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ランプ) 내한 콘서트 ‘봄의 환상(幻想)’ 후기
부제 :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생일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최근 앨범을 즐겨 듣고 있던 일본 밴드 LAMP(ランプ)의 내한공연에 초대 받아 생일선물 겸, 오랜만에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LAMP의 음악을 이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은 이번 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최근 앨범이어서인지 지난 앨범들과 비교해도 이번에 파스텔뮤직을 통해 라이센스된 앨범 'ランプ幻想(램프환상)'은 가장 와닿는 앨범이었다. 공연과 앨범 리뷰를 겸한 글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공연 컷이 추가되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그런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연은 정말 정신이 없고 통제 불가능 상태이긴 하다;).





먼저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 '루싸이드 토끼'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LAMP의 라이브는 시종일관 활기차면서도 따스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아, 그전에 오프닝을 장식한 루싸이드 토끼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라이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곡으로 커버한 Jamiroquai의 'Love Foolosophy'는 평소에도 좋아하는 곡이라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편곡된 무대가 인상적이었고, 이후 들려준 그녀들의 곡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보컬만의 소박한 구성과 분위기가 인상적인 음악들이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 LAMP의 무대는 비교적 멘트 없이 빠르게 연결되었다. 특히 곡과 곡 사이의 텀은 박수를 충분히 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급하게 연결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것도 다 이들의 수줍음 때문이리라. 의외로 드럼과 퍼커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들도 많았고 빠른 리듬의 곡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빠른 리듬의 곡들은 정말 이제야 봄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따스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이 날도 비가 왔고, 오늘은 갑자기 겨울 날씨로 눈이 올지도 모르는 이 요상한 3월 날씨에, 음악으로 나마 봄을 느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LAM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박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혹은 건반과 아코디언, 플룻 등으로 이뤄진 곡들은 사카키바라 카오리의 속삭이듯 보컬과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과 만나, 다시 한번 객석을 또 다른 봄으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음반으로 들을 때는 단순하게 카오리의 보컬이 더욱 기억에 남았었는데, 공연에서는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많은 곡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나가이 유스케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 매고 들려준 '密やかに'의 무대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거니와 이 곡을 들을 때 만큼은, 다른 장치들 없이도 완전하게 기타와 보컬에게만 빠져들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번 공연은 초중반까지는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을 주로 들려준 반면, 중반 이후 부터는 이번 앨범의 곡들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앨범을 인상 깊게 들어서인지 중후반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LAMP는 새 앨범 작업 중이라고 했는데, 작업 중인 신곡들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첫 라이브 무대라며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공연 내내 느껴진 LAMP의 인상은, 매우 수줍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 조차 몹시도 수줍어 하며 말을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소박한 음악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LAMP는 공연장을 한껏 봄의 활기찬 기운으로 들뜨게 했다가도 다시 낮잠을 부르는(좋은 의미로) 안락함을 주었다가, 새벽의 어슴푸레함을 전하는 등(하지만 따스한), 여러가지 모습의 봄의 환상을 들려주었다. 아, 그리고 환상과 더불어 여러가지 다른 꿈의 환상도 들려주었다. 앞서 언급한 낮잠과 같이 달콤한 꿈과 백일몽 같이 환상에 빠져드는 꿈, 그리고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꿈까지.

그러고 보니 LAMP가 말하는 '봄의 환상'이란 결국 '꿈'이 아닐까도 싶다.




LAMP의 네 번째 앨범 '봄의 환상'은 듣는 순간 쉽게 빠져들만한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그것이 봄이 되었건, 꿈이 되었건 LAMP가 전하는 환상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녹음 중인 그들의 새로운 음반에는 또 어떤 환상이 담겨있을지, 이번 앨범과 공연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급작스럽게 겨울로 돌아간 듯한 우리의 3월. 봄의 전령사 LAMP로 한층 따듯해졌음에 감사한다.
에잇,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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