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 극장판 블루레이 (銀河鐵道999, Blu-ray)
기념비 적인 애니메이션 그리고 블루레이


어린 시절 단순한 동심으로 즐겼던 애니메이션들 가운데서도 동심답지 않게(?)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작품들이 몇 작품 있는데, 그 가운데 그 아련함으로만 꼽자면 이 작품 '은하철도 999 (銀河鐵道999)'는 단연 적은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일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 동요들보다도 훨씬 더 많이 불리웠던 수 많은 만화 주제가들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곡 역시 김국환 씨가 부른 이 작품의 주제가였다. 그렇게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시간이 한참 지난 이후였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한참 많아지던 시절, 애니메이션의 계보 아닌 계보를 거슬러 오르다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으니 바로 '은하철도 999'였다. 그렇게 다시 보게 된 '은하철도 999'에 대한 관심은 영감을 얻었다는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銀河鐵道の夜)'까지 미치게 되었고, '아, 어린 시절 보았던 이 작품이 아련했던 이유가 단순히 스쳐가는 기억만은 아니었구나'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은하철도 999'는 그 주변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참 많은 작품이기도 한데, 이와 관련한 사실들과 분석은 이미 DP리뷰를 통해 페니웨이 님께서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정리해 주셨음으로, 이 글에서는 큰 부담을 덜고 블루레이로 다시 보게 된 '은하철도 999 극장판'에 대한 감상의 측면에 더욱 집중해 보려고 한다.

은하철도 999 블루레이 DP리뷰 (페니웨이 님)


사실 수년 전에 어린 시절 이후 다시 보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 극장판에 대한 진정한 가치까지 느끼지는 못했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라면 그 때도 이제 조금씩 알아가던 시절이라 깜냥이 많이 부족했던 시기였고,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소스의 퀄리티가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수년 전 구입한 '은하철도 999 극장판' DVD세트를 보았을 때는 이번과 같은 감흥까지는 느끼지 못했었다.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DVD를 보았을 당시에는 이런 감흥이 포맷의 퀄리티가 향상된다고 해서 그리 향상될 것이라고는 믿지 못했었다. 지금부터 이 작품에 대해 풀어놓는 감상은,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블루레이의 고 퀄리티로 즐겼을 때 새롭게 발견했거나 혹은 더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부분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겠다. 





