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달소’보다 더 나을 지도 모를,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 워즈’

호소다 마모루의 2006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SF적인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10대 소녀의 감성으로 이끌어낸 이 애니메이션 - 물론 이 작품은 1965년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을 통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차세대 감독으로까지 단번에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이하 시달소 -의 기억이 아련해질 때쯤 그는, 2009년 신작 '썸머 워즈'를 통해 다시 한번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포스터나 제목에서부터 벌써 스케일을 예상하게 만들었던 이 작품은 '시달소'로 익숙해진 팬들은 물론, '시달소'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들도 팬들로 만든 한편, 반대로 '시달소'로 잔뜩 기대하게 만든 팬들 가운데 적지 않게 실망을 주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아마도 호불호가 나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인 'OZ'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달소'의 '타임리프'보다도 '썸머 워즈' 속 'OZ'는 더 깊게 영화에 관여하고 있다.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사이버 세상이 오프라인의 진짜 세상의 대부분도 컨트롤 하게 된다는 이 OZ의 세계관은, 아주 치밀하다기보다는 그냥 설정 상의 것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 만약 '썸머 워즈'가 이 OZ세계관을 깊게 파고든 작품이 되었다면 아마 나카무라 류타로의 1998년 작 '레인 (Serial Experiments Lain)'처럼 심오해졌을 것이다 - . 즉, 이 작품에서 OZ라는 설정은 영화의 기본 메시지가 되는 대가족과 그 안에서의 관계 설정 등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받아들인다면, '엇, 이런 도구치고는 매우 흥미로운데'라며 오히려 이 작품에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물론 도구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가 이 전지구적 위기 극복 과정이라는 ‘드래곤 볼’과도 같은 스케일을 - 극중 ‘모두들 내게 힘을 모아줘’라는 식의 대사가 등장해 더더욱 드래곤 볼 생각이 났다 -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네트워크에 관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인터넷 세상 속의 네트워크가 마비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가 중요치 않게 혹은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된다는 것, 그 가운데서도 가족이라는 네트워크가 결국 세상을 구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OZ라는 거창한 세계관을 불러왔고 결국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작 ‘시달소’도 그랬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화에 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굉장히 디테일한 호소다 마모루의 캐릭터들은 다른 작가의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절실함’ 혹은 ‘절박함’이 느껴진다. ‘에반게리온 : 파’의 신지에게 공감하게 되는 그 순간과 살짝 비슷한데, 기존의 작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서 거칠어지는 절박한 순간의 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두 주먹을 꼭 움켜쥐며 함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호소다 마모루의 캐릭터들에겐 항상 ‘절박함’이 엿보이는 순간이 있다)

이 작품의 공감대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지점이라면 ‘게임’에 대해 얼마나 너그러운가 혹은 익숙한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썸머 워즈’는 OZ라는 사이버 세상과 맞물려 게임 - 혹은 게임기 - 이라는 도구가 극에 적극적으로 도입된다.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부터 시작해 고스톱 같은 게임이 세상을 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이라거나 국내에서도 이런 게임 관련하여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런 설정이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쉽게 받아들여질 테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절로 코웃음 치게 만드는 유치한 구성으로 받아들여질 테니 말이다. 유치하다고 받아들인 다면 위와 같은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을 터. 결국 ‘썸머 워즈’는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호소다 마모루의 가족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DVD Menu





DVD Quality

16:9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DVD로서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사실 블루레이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평균적이기는 하지만 좀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들기도 한다. 현재 국내는 블루레이 출시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임으로 일단은 DVD화질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좀 더 만족스러운 편이다. ‘썸머 워즈’는 의외로 액션 및 다양한 효과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은 편인데, 사운드 측면에서 별 기대하지 않고 보았다가는 중간중간 ‘어랏?’하는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워낙 등장인물들이 많은 터라 대사 전달이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사운드 체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인물들 만큼 넓은 공간에 넓게 퍼져 있는 경우가 많아 대화 장면에서도 멀티 채널의 효용을 확인할 수 있다.

DVD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발매된 ‘썸머 워즈’DVD의 첫 번째 장에는 남녀 주인공을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와 사쿠라바 나나미, 그리고 사쿠마 타카시 역을 맡은 요코카와 타카히로 그리고 연출을 맡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이들 외에 음성해설을 진행하는 진행자가 따로 있다는 점인데, 일본 영화 타이틀의 경우 이런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성해설은 ‘썸머 워즈 - 방과후 토크’라는 부제목으로 진행되는데, 영상을 보며 하나하나 코멘트를 하는 것은 물론 더빙 현장에서 있었던 뒷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아무래도 혼자서 녹음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마치 라디오 생방송 녹음처럼 -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되겠다 - 여럿이서 함께 부스 안에 들어가 녹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우라, 이에 따른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일단 극장 예고편과 TV스팟 모음집을 만나볼 수 있는데, 거의 모든 버전의 예고편을 - 스팟, 특보 포함 -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씩 가볍게 즐겨볼 필요가 있다.




‘캐스트 인터뷰’에서는 2009년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실시했던 후시 녹음 중 진행 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두 주연 배우를 비롯해 사카에 역의 후지 스미코, 카즈마 역의 타니무라 미츠키 그리고 와비스케 역의 사이토 아유무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각각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대한 느낌들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짧은 감상을 들려준다.






’제작보고 무대인사 in 도쿄 신주쿠 발트9’은 2009년 7월7일 신주쿠 발트9에서 있었던 제작보고 무대인사 영상을 담고 있는데, 칠석이자 처음 선보이는 이 자리를 맞아 화려하게 진행된 이 무대인사를 통해 역시 작품에 임하게 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의 대화가 오고 간다. 이 무대 인사에는 두 주연 배우와 감독 외에 일본의 베테랑 여배우이자 사카에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후지 스미코도 참석하고 있어, 어린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된 소감과 처음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인터뷰 in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는 2009년 8월 5일~15일에 스위스에서 개최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수상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인터뷰의 전반부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해외 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로카르노 영화제에 대한 소감과 현장의 분위기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후반부에는 전작 ‘시달소’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하게 들려준다.




[총평] 사실 ‘썸머 워즈’라는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약간 모호한 제목과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깊은 인상 때문에, 오히려 조금 관심에서 멀어질 뻔 했던 작품이 바로 ‘썸머 워즈’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어떤 면에서는,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시달소’보다도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아련함을 마음 깊이 전해줄 작품 또한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시달소’가 한 소녀의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썸머 워즈’는 한 가족에 대한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이 타이틀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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