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참 선하고 믿음직한 로맨스


뒤늦게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영화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를 보았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인데, 연출을 맡은 조지 놀피는 이 작품을 SF로 그려내기 보다는 오히려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둔 작품으로 그려냈다. 만약 필립 K.딕 스타일의 SF작품을 기대하였더라면 많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로맨스에 가깝다는 평들을 여럿 들어온 터라 상당히 너그러운(?) 시각으로 보게 된 '컨트롤러'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로맨스였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미 상원위원인 남자 주인공과 그가 우연히 만난 한 여성, 그리고 이 만남 때문에 알게 된 미스테리한 '조정국'이 벌이는 음모와 결말을 그린다. 이 '조정국'이라는 설정은 SF적으로 매우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컨트롤러'는 SF적인 것에 큰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로맨스에 더욱 집중한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영화를 SF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쉽게 풀려버리는 터라 부족한 측면이 많다는 얘기. 어쨋든 무언가 그럴싸하게 모든 것을 조정하는 조정국의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맷 데이먼이 연기한 데이빗 노리스의 이야기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사람 됨됨이'가 더 든든한 배경이 된 작품이라고 해야될 듯 하다. 맷 데이먼은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이 믿음직한 이미지는 또 한 번 발휘된다. 맷 데이먼을 믿게 되면 이 작품은 제법 그럴싸한 로맨스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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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연기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 데이빗 노리스는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단순히 '운명'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우직할 정도로 믿음직스럽고 선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함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끄는 힘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속 황당한 상황에 놓인 데이빗 노리스의 행동과 의지를 보고 있노라면, 내러티브의 헛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의 선함에 저절로 힘을 실어주게 된다. 더불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주 선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당으로 볼 수 있는 조정국의 사람들에게서도 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렇게 주인공이 골치 거리이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정리하면 될텐데, 이 조정국 사람들은 그저 감시하고 일이 터질 것 같으면 막는 것 밖에는 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주인공을 돕는 인물 역시 이런 선함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치고는 너무 동떨어진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소스 코드'와 비교하여도 이 작품은 완전히 로맨스다.  만약 이 영화를 포장하고 홍보할 때 SF라던지 필립 K.딕이라는 설정들을 완전히 배제한채, 운명적인 두 남녀의 로맨스로만 소개했더라면 오히려 이런 SF적인 설정이 몹시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SF적인 기대치는 딱 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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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스 프로야스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마 훨씬 재미있는 SF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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