린 타로가 감독한 '은하철도 999 극장판'은 새삼스럽지만 참 기념비 적인 작품이었다. 솔직히 이번에 다시 보면서 여러 장면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는데,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린 타로의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다. 요즘에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1979년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 극장판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TV시리즈를 극장용으로 재편집하거나 축약하여 '극장에서 보는' 정도의 역할이 대부분이었는데, '은하철도 999'는 제작사인 도에이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만, TV시리즈의 축약과 재편집을 넘어서 아직 진행중인 시리즈의 마무리(극장판 만의 엔딩)를 먼저 지어버렸다는 점만 봐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또한 원작자인 마쓰모토 레이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시도 역시, 결과적으로 아주 성공적인 모험이 되었다. 그 결과 1979년 개봉한 극장판 '은하철도 999'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한계를 넘어 아직까지도 실사 영화들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고 비교되는 작품인 동시에, 개봉 당시에도 실사 영화를 모두 통틀어서 흥행 1위를 거두었을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후세에 재평가되는 작품들이나 기념비 적이다 라고 평가 받는 작품들을 보면, 결코 그런 호화스런 수식어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 '은하철도 999 극장판' 역시 상당부분에서는 '당시에는' 이라는 조건을 달지 않아도 지금의 애니메이션들과 비교될 만하거나 더 앞서 있을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과 모험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는 점인데, 작품 곳곳에서 성인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치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수 많은 놀라운 것들 중에서도 가장 손꼽고 싶은 것은 바로 영화 음악이었다. 명작곡가 아오키 노조미가 만든 음악들은 그 음악 자체로서도 대단하지만, 그 선곡 센스가 파격적인 동시에 글 서두에 얘기했던 '아련함'을 증폭시키기에 너무도 적절한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트랙 앨범 '교향시 은하철도 999'는 당시 오리콘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룹 '고다이고'가 부른 주제가 역시 오리콘 싱글 차트 2위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직접 들어본 '은하철도 999 극장판'의 음악은 이런 사실 관계로는 다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감동의 연속이었다. 뻔한 감동을 부추길 수 있는 일반적인 음악 사용 대신 예상을 빗겨가는 장르의 곡이 갑자기 등장하지만,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커녕 '아, 이런 장면에 이런 곡이 잘 어울릴 수도 있는 거였구나 ㅠ'라고 느껴질 정도로 파격이 단순히 파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관을 열어버린 듯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나중에 린 타로 감독의 작품들 (특히 '메트로폴리스 (メトロポリス, 2001)'에서 잘 나타나는)에서 만나게 되는 이른바 '파괴의 미학'의 시작과 절정을 바로 이 극장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파괴의 미학. 2001년작 '메트로폴리스'를 보며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엄청난 파괴와 붕괴의 장면을 배경으로 너무나 감미로운 'I Can't Stop Loving You'가 흐르던 순간이었다. 이 장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장면과 연출이 '은하철도 999' 극장판에 등장하는데, '메트로폴리스'의 경우보다 정리된 느낌은 조금 덜하지만 스케일은 오히려 훨씬 더 큰 편이다. 스케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작품의 스케일은 극장판 임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애니메이션 극장판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의 액션 연출과 대규모 전투 장면들이 등장한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 같은 경우는 대사없이 진행될 수 있는 한계점을 한참이나 넘어서 버린 느낌을 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대사없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인데, 그럼에도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 있는 액션이 장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대사없이 진행되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클래식한 대서사시를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대단한 자신감이 아니었나 싶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이 애니메이션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사 영화들과 동등하게 평가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작품이 이전까지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보다 훨씬 더 '극장판'에 어울리는 의도적인 연출과 스케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대규모 전투 씬 같은 스케일 측면도 물론 그러하지만, 이렇게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부분들 외에도 세심하게 극장판에 더 어울리도록, 혹은 극장판이어서 더 자연스럽게 시도해볼 수 있었던 부분들을 활용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사실 스토리 자체나 몇몇의 설정들은 당시 일본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분명히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커다란 단점으로 지적되지 않을 만큼 TV시리즈가 갖는 오리지널리티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극장판만으로 독립적인 자립도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당시 감독인 린 타로가 얼마나 '극장판'이라는 포맷에 신경을 썼는지, 그리고 각본에 참여한 이치카와 콘 처럼 영화 스텝들의 적극적 활용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1979년작 '은하철도 999'와 1997년작 '안녕, 은하철도 999'는, 성공한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의 일반적인 공식들과는 다르게 원작자가 아닌 새로운 감독이 맡아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많은 것을 새롭게 시도했음에도, 오리지널을 해친다기 보다는 극장판에 걸맞는 확장성과 작품성을 갖게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2011년에 블루레이로 다시 보게 된 1979년작 '은하철도 999'는 2000년 대에 DVD로 보았을 때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한 듯한 작품성과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었으며, 아마도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인류가 이 작품처럼 우주를 여행하게 될 때, '은하철도 999'를 다시 보게 될 때야 말로, 어쩌면 이 작품의 가치가 비로소 인정받게 되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Blu-ray : Menu





