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 : 극장관람기
(2009 Seotaiji Band Live Tour - The Mobius)


태지매니아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연 실황을 또 한 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번 '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를 지난 금요일 관람하였다. 그 어떤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 인터넷 예매에도 실패해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도, 이번에는 제법 위험하게(?) 겨우겨우 예매에 성공! 나쁘지 않은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역시 같은 상영관인 메가박스 서태지 M관에서 볼 수 있었던 '서태지 심포니 실황' 이후 태지의 공연을 극장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뫼비우스 실황이 훨씬 좋았다 ㅠ 그도 그럴 것이 심포니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심포니는 공연 자체가 컨셉이 강한 작품이었고 이번 뫼비우스는 그와는 다르게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과 더불어 서태지 밴드의 새로운 투어 브랜드로서 훨씬 더 보여주고 들려줄 것들이 많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 갔어야 했어. 무리를 해서라도 갔어야 했어'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 만큼 뫼비우스 투어는 (특히 용산에서 갖은 공연은) 다양한 무대 장치와 효과들로 스케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자유롭게 열고 닫히는 병풍 스크린(ㅋ)을 통한 영상들과 마치 마이클 잭슨의 'Beat It' 공연을 연상시키듯 리프트를 타고 객석 가까이로 다가가는 무대 연출이나, 이제는 두말하면 입 아픈 'Take 5'의 노란 종이비행기 퍼포먼스까지. 기존 태지 공연의 레퍼토리들은 적절히 살리면서도 대형 무대만의 효과들에도 상당히 신경 쓴 공연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극장에서본 '뫼비우스 투어'가 더 좋았던 건 곡 중간중간에 바로 이어질 곡의 리허설 장면을 짧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서태지를 비롯해 밴드 멤버들의 평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그야말로 '팬서비스'였다.




곡들에 대한 짧은 평을 해보자면, 지난 번 직접 보았던 'WORMHOLE' 콘서트를 통해 명곡으로 재 발견된 '내 맘이야'를 비롯해, 45RPM과 함께한 새로운 '하여가' 그리고 태지의 연기마저 돋보이는 '제킬박사와 하이드', 오랜만에 함께한 락과 탑의 트윈 기타를 만나볼 수 있었던 '대경성'과 '슬픈 아픔'. 특히 '슬픈 아픔'은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깊은 곡이라 더더욱 반가웠다!! (여기서 개인적 추억이란 고등학교 축제 때 이 곡과 '널 지우려해'를 엮어서 불렀던 추억). 그리고 이스터섬으로 떠나는 'Moai'. Moai는 장담하건데 세월이 가면 갈 수록 나중에 가서 명곡으로 더평가(재평가 아님) 될 것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참 대단한 곡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 10년쯤 뒤에 다시 집중해서 듣고 글을 써보리라.

이번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곡들은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이었다. '서태지 심포니' 상영은 극장에서 본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뫼비우스 투어'는 진짜 공연장에 가서 보고 난 느낌이 들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후반부를 장식한 아이들 시절의 곡들 때문이었다. 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겠지만 어찌나 찡하게 만드는 선곡들인지.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는 (그저 쓰려고 생각만 했는데 소름이 돋았다 ㅠ) 팬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글썽이지 않았을까 싶다. 뭐랄까 점점 서태지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공연을 공연 자체로 즐기는 것 외에, 추억을 함께 공유했던 뮤지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해져 가는 것 같다. 아이들 시절의 영상과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도 찡하지만 그 당시의 학생이었던 내가 떠올라 더 찡해진달까. 그렇게 태지와 나는 깊이 연관되어 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그리고 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운아고, 서태지의 영원한 팬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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