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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 2016)

안방에서 즐기는 샤말란의 미스터리 슈퍼 히어로 영화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23 아이덴티티 (원제 - Split)'는 그의 두 번째 히어로 영화이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의 속편이다. '언브레이커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샤말란의 영화이자 가장 매력적인 히어로 영화 그리고 가장 속편을 기다려 왔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렇게 은근한 방식으로 (사실상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그 반가움과 쾌감이 더 컸다. '23 아이덴티티'라는 국내 개봉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 샤말란은 다시 한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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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납치극? 아니 슈퍼 히어로 영화


제임스 맥어보이가 여러 명의 인격을 한 번에 연기하는 장면들과 소녀들을 납치해 벌이는 사건으로 예상했을 때 '23 아이덴티티'는 쉽게 사이코패스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공포/납치극을 떠올려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런 겉모양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플롯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물론 가슴을 조여 오는 공포와 긴장감은 납치와 탈출의 구조에서 발생하지만, 넓게 보았을 때 샤말란은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캐릭터를 다중 인격의 사이코 패스라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개의 인격을 갖고 있는 만큼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슈퍼 히어로 (혹은 안티 히어로)로 묘사하며, 그가 천천히 각성하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여기에 납치된 소녀 중 한 명인 케이시 (안야 테일러-조이) 역시 단순히 납치 사건에 휘말린 연약한 주인공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각성하는 또 다른 인물로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23 아이덴티티'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던 두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어떻게 접점을 이루게 되는지 풀어가는 과정은, 영화가 끝난 뒤 복기하듯 다시 곱씹어 볼수록 더 흥미로운 부분이다.


# 그래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이라 부른다


마치 '언브레이커블'이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시작한 두 인물 데이빗 던 (브루스 윌리스)과 일라이저 (사무엘 L.잭슨)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 경우는 우연히 만났다기보다는 의도적이고 간절했던 만남이었지만) 더 큰 깊이를 갖게 된 것과 같이, 이 영화 '23 아이덴티티' 역시 크게 보면 두 명의 전혀 다른 인물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하나의 사건에서 싸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언브레이커블'이 데이빗 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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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개인적 트라우마 혹은 결핍 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주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언브레이커블'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일라이저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돌연변이라고 소외되고 버려져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인 '엑스맨'의 영웅들도 유사한 매력 혹은 공감대가 있었다.


영화 말미의 깜짝 등장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23 아이덴티티'는 정서적으로 완벽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이라 부를 만하다. '언브레이커블'이 지금까지도 많은 마니아 층에게 사랑받는 건 히어로 영화라는 전형적인 장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르적 정수에도 맞닿아 있었기 때문인데, '23 아이덴티티' 역시 전형적인 속편의 구조를 벗어난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편의 핵심 정서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 발전시키고 있는 영화로서 그야말로 '언브레이커블'에 딱 걸맞은 속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M. 나이트 샤말란은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을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23 아이덴티티'의 좋은 평가로 인해 이 프로젝트가 더 큰 그림의 속편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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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몸, 23명의 인격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


'23 아이덴티티'를 소개하면서 제임스 맥어보이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무려 23명의 인격을 연기하는 것 그 자체는 대단하고 연기력 측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일반적인 사이코패스 연기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으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임스 맥어보이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남자에서 여자로, 어른에서 아이로, 또 소심한 자아에서 거친 성격의 자아로. 의상의 변화도 있지만 그저 표정 변화와 대사 전달 만으로 전혀 다른 인격을 소환해 내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흥미롭고 신기하다 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여러 명의 자아가 하나의 몸 안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논쟁하고 갈등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 냈다. 사실 여기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단순히 '다중 인격'의 공포와 충격과 같은 볼거리에 그쳤을 텐데,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는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인격들은 다중 인격이라기보다는 더 나아가 여러 명의 캐릭터로 확실히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고, 이러한 공감대는 이 캐릭터가 겪는 후반부의 갈등과 각성을 좀 더 감정적으로 전달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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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아쉽게 놓쳤다면 VOD 서비스로!