Blu-ray : Quality

일본 개봉 30주년 기념으로 도에이 애니메이션사에서 자존심을 건 블루레이 타이틀이라는 말이 결코 겉치레만은 아닌 것 같다. 일단 1080p 풀HD의 화질은 DVD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선명함을 담아내고 있다. 일부 장면에서는 너무 선명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DVD와 비교하여 높은 퀄리티의 화질을 보여주는데, 종종 '아련함'을 담은 작품들이 고퀄리티의 화질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은하철도 999' 극장판 블루레이는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DVD를 볼 때만 해도 잘 몰랐었는데, 블루레이를 보고 나니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라는 포맷이 이 작품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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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신작 블루레이 타이틀과 1:1 비교를 하였을 때에는 부족함이 느껴지는 화질이지만, 작품의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또한 선명해진 화질 탓에 기존 비디오나 DVD버전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미세한 부분들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기도 했으며, 레이저 빔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대규모 전투씬을 비롯해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는 배경 장면 등에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의 잔상이 깊게 남아있는 팬들에게는 너무 선명해진 화질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차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것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운드는 일본어 LCPM 2.0, 한국어 2.0 사운드와 리마스터링 된 돌비 트루 HD 5.1채널을 각각 수록하고 있는데, 일단은 일본어와 한국어 두 가지 버전 모두가 각각의 의미를 갖는 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를 추천할 만 하다. '은하철도 999'는 오리지널인 일본어 더빙은 물론 국내 성우들이 더빙한 한국어 버전 모두가 만족스러운 많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데츠로(철이)와 메텔을 연기한 노자와 마사코와 이케다 마사코 콤비 그리고 우문희씨와 정희선씨 콤비의 버전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 타이틀의 소장 이유가 되겠다. 리마스터링 된 5.1채널의 사운드는 좀 더 블루레이만의 사운드 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오래된 작품이라 아무리 복원된 5.1채널의 사운드라해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 그래도 액션 시퀀스에서는 제법 멀티 채널의 효용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것도 일본어, 한국어 더빙 버전과 마찬가지로 어느 버전이 우월하다고 말하기 보다는, 둘 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부가영상으로는 역시 이번 블루레이를 위해 특별히 추가된 음성해설 트랙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겠다. 국내 최초로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었는데, '은하철도 999'의 매니아 중의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 투니버스 '스튜디오 붐붐'의 진행자였던 송락현 님과 PC통신 시절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동호회 '하이텔 애니메이트'의 전 시삽 이주석 님, 그리고 애니메이션 수집가로 잘 알려진 탁상 님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일반 팬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의 뒷 이야기들과 작품과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한 가득 들려준다. 실제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연달아서 일본어로 한 번, 한국어로 한 번 그리고 음성해설 트랙으로 마지막 한 번 더 풀로 감상하였는데 그래도 지루하지 않았을 정도로 매우 흥미로운 음성해설이었다. 이 타이틀을 구매한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빼놓지 말고 들어봐야할 음성해설이라 하겠다.




이 밖에 본 예고편과 티저 예고편, 그리고 아직까지도 추억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 유명한 김국환 씨의 '은하철도 999' TV판 주제가 뮤직비디오와 '눈물 실은 은하철도'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다. 극장판 본편을 보며 작품의 대단함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면, 익숙한 김국환 씨의 주제곡을 들으며 다시 한번 깊은 추억과 향수에 젖을 수 있었다. 




[총평] 최근 국내에서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거나 작품성은 있지만 비교적 마이너한 작품이 블루레이로 국내에 출시된 타이틀을 리뷰할 때, 쉽게 말해 '출시된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했었는데, '은하철도 999' 극장판 타이틀 역시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과 애니메이션 시장으로 미뤄봤을 때 결코 제작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 라이센스 버전만의 특전을 만들기 위한 제작사 노바미디어의 노력은 한 사람의 블루레이 유저로서 박수를 보내고픈 심정이다.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은하철도 999'를 2011년에 다시 살아 숨쉬게 한 것, 그리고 비로소 이 극장판의 대단함을 알 수 있도록 만든 것 만으로도 이번 블루레이의 출시는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에 캡쳐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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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리턴즈 - Episode 1 : 신비소녀 쥬라 (IMAX)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터라 TV용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국내에서 개봉하게
되는 흔치 않은 경우라던가,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역시 흔치 않은 기회들은
여러 악조건들을 감안하고서라도 꼭 챙겨보려고 애쓰는 편입니다(하지만 이런 노력도 최근에는 조금
무뎌져서, 예전에 '어린이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이누야샤 극장판 - 홍련의 봉래도>를 본 것이
이런 류의 애니를 극장에서 관람한 가장 최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이런 제게 최근 가장 관심있게 들려온 소식은 바로 '은하철도 999' 관련한 소식이었습니다.
그냥 극장판을 개봉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맥스 포맷으로 63빌딩 아이맥스 관에서만 특별 개봉한다는
소식이었죠. '은하철도 999'는 최근 EBS에서 방영하며(현재는 종영했죠) 다시금 관심을 끌기도 했었는데,
전부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보면서 새삼, 참 어린이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어려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새삼스럽지만 너무 앞서간 작품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여튼 이런 은하철도 999가 아이맥스 포맷으로 새롭게 선보인다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극장들과는 달리 예매 시스템도 편리하게 지원되지 않고(좌석제가 아니죠),
크리스마스라는 날의 특수성을 미리 고려하지 못했음에도 과감하게 63빌딩으로 수년만에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일단 영화 외적인 얘기를 조금 드리자면, 크리스마스라는 대형 이벤트 데이이기는 했지만 정말 그리도 사람들이
많을 줄을 왜 미처 생각 못했을까요. 63빌딩을 가득채운 엄청난 인파들 때문에 예매를 하고나서도,
'그냥 환불하고 어서 이 빌딩에서 탈출할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정신이 없는 분위기였는데,
63빌딩 아이맥스관의 특성상 좌석제 보다는 그냥 입장하는 방식을 택한 듯도 보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극장 분위기보다는 놀이동산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도 그랬고, 엄청난 인파들과 섞여 자리에 앉아 '관람'이 아니라 '체험'하는 듯한 분위기도 그랬고,
전체적으로 놀이동산에서 대형화면과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관람하는 특수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러닝타임이 약 40분 남짓 인것도(가격은 대인 8,000원 이었습니다) 그러했구요.

