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 (Brødre Brothers, 2004)


1. 덴마크 출신 수잔 비에르의 '브라더스'를 월드컵 그리스전 승리의 기운이 만연한 새벽 시간, KBS 명화극장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최근 개봉했던,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 주연을 맡고 짐 셰리단이 연출한 동명의 리메이크작 '브라더스' 때문이었는데, 예전 짐 셰리던의 리메이크 작에 대한 평에 원작을 반드시 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아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우연히도 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2. 수잔 비에르의 '브라더스'를 처음 본 느낌은 마치 도그마 선언을 한 감독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보를 확인해보니 도그마 선언과 수잔 비에르는 연관이 있더라. 즉 수려한 영상미(더 영화적인)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원작 '브라더스'는 좀 더 영화 본연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3. 사실 원작과 리메이크가 있는 경우 무엇은 먼저 보았느냐에 따라 각각의 감상평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데, '브라더스' 역시 거꾸로 리메이크 작은 먼저 보고 원작을 나중에 보다보니 원작을 먼저 보았을 때의 평가와는 조금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다른 리메이크작의 예로 들어보자면, 아마 내가 '무간도'보다 '디파티드'를 나중에 보았다면 '디파티드'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다(물론 '디파티드'의 평가는 갈수록 나아져가는 편이긴 하다). '브라더스'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리메이크를 먼저 보다 보니 원작에서 받았어야 할 많은 감정들을 새롭게 느껴보지 못해 더 정확한 평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짐 셰리단의 리메이크작 '브라더스')

4. 수잔 비에르의 원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짐 셰리단의 리메이크작이 거의 원작과 98% 이상 동일하게 만들어졌구나 하는 것이었다. 대략의 줄거리는 물론이요, 아주 작은 설정과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거의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었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배우들 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리메이크 작 만의 새로운 점은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즉, 리메이크 작에서 열연한 세 배우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지만 원작을 보고 난 이후였다면 너무 그대로인 내용과 묘사에 실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5. 세 명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극 중 형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경우 워낙에 감정 연기가 중요하고 폭의 깊이가 깊은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누가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편이다. 물론 여기에는 토비 맥과이어라는 배우에 대한 기존 이미지가 작용한 탓 (기존의 토비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연기)도 크다. 형이 아내 역할의 경우 코니 닐슨과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고 있는데, 이 캐릭터는 유일하게 원작의 배우도 제법 익숙한 배우였고(참고로 코니 닐슨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우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었다), 무엇보다 엄마이자 아내라는 캐릭터로 보았을 때 나탈리 포트만 보다는 코니 닐슨이 더 적역이 아니었나 싶다.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 물론 동생 역할도 어울리지만 형 역할로 나와도 되었을 만큼 정확히 '브라더스'의 동생 역할에 딱 어울렸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리메이크는 그 만의 인상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더 나을 수 밖에는 없을 듯.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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