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 (Bella, 2006)
가족이라는 치유의 이름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감독의 2006년작 <벨라>를 보기로 마음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상적인 국내 개봉 포스터 때문이었다. 타국의 포스터들보다 어찌보면 좀 더 종교적이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파란 하늘과 백사장을 배경으로 아이와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포스터는, 무언가 보고 싶게끔 만드는 매력을 한껏 담고 있는 듯 했다. 또 하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를 들자면 '알레한드로'라는 감독의 이름 때문이랄까. '알레한드로'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보고 싶게 하는 요상한 이름이다 ;;; 그렇게 보게된 <벨라>는 가족과 치유에 관한 진부하리만큼 '착한'영화였다.


Metanoia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는 정말 착한 영화다. 그리고 이런 '치유'에 관한 영화들을 여럿 보아왔던 이들이라면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는 이야기로 주인공들의 결핍과 상처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더 큰 사랑으로 치유되어 진다. 남자 주인공 호세와 여자 주인공 니나는 각각 견디기 힘든 삶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데, 이런 두 사람이 짧게 나마 함께 하는 여정은 먼 바닷가, 외딴 곳이 아니라 호세의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이어진다. 호세는 니나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여 자신의 상처를 오히려 돌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되고, 니나는 호세와 그의 가족을 통해 결국 자신의 상처는 가족으로 감싸안아야 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짧은 이야기에는 인물들의 상처와 살아온 이야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몇가지 소스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이런 스토리텔링보다는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크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배경으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에는 이러다할 사건이 없다. 두 주인공이 상처를 갖게 된 것은 영화 속 시점에서 수년 전 과거의 일이며, 그렇다고 이 상처가 갑작스런 어떤 우연한 사고로 인해 봉합되는 것 역시 아니다. 그저 두 주인공은 항상 곁에 있던 것들로부터 뒤늦게 (혹은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각성하게 되는 것 뿐이며, 그 과정 역시 전혀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 <벨라>의 미덕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에 있다. 서로 소리지르며 다투었지만 바로 다음 날 서로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로의 옆을 쿡쿡 찌르는 것 만으로도 화해랄것도 없는 화해를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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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더 들려주고 안겨줄 것만 같았었기에 조금은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가족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벨라>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추천할 만한 요소는 부족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감독은 메시지를 간결한 대사와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인상적인 수록곡들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 두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떠오르기도 했다. 추석이라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절에 보기에 적당한 가족 영화였던 것 같다.


1. 남자 주인공은 짐 카비젤을 여자 주인공은 노라 존스를 닮았더군요 ;;
2. 사운드 트랙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출시는 아마도 어렵겠지만 말이죠. 유명한 곡인 'Cucurrucucu Paloma' 역시 Jon Secada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구요.
3. 수입사에서 자막에 많은 신경을 쓴 듯 하더군요. 영어 자막으로는 제공되지 않는 지명이나 상품의 이름 등을 자막으로 지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빈 게이를 듣고 싶다'를 '블루스를 듣고 싶다'로 번역한 건 걍 '마빈 게이'로 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 싶었구요.
4. 전체관람가로 전혀 문제가 없긴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는 아닌데 휴일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이 많아 아이들이 많이 지루해하더라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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