이런 화기애매(?)한 분위기에서 관람한 <은하철도 999 리턴즈>는 일단 초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화질 자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상영 전에 볼 수
있었던 아이맥스 트레일러와 비교하여도 별로 좋은 화질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작품은 '은하철도 999'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인물과 기본 설정만 빌려왔을 뿐
완벽하게 원작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듯 보였습니다. 좀 더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은하철도 999의 아이맥스 버전'이
아니라 '아이맥스 영화의 은하철도 999 버전'이랄까요. 999보다는 아이맥스가 위주가 된 이야기 구조와 영상들로
이루어진 작품이었습니다. 3D로 제작된 <폴라 익스프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맥스 포맷을 위한 장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999 열차가 관객들 눈 속으로 빠져들듯 지나가는 장면이라던가, 눈 바로 옆을 스치는 앵글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았죠),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인물들을 멀리서 이동 카메라로 바라보는 듯한 장면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은하철도 999보다는 아이맥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얘기한데에는 이런 영상적인 측면 외에 스토리에 관한
이유도 있었는데, '지구의 온난화'와 '공룡의 멸종' '갈릴레오 위성' 등 상당히 교육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었습니다.
마치 교육용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철이와 메텔의 설명을 통해 공룡들이 지구에서 어떻게 멸종했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지 친절한 설명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공룡을 등장시키다보니
영상 측면에서도 아이맥스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구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원작인 <은하철도 999>는 어린이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상당히 심오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작품인데, <은하철도 999 리턴즈>는 갑자기 너무 아동스러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너무 쌩뚱맞은
희망의 메시지라던가, 아무 설명없이 급하게 시작되고 급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했구요
(그래서 마지막에 '자, 다 같이 안드로메다로 출발!'했을 때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네요 ㅎ).

아이맥스의 초대형 화면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흥미로웠으나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게임 중간에 삽입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인물들의 움직임이 게임 속 캐릭터 처럼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요 배역들의 우리말 더빙이 어색하다보니 999스럽지 않아 어색했던 것도 있구요
(참고로 이 작품은 100% 우리말 더빙판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메텔의 목소리는 스컬리 역할로 유명한 서혜정님이 맡았는데 뭐 그럭저럭 이었다고 생각되나, 철이와 차장의 목소리는
끝내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익숙한 두 캐릭터의 목소리가 없다보니 더더욱 은하철도 999 스럽지 않았던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은하철도 999>를 생각하고 오신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메텔과 철이, 차장, 은하철도 999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익숙한 목소리도 없고, 이야기의 분위기도 사뭇 틀리니까요.
하지만 63빌딩 아이맥스 관 대형 스크린의 웅장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종의 '체험'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그리 나쁜
선택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관람보다는 '체험'이 위주가 된 애니메이션인듯 싶습니다.


1. 하록 선정과 에메랄다스가 우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

2. 엔딩 크래딧을 보니 영어 더빙 캐스트가 나오던데, 미국에서 상영하는 버전에 우리말 더빙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3. 이럴바에야 처음 999호를 타고 출발하는 장면에서 김국환의 주제곡이 신나게 울려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명곡을 아이맥스 대화면을 통해 들었다면 초 감동이었을텐데 말이죠;;;

4.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쥬라' 캐릭터를 보니, 왜 이렇게 '록맨'이 생각나던지요
    (쥬라의 아빠는 정말 록맨 같더라구요 ㅎ)

5. 원제를 찾아보니 '은하철도 999 별하늘은 타임머신 에피소드 1 : 태양계 공룡 멸종편' 이군요 ;;;

6. 현재로서는 1월 19일까지 상영 스케쥴이 잡혀 있네요.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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