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시 반이 조금 지난 이른 아침. 민족의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국회의사당에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내일 영결식이 치뤄지는터라 더 늦게 된다면 못찾아 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국회의사당에 오게 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런 비통한 일로 오게 되었네요.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빈소로 향하는 길목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금이나 엿볼 수 있는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 물론 선생님이라고 감히 부를 자격이 되지도 못하지만, 그의 삶은 분명 정치적인 입장이 틀리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으로서 충분히 존경 받을 만한 삶을 사셨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남자가, 어떤 사람이 한 평생을 이리도 치열하고 극적으로 후회없이 살 수 있었을까요. 시대의 고난 속에서도 이를 항상 온몸으로 이겨냈던 그의 삶이 너무도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장면이 과연 다시 한번 나올 수 있을지 정말 의문입니다. 제발 이런 사진을 보며 '동시대를 함께 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다시 한번 이뤄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역시 길목에는 많은 이들이 마음이 담긴 화한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는 형식적인 허울을 위해 보내온 모 단체들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에서 온 조문단에게 무력 항의를 하던 그 단체의 화환도 있더군요. 저 역시 가스통이라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울컥했으나, 그의 영전에 누가 되기에 마음을 억눌렀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분들이 계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숫자와 상관없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자면, 진심에서 우러나서 조문을 하러온 분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마치 무슨 이벤트에 참여하듯이 일명 쪼리를 신거나 화려한 복장으로 조문을 온 분들도 계신 것 같아 한 편으론 맘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오는게 안오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면 드릴 말씀이 없지만, 최소한의 조문 예의도 갖추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이 한 편으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 늦게나마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추모의 벽에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특히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메시지가 눈에 밟히더군요. '형님, 감사합니다' 라던가 마치 초등학생 같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곧 만납시다' 라고 써내려간 메모는 왠지 마음 한 켠이 울컥해지더군요. 모두 다 감사의 메시지, 미안함의 메시지였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뒤늦게 후회만 하고 마는 것일까요 ㅠ




제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을 담아낸 사진전을 보고 있노라니, 한없이, 정말 한없이 내 자신이 너무도 작아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저는 과연 이 남자처럼 살 수 있을까요.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서로를 오랫동안 위하며 이렇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 한없이 내 자신이 부끄러워만 집니다.





특히 이희호 여사님과 함께하신 사진들이 많았는데, 참 보기 좋은 모습들이었습니다. 두 분의 결혼생활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전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을 참기가 어렵더라구요. 며칠전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프닝 멘트였던가요. 겁 많았던 소년의 이야기. 정말 거인처럼 느껴졌던 김대중이라는 한 사람도 결국 아주 겁많은 보통 사람이었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반대로 느낄 수 있는 이 사진을 보면, 오히려 그 동안 그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에 더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전 사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민주주의 = 김대중' 이런 비슷한 식으로 무의식 중에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는 꼭 대통령이 되어야할, 민주주의의 상징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으로 추앙할 만큼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는 점은 가슴으로는 몰라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나서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 김대중이라는 인물은, 머리로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저것 푸념을 늘어놓고도 싶지만, 늘어놓을 수록 한 없이 부끄러워져만 가는 제 자신이 너무 뻔히 보여서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삼가 애도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그 동안 배운 것을 꼭 행동으로 옮기는 양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글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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