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레드 선 (Superman : Red Son)
빅 브라더가 된 슈퍼맨


'원티드' '시빌 워' 등의 그래픽 노블을 쓴 마크 밀러의 걸작 '슈퍼맨 : 레드 선'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과연, 크립톤 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 칼 엘이 미국의 스몰빌이 아닌, 소비에트 연방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작은 가정에서 시작한다. 이 작지만 커다란 뒤틀림은 단순한 설정의 변화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정치/사회적인 내용을 품은 작품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여기서 '변모'라는 말은 기존 슈퍼맨 그래픽 노블 시리즈 보다 더 직접적으로 정치적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고르게 된 데에도 저런 궁금증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는데, 페이지를 넘길 수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슈퍼맨의 이야기는 물론, 배트맨 이나 원더우먼 등 다른 히어로들까지 다른 설정과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어, 기존의 이야기에 익숙하면 할 수록 더욱 흥미로운 전개가 진행되었다. 




이 작품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누가 감시자를 감시하는가'라는 유명한 문구와 함께 '왓치맨'을 보았을 때와 조금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스몰빌이 아닌 소비에트 연방에서 자란 슈퍼맨은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 브라더로서 등장한다. 이 작품은 슈퍼맨이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랐다고 해서 그의 본래의 선함마저 사라진 작품은 아니다. 즉 슈퍼맨 같은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가 미국이 신봉하는 것과는 대치되는 다른 정치이념의 사회의 편에 섰을 때, 그리고 그가 인간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이 자유를 통한 평화보다는 통제를 통한 평화일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인상깊게 그리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던 것이 '왓치맨'의 경우였다면, '슈퍼맨 : 레드 선'은 '통제를 통한 평화는 과연 옳은가'라는 화두와 함께 이를 이뤄가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자유의지를 택하는 대신 얻게 되는 것은 불안함이고, 완벽한 통제를 택하게 되면 자유로움 대신 빅 브라더의 보호를 받게 된다)




물론 '슈퍼맨 : 레드 선'은 기존 슈퍼맨의 이야기를 잘 몰라도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슈퍼맨과 렉스 루터, 로이스, 브레니악 등 오리지널 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경우라면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슈퍼맨이 스몰빌 출신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캐릭터는 다들 다른 목적과 성격을 갖은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소비에트의 슈퍼맨에 대항해 미국의 영웅이 된 렉스 루터를 비롯해, 슈퍼맨의 편에 서 있지만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는 브레니악 등 본래의 비틀기는 물론 패러디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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