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있으면서 지난 해 가장 큰 이슈가 된 책 중 하나인 '똑바로 일하라 (Rework)'를 뒤늦게 읽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처세술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라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모두 맞는 말일 수도 있는 동시에 모두 틀린 말일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잘못하면 '맹목'으로 빠져버리거나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세술이나 경영 등에 대한 책을 읽기 보다는 그 시간에 현실에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좀 더 시간을 쏟자 라는 주의인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이런 책들에게 도움을 받기 보단 휘둘릴 위험이 있어 (물론 휘둘리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잘 선택하지 않았었지만, 회사의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쨋든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일했으니 책에서 도움 될 만한 것들만 선택하여 취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외부 요인이 있기도 했지만 어쨋든 이 책 '똑바로 일하라'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화제를 끈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그 '단호함'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무언가 주장을 전달 할 때 매우 단호하고 확실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래!' 하는 기운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어조가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옳은 방향으로 어정쩡하게 가는 것보다는, 틀린 방향을 선택했을지언정 집중하여 단호하게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또 이렇게 해야만 결국 틀린 방향도 옳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렇게 하면 이런게 좋고 그 대신 이런 점들이 우려된다'라기 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라고 확실히 말하는 이 책의 방식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쓰여진 환경과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의견들의 기회비용들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아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서는, '똑바로 일하라'라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만하지만 10년 넘게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비슷한 IT업계에 몸담으며 느꼈던 현실과 기회비용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글로 풀어내야할 주제라고 생각했다.


모든 정보라는 것이 그렇고 특히 이런 류의 책들이 그렇지만, 독자는 저자보다 더 영리한 자세로 자신이 원하는 것, 내게 맞는 음식들만 체하지 않게 잘 골라 먹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도 이 책에서 내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것들이 많았다.

'꼭 성장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우리 현실에 맞게 바꿔보자면 '꼭 1등을 해야하는가' 혹은 '꼭 대박을 내야하는가'로 말할 수 있을텐데, 내 생각도 '그렇지 않다' 다. 직원이 늘고 사무실 평수가 늘어야만 하는 일들도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일들도 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꼭 그러지 않아도 효율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즉, 일의 종류에 따라 전 세계 몇 억명이 사용하는 것이 골인 사업도 있지만, 국내에서 매달 몇 만 명의 사용자가 꾸준히 사용하는 사업도 있다는 것이다. 대박을 내는 것은 좋지만 '꼭 대박'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대박이 아니면 실패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결국 둘 중에 하나의 결과를 안게 될 것이다. 즉, 훨씬 적은 확률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도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 도전이 어떤 바늘구멍인지는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부 자금은 마지막에 고려하라' 역시 100% 공감하는 부분이다. 꼭 회사 뿐만 아니라 개인도 그렇지만 현재 수중에는 없지만 빌릴 수 있는 한도의 돈에 대해 너무 쉽게 '내 돈'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정말 내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상황만을 고려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적어도 마이너스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내 돈이 아닌 돈을 항상 고려하게 되면 결국 그것은 또 모험이 되고, 나중에 커다란 짐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 투자가 예상되는 비용은 내 자산이 아니라 보너스의 개념으로 보는게 더 맞을 것이다. 이걸 그대로 내 주머니 속의 돈으로 여기는 순간부터는 아마도 이 끝나지 않는 터널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이 간극 만큼의 짐을 등 뒤에 얹고 가야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결정을 내려야 일이 진행된다' 도 맞다. 이 책에서는 '생각해보자'보다 '결정하는 것'이 옳다라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생각해 볼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생각을 하는 것은 문제다. 최소한의 생각해 볼 시간이 전제된 결정이라면 최대한 빨라야 한다. 결정이 느려지게 되면 결국 모든 결정을 종용하던 팀원들 역시 하나 둘 '그러려니'하게 되고, 결국 전체적인 결정의 속도가 '당연히' 늦어지게 되, 업무나 서비스 자체가 천천히 돌아가게 된다. 결정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때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정의 책임이 두렵다면 그건 결정권자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것일터. 결정에 대한 결과에 따라 보상도 책임도 지면 된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용인하는 분위기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나씩 다 공감 여부를 따지게 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슬슬 정리하자면)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가'는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인데 가장 안되는, 하기 힘든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는 직장 동료에게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이건 별로다'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그 상대가 나이나 직책으로 봐서 더 높은 이라면 더 어려울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는 단순히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얘기를 하려고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텐데,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이대로 하는 것은 무리다 인 것들도 있지만, 반대로 현실은 그럴지 않지만 그래도 해야한다 라는 점들도 있는데 이 문제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아마도 별로인데 그냥 말 안하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단, 현실적 문제 때문에 그런 말을 하기 어려우니 넘어가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것 뿐이지. 사실 나도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이 점이었다. 내가 봤을 땐 당췌 마음에 들지 않는데 '별로'라는 말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하게 모두가 쿨하게 일하자 라고 해서 100% 되면 좋겠지만, 사람일이라는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내가 택한 조금 어려운 길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나중에 '별로'라는 말을 해야할 때 할 수 있기 위해 그 동안 인간적으로 오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즉, 나중에 어떤 결과물을 보고 '이건 좀 별로다'라고 했을 때 상대가 '지가 뭘 알아'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별로일 수도 있겠군'하며 '별로'와 '별로'라는 얘기를 한 사람을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려워도 해야하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관계없이 그냥 '별로야'라고 했을 때 쿨하게 '어, 그래?'하고 받아들일 사람들로만 구성된 회사라면 상관없겠다. 쿨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미안한 것으로 끝나면 그건 정말 서로에게 미안한 것 밖에는 안될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이 글의 맨 처음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전방위 적으로 통용되기에는 위험성이 조금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벤처, IT, 스타트업 등에서는 배울 점이 많고 그대로 실행해도 좋을 점들이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이를 통해 나아지는 것보다는 감수해야할 일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는 '영웅이 되지 마라' '우주에 영향을 미쳐라' '회의는 독이다' '남에 일에 신경쓸 필요 있나' 등과는 달리 영웅이 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우주에까지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일도 많고, 꼭 회의를 해야만 하는 일도 있을 것이며, 남의 일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빠르게 움직여야만 할 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편으론 현실적인 제약들 때문에 어렵지만 그래도 옳은 말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선택에 문제다. 하나씩 다 이유를 들기엔 시간이 부족해 그리하지 못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주장에는 기회비용이 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즉, 우주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할 때 그로 인해 관심을 덜 주거나 끊어야 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고, 남에 일에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제품을 만들고자 한 대신 무언가 상대에 따라 변화해야할 때 빠르게 변화할 수 없음이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 내가 다니는 회사 혹은 앞으로 다니고 싶고 경영하고 싶은 회사에 따라 이 책에서 취해야할 것들이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일중독으로 살고 있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고, 회의를 매일 한다고 해서 독을 먹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영웅이 되려 한 자신을 자책할 필요도 없다. 냉정하게 자신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돌아보고 '이건 맞아' '이건 어렵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겠어' '이건 내 현실과는 좀 먼 얘기네'라는 걸 어렵지만 구별해 낼 수만 있다면, 양면적인 의미로 도움이 많이 될 책일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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