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RoboCop, 2014)

로보캅과 머피의 경계



영화를 선택할 때도 선입관이라는 것은 무섭게 작용한다. 처음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 리메이크 된다는 얘기를 듣고, 검은 색의 날렵한 수트를 입은 새로운 로보캅의 이미지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액션이 중심이 된 영화가 되겠구나' 싶었다. 흔한 국내 포스터의 홍보 문구를 흉내 내 보자면 '더 빠르고, 강한 놈이 온다!' 뭐 이런 식의, 액션 중심으로 좀 더 세련되진 영화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보게 된 조세 파디야 감독의 '로보캅'은 어쩌면 액션과 철학 가운데서 줄 다리기를 하던 폴 버호벤 보다도 더 로보캅이라는 존재의 태생적 고민을 담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즉, 로보캅과 머피의 경계에 관한 것 말이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일단 조세 파디야의 '로보캅'은 액션이 아주 드문 편이다. 로보캅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액션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실망을 할 수 밖에는 없는 부분일 텐데, 내용적으로도 액션이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깝고, 몇 안되는 액션 장면도 연출을 논하자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더 큰 지점은 액션의 비중이 아니라 로보캅(머피)을 영화가 다루는 방식과 비중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로보캅을 다루는 방식은 영웅이자 주인공으로서 다룬 다기 보다, 오히려 그 로보캅을 둘러 쌓고 있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철학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즉, 나쁘게 이야기하면 극 중 로보캅이 감정을 제어 당하고 있는 것처럼, 영화가 로보캅을 활용하는 방식은 그 주변의 이야기를 하는데 도구로 사용하는 격이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데넷 노튼 박사와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옴니코프 회장 셀라스를 내세우는 한 편, 로봇 경찰과 관련된 법안을 두고 벌이는 사회적인 반대 의견에 더 주목한다. 사실 이 영화가 모호해 지는 것은 명확한 선악 구조가 등장하지 않는 다는 점인데, 오히려 캐릭터의 관계를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의 이해관계로 묘사하려 한 방식이 그 가운데 놓인 로보캅과 머피라는 존재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영화는 초반 머피가 로보캅으로서의 자신을 처음 인지하는 장면에서, 사실상 뇌 말고는 아무 것도 본래의 것이 남아있지 않은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이 장면은 이전과 달리 머피의 고통이 실제로 느껴져 더욱 끔찍한 장면이었다), 이는 영화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주제, 즉 로보캅과 머피의 경계 혹은 로보캅에서 머피가 차지하는 비중, 서로의 지배 관계 등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있는 한 번 쯤 제로의 상태에서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사무엘 L. 잭슨이 연기한 팻 노박 캐릭터를 상당한 비중으로 내세운 것도 그렇고, 확실히 이 영화는 머피의 개인적인 고뇌에 집중하기 보다는, '로보캅'이라는 존재를 두고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의견으로 나뉘는 지에 대한 논의를 던지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영화의 마지막 팻 노박이 던지는 말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 작품이 새로운 리부트의 시작으로서 추후 속편이 나올 수 있다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로보캅'의 시작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인 동시에, 만약 이 것이 한 편으로 끝난다면 아직 로보캅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끝나버리는 것이 몹시 안타까울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마지막에서 오리지널의 복귀와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은 적지 않게 설레었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1. 전 제가 '로보캅'의 메인 테마음악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첫 소절만 들어도 소름이~


2. 영웅에 대한 대사를 주고 받다가 카메라가 '매덕스' 역할을 맡은 잭키 얼 헤일리를 비추는 장면은 나름 흥미로웠어요. 아무래도 그가 로어셰크 이다보니 ㅎ


3. 확실히 예전 '로보캅'에 비하면 머피의 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럴 만한 여지가 별로 없었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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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Metro-Goldwyn-Mayer (MGM)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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