 근래야 그런 일이 없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되돌아 보니 예전에 나는 단지 '신파'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별로다 아니다를 어느 정도 평가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런 평가 기준을 버린 지는 오래되었다. 최근 신파스러웠던 영화 가운데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의 경우 읽는 이들이 '신파라서 아쉽다'로 오해하지 않도록 반드시 추가 설명을 덧붙일 정도로, 단순히 신파라서 재미없거나 별로라는 평가는 이제 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보는 '신파'라는 것은 일종의 스타일로, 굳이 따지자면 흔히 지루하거나 재미없음, 관객을 향한 감정의 강요 등의 실수를 할 확률이 다른 스타일에 비해 높은 경우라 하겠는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신파여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면서 강요 받는다는 느낌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10년 만에 '주먹이 운다'를 다시 보게 되며 가장 궁금했던 건 아직도 내게 이 영화가 그냥 신파여서 아쉽기만한 작품일까 하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나 내가 변한 탓인지 아쉬웠던 영화는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순간과 이야기들이 보여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다.


(다음 단락에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말 자체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다시 보게 된 '주먹이 운다'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큰 두 가지 포인트 중 첫 째는, 결말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 한 명의 주인공을 따라가게 되는 영화가 아니라 2명 이상의 이야기를, 그것도 똑같은 비중으로 관객에게 소개했을 때, 더군다나 그 결말에 가서 그 둘 가운데 누군가는 패배해야만 하는 룰의 경기가 등장한다면 결국 관객은 둘 가운데 누가 마지막에 승리하게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먹이 운다'의 이야기는 10년 전에도 알고 있었듯이 승패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다. 이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두 인물의 삶이 중요할 뿐. 하지만 10년 전에는,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결말에 있어서 명백한 승패를 나누는 것 보다는 관객이 승패를 명확하게 알 수 없도록 놔두는 것이 두 인물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보면서 바뀐 생각은, 오히려 이렇게 명확한 현실의 승패를 보여주는 것이 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주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강태식 (최민식)과 유상환 (류승범)의 결투 혹은 도전은 이미 심판 판정이 나오기 전에 6라운드가 마무리 되는 순간 끝이 난다. 두 사람 모두 신인왕이 되어야만 할 구체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영화는 두 주인공이 승패가 나오기 전에 이미 스스로 각자의 도전을 이뤄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전에는 약간은 부수적일 수 있는 실제 승패 판정 장면이 없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그 간 나이를 먹은 탓인지, 현실은 영화 속 처럼 그들 스스로의 승리와는 상관 없이 승패를 끊임 없이 선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인지, 영화의 결말이 달리 보였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GV에서 이후 강태식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라는 관객의 질문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최민식 배우의 대답과 이를 동조하던 감독님의 눈빛은 이런 결말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두 번째 포인트 역시 첫 번째 포인트와 연결되는 부분인데,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영화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던 점이었다. 아주 단순하게 얘기해서 '주먹이 운다'의 강태식과 유상환의 이야기를 빌려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저 이들이 마음껏 울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들과 실패, 잘못, 실수 그리고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실, 하지만 그럼에도 나 혹은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나 위로를 주기 보다는, 그저 그들이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마음 껏 한 번 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긴 시간을 들여 끝까지 달려온 원동력이라는 걸 이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극 중 천호진씨가 연기한 배역의 대사처럼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 사연들로 인해 쉽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마음껏 울 기회조차 없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주먹이 운다'는 그들에게 어설픈 위로를 전하기 보다는 그저 그들이 한 번 펑펑 울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렇듯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10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다. 물론 영화가 아닌 내가 변한 것일테지만.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GV에서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역시 '주먹이 운다'의 블루레이 정식 발매 소식이었다. 물론 오프 더 레코드로 조금 더 먼저 알고 있기는 했지만, (감독님의 코멘트를 빌려 보자면) 한국의 크라이테리언을 꿈꾸는 플레인아카이브를 통해 발매 될 예정이라 무엇보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4K리마스터링은 물론, 10주년을 맞는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답게 새로운 부가영상 등 제작에 벌써 부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날 있었던 GV 사진 몇 장을 더 추가하며 글을 마친다.

어서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길!


1.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준 한국영상자료원에 무한한 감사를!

2. 플레인에서 출시될 블루레이 정말 기대됩니다.

3. 초대해주신 DP 감사드려요!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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