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IMAX 3D, 2014)

폼 잡지 않는 영웅들이 왔다



처음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소식과 포스터를 보았을 땐, '어벤져스'와 그 세계관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바쁠 텐데 그 사이에 마블이 왜 이런 부수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나 싶었다. 물론 목소리 연기로 브래들리 쿠퍼와 빈 디젤 등이 출연하고 있기는 했지만 크리스 프랫은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를 이끌기에는 부족해 보였고, WWE 프로레슬러인 바티스타와 아바타의 그녀 조 샐다나의 출연진 역시, '어벤져스'에 맛을 들인 관객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니까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게 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통일처럼 대박이었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가볍고 폼 잡지 않는 우주 활극이라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 Marvel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 피터가 어른이 되어 처음 등장하는 타이틀 시퀀스에서부터 이 작품의 성향을 한 눈에, 그리고 한 귀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정도로 '딱' 어울리는 시퀀스였는데, 올드팝과 함께 이름 모를 행성을 거닐며 춤을 추는 피터의 모습은 '우린 폼 잡지 않고 유쾌한 영화야'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사실 내가 감독이라면 이 영화에서 가장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부분은 새롭게 관객에게 선 보이는 이 캐릭터들에 대한 소개였을 텐데, 제임스 건 감독은 주요 캐릭터가 최소 5명이상 등장함에도 (악당들과 주변 캐릭터들까지 하면 더 많고) 그들의 과거 사와 히스토리를 과감히 축소하거나 제한하면서 빠르게 본격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왔다. 물론 영화 속 모습으로 비춰볼 때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몇 편의 영화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못할 정도로 (별도의 TV시리즈 분량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사연과 뒷 이야기가 존재할 듯 한데,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충분히 소개하지 못한 것이 분명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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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블의 최근 작품들의 경향을 보면 홀로 완벽하게 독립된 작품을 보이는 반면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와 같이), 너무 세계관과 엮을려는 시도가 앞섰거나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의 비중이 더 큰 나머지 독립적으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 (토르 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져스'의 떡밥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서도 충분히 홀로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었다. 이미 '어벤져스'의 다른 영화들에서 쿠키 장면으로 등장했었던 타노스나 콜렉터 캐릭터의 활용도 적절했고, 적과의 대립 관계도 기승전결의 흐름 안에서 딱 알맞게 풀어내고 있었다. 음.. 뭐랄까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마치 '카우보이 비밥'이 조금 연상되기도 했는데, 특히 지금은 캐릭터들 각자가 별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속편이나 (잘 된다면) 3편 정도에서는 꺼낼 수 밖에는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무언가 비장한 마지막을 예상하게도 되고 '어벤져스'와의 콜라보도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기대(우려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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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이언맨'처럼 보는 순간 '와 짱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언가 좀 약하다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이 결국 영화가 끝날 땐 또 보고 싶은 캐릭터들이 되어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스터만 봐도 이들의 컨셉이 약간 외인구단 같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각각이 묘하게 팀을 이루는 형태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리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 영화의 후반부 이들이 진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되는 그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전히 이들의 조합에 동화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다. 뭐랄까 다른 영화들은 팀으로 등장하는 경우 처음부터 팀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영화 내내 흐른다거나 아니면 캐릭터들 스스로도 우린 팀이 될거야 라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완벽한 팀이 되는 과정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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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영화 음악일 것이다. 이미 첫 장면에서부터 귀에 익숙한 올드 팝이 우주를 배경으로 흐를 때 알아차렸다. '아! 이 영화는 바로 이 묘한 균형의 지점을 아는 영화구나!'라고. 'Awesome Mix Vol.1'이라는 극 중 테입 제목처럼, 정말 끝내주는 음악들을 선곡한 이 작품은, 영화 음악이 장면과 정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몸소 보여준다. 단순히 기존 유명한 곡들에 묻어가는 장면들도 아니고, 그 곡의 감성과 위대함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그 곡이 왜 이 장면에 쓰였어야 했는지를 아무 설명 없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매치 시킨다. 정말 시대를 앞서가도 한 참 앞서간 곡이라고 생각했던 David Bowie - Moonage Daydream은 역시나 우주에 걸맞는 곡이었으며, 정말 유명해서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Marvin Gaye & Tammi Terrell -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는 이미 수 많은 영화에 삽입되었지만 아마도 이 영화로 더 오래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잭슨 5의 곡을 이 영화에서 듣게 되다니. 그 자체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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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어벤져스 2'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의 쉬어가는 코너라고 생각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져스' 못지 않게 기다려지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이 폼 잡지 않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될까.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팀의 새로운 이야기가 정말 기다려진다!



1. 전 첨에 바티스타가 출연하는 지도 몰랐는데 등장하길래 까메오 정도인가 했었는데 비중이 완전 많군요. 별도로 연기 수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어요.


2.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게임 '매스 이펙트'가 연상되더군요.


3. 바로 사운드 트랙과 원작 그래픽 노블을 질렀어요. 사운드 트랙은 도저히 안살 수가 없을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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