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 (Robin Hood, 2010)
로빈 후드 비긴즈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로빈 후드' 이야기를 리들리 스콧이 새로 쓴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주인공이 러셀 크로우라고 했을 때 기대되는 바는 분명했다. 이미 '킹덤 오브 헤븐'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던 리들리 스콧의 장점과 '막시무스'로 정점에 올랐었던 러셀 크로우의 강인한 이미지가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로빈 후드'는 하나의 개별 영화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3부작의 1편의 성격이 강한 그러니까 '로빈 후드 비긴즈'의 내용을 담고 있는 프리퀄이었다. 이 이야기는 곧 무언가 '글래디 에이터' 급의 극적인 요소나 '킹덤 오브 헤븐' 같은 완성도를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가 아닌 '로빈 후드 비긴즈'의 이야기를 다룬 리들리 스콧의 이번 작품은 어떨까.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로빈 후드'에는 정작 로빈 후드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다시 말해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에는 '로빈 롱스트라이드'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는 나오지 않을 뿐더러 '로빈 후드'로서의 활약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가운데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로 등장하는 장면은 엔딩 장면이 되어서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중반 쯤에 나라의 불합리한 점을 알게 된 로빈이 동료들과 '후드'를 뒤집어 쓰고 밤에 몰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약탈을 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아, 이제부터 저런 로빈 후드 다운 활약상이 펼쳐지겠구나!' 싶었는데, 정확히 딱 그것 뿐이었다. 영화는 아직까지는 로빈 롱스트라이드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듯 오히려 본격적으로 그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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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가 아니라 로빈 롱스트라이드로서 수 많은 무리들을 이끄는 장면은 사실 조금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쉬운 예로 '브레이브 하트'의 윌리엄 월레스의 경우는 작은 마을에 살던 월레스가 어떻게 전설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지, 명성과 지지를 얻게 되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는데 반해, 로빈 롱스트라이드는 그저 한 번의 발언권으로 옳은 말을 했을 뿐인데 수 많은 영주들을 재치고 대군을 이끌게 되는 전개과정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느껴졌다(물론 그가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점은 무리들 사이에서 그가 대표될 만한 이유이지만, 이 아들이라는 점이 대중들에게 전파되는 부분이 없던 관계로 조금은 미흡하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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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드디어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현상금이 걸린 채로 숲에서 아이들과 숨어서 살며, 국가에 반해 선의의 도적질을 일삼게 되는 로빈 후드가 된 건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결국 영화는 왜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로빈 후드'가 되어야 했나에 대한 탄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사실 그런 면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다만 이 영화를 본격적인 로빈 후드의 활약상으로 예상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심심한 경험이 될 것 같다.
1. 사극 전문 조연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더군요. 왜 있잖아요.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역사극 속에서 자주 보게 되는 배우들.
2. 러셀 크로우는 예전 숀 코네리와 함께 '로빈 후드'를 영화 속에서 연기한 가장 나이 많은 배우로군요 (45세)
3. 그런데 속편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비긴즈'만 하고 마는건가요, 이 작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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