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10집 : Dreamizer
High Quality Pop Album



이승환의 10집 앨범 'Dreamizer'가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 국내 뮤지션 가운데 지금까지 꼬박꼬박 앨범을 모아온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인 이승환의 새 앨범이라 발매 전부터 기대되었던 신보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후반기 이승환 앨범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 그러니까 팬들과 대중 모두가 만족할 만한 POP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은 잘 알겠지만 그 동안 이승환은 앨범을 구성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을 위한 음악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간 그가 발표했던 대표 발라드 곡이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좀 덜 대중적인 록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단 얘기다)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해왔었는데, 적어도 이번 10집 앨범 'Dreamizer'는 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Human'과 'Cycle' 앨범을 2010년 현재에 걸맞는, 아니 현재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업그레이한 익사이팅한 POP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승환 하면 '환장'할 만한 라이브 무대 만큼이나 물량과 정성, 사운드의 집착이 돋보이는 앨범 사운드 퀄리티로도 유명한데, 이번 앨범은 그런 그의 욕심이 (요즘 같이 국내 뮤지션들의 사운드 욕심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수년간 외롭게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승환의 행보는 박수 그 이상의 찬사가 필요하다!) 또 한번 아주 잘 나타난 작품이라 하겠다. 국내외 스튜디오를 오가며 최고의 사운드를 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예전 앨범부터 계속되고 있는 그 만의 장인 정신인데, 이번 앨범 역시 그래미를 16번이나 수상한 험 베르토 가티카(Humberto Gatica)를 비롯해 그들의 이름 혹은 그들과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름이나 경력만 들어도 화려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에 치중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의 누가누가 참여했다 라는 문구는 언제부턴가 '뭐 그럭저럭' 정도의 감흥 밖에는 못주는 문구가 되어 버렸는데, 그 질을 따져본다면 이승환의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그럭저럭'으로 간주하기엔 더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겠다.

일반 대중들은 피처링에 내가 아는 어떤 유명 뮤지션이 참여했나가 더 궁금하고 끌리는 점일 수 밖에는 없겠지만, 이승환의 사운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팬들이라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에 이승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믹싱 엔지니어 외에 브라스 편곡자, 드러머 등 전반적이고 디테일한 측면까지 더 깊은 사운드를 내기 위한 그의 비용 투자와 정성은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 앨범을 100% 즐기려면 좀 더 사운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방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것까지는 어려운 일이니 최소한 반드시 CD로는 즐겨야 이 엄청난 공을 들인 앨범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p3나 스트리밍으로는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 곡 '이별기술자'는 이승환 특유의 그루브가 잘 살아있으면서도 백코러스나 전체적인 구성에서 훨씬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이런 가벼운(?) 팝 넘버치고는 굉장히 고퀄리티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다양한 악기들과 효과들이 들려올 것이다. '반의 반'은 이승환표 대표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그대가 그대를'을 통해 발라드의 정점을 찍었던 이승환은 그 이후 타이틀이 되는 발라드 곡에서 강약조절과 감성적인 면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첨에 들을 때 좋고 듣다보면 금새 익숙해져 버리지만 어느 순간 다시 들으면 '역시' 다시 좋아지는 그 만의 깊은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정지찬이 곡을 썼다. 

'A/S' 는 곡 제목처럼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곡인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벼운 가사 내용에 걸맞지 않게(?), 수준급의 브라스 편곡과 백그라운드 기타 백킹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환, 황성제 콤비의 작품인데, 확실히 브라스 사운드가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Dear Son'은 제목처럼 아버지가 화자가 되어 아들에게 보내는 곡인데, 앨범마다 가족에 관한 곡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이승환의 새로운 '가족'에 관한 곡이다. 흑인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후렴구 코러스 라인과 정말 편지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려가는 듯하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귀와 가슴에 와닿는다. 맨 마지막의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하는 부분은, 아마도 이승환의 앨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감성이 아닐까 싶다.




'롹스타되기'는 제목처럼 록밴드 보컬들의 피처링으로 더욱 돋보이는 곡이다. YB의 윤도현, PIA의 요한, 노브레인의 이성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힙합 곡의 피처링 처럼 한 소절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워낙에 개성 강한 목소리들이라 잘 들어보면 코러스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독전쟁'은 어쩌면 앞선 곡보다 더 강한 록넘버 일지도 모르겠다. 간결한 기타 백킹을 베이스로 후렴구에는 이승환이 좋아하는 특유의 록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곡인데, '단독전쟁'이라는 제목 답게 전쟁을 연상시키는 효과들도 귀에 들어온다. 

'reason' 은 말랑말랑한 보컬과 진행이 돋보이는 '세가지 소원' 등을 작곡했던 이규호의 곡이다. 절로 몸을 좌우로 흔들게 되는 멜로디와 더불어 남성의 가성과 여성의 진성이 교묘히 결합된 코러스가 달콤함을 더한다. '완벽한 추억'은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의 곡인데, 기존 이승환의 곡들과 살짝 차별점이 보여 오히려 더 신선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인 '반의 반' 다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my fair lady' 는 이승환의 지난 앨범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풍의 곡인데, 최근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우가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구식사랑'은 제목처럼 '하오체'의 가사로 진행되는데, 브라스와 더불어 퍼커션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거의 곡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쯤 린(LYn)의 보컬과 함께 새로운 진행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점인데, 여기서도 역시 트럼팻과 트럼본의 사운드가 곡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격상시켜주는 느낌이다. 'wonderful day'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뭐랄까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후반부 아이들이 함께하는 코러스가 더해지면 더더욱 '짜잔!'하고 한 시퀀스가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이런 느낌이 너무 명확해서 언젠가 공연에서 뮤지컬 구성으로 공연하지 않을까도 싶다.

'내 생애 최고의 여자'는 강약조절이 생명인 발라드 곡인데, 후반부 진행에서는 대곡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사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유머가 담긴 곡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진짜 제목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곡이라 오히려 놀랍고 인상깊기도 했다. 13번째 마지막 트랙 '개미혁명'은 이승환 특유의 화려한 록 사운드에 좀 더 비트를 담아낸 곡이다. '개미혁명'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화려하고 록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해도 이전 앨범에 수록되었던 '나의 영웅'같은 곡처럼 극한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런 면이 이번 앨범의 POP적인 요소, 그러니까 좀 더 대중적인 친화력있는 앨범이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 이렇게 끝난 줄 알았지만 13번째 트랙이 끝난 뒤 한참의 기다림을 보내면 조금 다른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사운드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곡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묘한 듯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수록했다. 그리고 히든 트랙 답게 이승환의 오랜 절친인 뮤지션의 유치발랄한 피처링도 만나볼 수 있다.




이승환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앨범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앨범'이었다. 그의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만한 (그렇지만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한) 곡들마저 수록한 인상적인 POP앨범이었다. 마지막으로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앨범의 사운드에 정성을 들이는 뮤지션의 앨범을 계속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요즘 같은 현실에선 참 고맙기까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스튜디오를 방문할 날이 있다면 꼭 이 앨범 'Dreamizer'를 다시 들어보리라!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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