만약 극장에서 아쉽게 놓쳤다면 오늘 (23일)부터 N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되는 VOD를 통해 '23 아이덴티티'를 만나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이 영화를 못 본 관객들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이미 극장에서 본 관객들이라도 '언브레이커블'을 다시 보거나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재차 감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속편이라는 연장선에서 보았을 때 좀 더 특별해지는 지점들을 발견해 내는 것도 '23 아이덴티티'를 다시 보는 좋은 감상 방법 중 하나가 될 테니.


'23 아이덴티티' N스토어 VOD 보러 가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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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 2016)

샤말란의 히어로 영화, 그 속편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23 아이덴티티 (원제 - Split)'는 그의 두 번째 히어로 영화이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의 속편이다. '언브레이커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샤말란의 영화이자 가장 매력적인 히어로 영화 그리고 가장 속편을 기다려 왔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렇게 은근한 방식으로 (사실상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그 반가움과 쾌감이 더 컸다. '23 아이덴티티'라는 국내 개봉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 샤말란은 다시 한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참고 글 : 언브레이커블 - 코믹스 세계 속 선과 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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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언브레이커블'이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시작한 두 인물 데이빗 던 (브루스 윌리스)과 일라이저 (사무엘 L.잭슨)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 경우는 우연히 만났다기보다는 의도적이고 간절했던 만남이었지만) 더 큰 깊이를 갖게 된 것과 같이, 이 영화 '23 아이덴티티' 역시 크게 보면 두 명의 전혀 다른 인물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하나의 사건에서 싸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흔히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다중인격의 인물에 관한 것으로 한정 짓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안야 테일러- 조이 (Anya Taylor-Joy)가 연기한 케이시 역시 절반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언브레이커블'이 데이빗 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23개나 되는 다중 인격이 하나의 인물에게서 표현되는 외부적인 요소가 드러나있지만, 이를 그저 일반적인 시선을 통해 비정상의 범주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병이나 흥미요소 정도로 즐긴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심심한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마치 영화 속 플레처 박사와 같은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23개의 자아가 하나의 몸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진짜 이 자아들을 각기 다른 인물들로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 각자의 이야기와 갈등 요소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외적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그 (여러 자아를 통칭)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얘기를 일부러 하는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신체에 여러 자아가 존재해 수시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는 흥미로운 사실 보다도, 이 여러 자아들이 하나의 신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겪는 갈등과 문제들이 더 중요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분은 결국 이 영화가 히어로 영화라는 점에서 히어로 혹은 빌런의 탄생 과정에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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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개인적 트라우마 혹은 결핍 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주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언브레이커블'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일라이저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돌연변이라고 소외되고 버려져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인 '엑스맨'의 영웅들도 유사한 매력 혹은 공감대가 있었다.


 '23 아이덴티티'에 등장하는 그 (아까 말한 다중 자아를 통칭)와 케이시라는 캐릭터 역시 본인들은 원하지 않았던 이유로 인해 능력(사회에서는 병이라 일컬어지는)을 갖게 되었거나, 그것이 목숨을 구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점은 샤말란이 '언브레이커블'에 이어 다시 한번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샤말란이 이 인물들에게 보내는 시선과 이들에게 부여한 이야기의 가장 깊은 곳에는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아무 문제도 없어'라는 위로가 담겨 있다. 그 위로가 느껴져서인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드라마 못지않은 감정적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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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썼던 '언브레이커블'에 관한 글을 찾아봤더니, 그 글 맨 끝에는 속편에 대한 바람이 있었다. 아,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엇? 설마... 이 둘이 만나는 3편도 가능하지 않을까?


1. 샤말란은 '더 비지트'로 재능이 죽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더니 오래 기다렸던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으로 이렇게 또 한 번 팬심을 자극하네요. 

2. 베티 버클리는 볼 때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생각 남 ㅎ

3. 안야 테일러-조이는 출연작들을 보니 제대로 본 영화들이 없더군요. 이번 작품으로 완전 매력에 빠짐

4. 엔딩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총 24개의 엔딩 크레딧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즉, 그의 새로운 자아가 탄생했다는 말?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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