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Night Fishing, 2010)
박찬욱과 어어부 프로젝트의 콜라보레이션
박찬욱 감독과 동생인 미디어아티스트 박찬경 감독의 프로젝트 단편 영화 '파란만장'을 뒤늦게 IPTV를 통해 관람하였다. 공개 당시에 워낙에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라는 사실로 화제가 되었던 단편영화였는데, 극장 상영 기회는 아쉽게 놓쳤지만 쿡TV를 통해 이제야 만나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었던 건 당연히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 때문이었는데, 홍보의 포커스는 아이폰 4였지만 개인적으로 아이폰 4 촬영은 양념일 뿐, 단편이긴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단순한 이런 호기심 정도여서인지 오광록 외에 이정현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보게 된 박찬욱/박찬경 형제의 단편 프로젝트 '파란만장'은, '박찬욱 + 아이폰 4' 라기 보다는 오히려 '박찬욱 + 어어부 프로젝트' 가 더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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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래도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 라는 트랜드와 맞물려, 박찬욱 같은 전문가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는 어느 정도의 퀄리티일까? 라는 궁금증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런 측면에서 '파란만장'은 마치 '봐, 아이폰 4로 이런 장면도 찍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의도된 장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마케팅과 기술적 포인트에 맞춰 작품을 만들 박찬욱 감독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런 포인트를 포함하려고 의도한 부분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영화와 거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는 앵글을 비롯해, 아웃 포커싱이라던가 스마트폰이라면 아마도 취약점이 아닐까 라고 생각되는 어두운 밤 장면, 더 나아가 수중 촬영에 이르기까지, 영화 촬영 카메라로서 아이폰 4가 갖는 기술적 가능성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적절히' 배치 했다는 점인데, 가끔 3D입체 영화의 경우 너무 기술을 보여주어야 겠다는 의도 때문에 본편과는 어긋날 정도의 연출이나 장면이 등장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는 점에서, '파란만장'은 이런 기술적 가능성의 노출과 작품의 분위기가 잘 균형을 이룬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한 발 더 나아가 얘기하자면, 스폰서인 올레KT와 박찬욱 감독의 팬들을 모두 적당히 만족시키는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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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편이라는 특성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편은 단순히 장편에 비해 분량이 짧은 것이 아니라, 단편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호흡과 분위기가 있어서 매력적이기 마련인데, 이를 모를리 없는 박찬욱/박찬경 감독은 단편만이 낼 수 있는 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낚시터와 밤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설정, 그리고 굿을 벌이는 또 하나의 시퀀스는 기괴함과 모호함이 맞물려 관객들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내는 동시에 별다른 앞뒤 설명 없이도 어렵지 않게 단편 속 '순간'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오광록과 이정현 두 배우의 연기를 들 수 있을텐데, 이정현이 표현한 캐릭터의 경우 얼핏보면 극중 캐릭터라기 보다는 (특히 노래할 때) 가수 이정현의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이질감이 '파란만장'만의 아우라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서두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 작품의 기괴함과 단편 맛의 맛을 내는데 가장 인상적인 재료는 어어부프로젝트의 음악이 아니었나 싶다. 평소에도 아방가르드하고 독창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어어부프로젝트의 음악은, '파란만장'이 더 단편스럽도록 그리고 더 기괴한 리듬을 갖도록 하는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박찬욱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을 통해 함께 작업한 적이 있었던 어어부프로젝트는, '파란만장'을 통해 또 한번 다른 아티스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리듬과 공기를 작품에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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