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넬리 블루레이 리뷰
무삭제 디렉터스 컷으로 다시 만나는 파리넬리
제라르 꼬르비오 감독의 1994년 작 '파리넬리 (Farinelli - Il Castrato)'는 혹 그 영화는 보지 않았더라도 '파리넬리'라는 이름과 정체(?)만은 누구나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인물이다. 1994년 당시에도 음악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인상이 화제가 되며 1995년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아카데미에서도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작품성 역시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18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파리넬리라는 카스트라토 (소프라노와도 같은 아름다운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남자 가수)의 이야기를 그의 형 리카르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거세된 남성 카를로 (본명 Carlo Maria Broschi)로서 겪는 고통과 예술가인 파리넬리로서 그리고 형 리카르도와의 형제 관계 내에서 겪는 일들을 인상적인 노래(가창)로 잘 엮어냈다.
'파리넬리'는 1994년 국내 개봉 시에는 거세 장면 및 베드 씬 등이 삭제되어 개봉되었었는데, 최근 발매된 블루레이는 무삭제의 디렉터스 컷으로 출시된 점이 일단 가장 반가운 점이다. 2011년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리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충격 여부를 떠나서 드디어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버전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디렉터스 컷의 출시는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이번 무삭제 디렉터스 컷은 DVD와 블루레이로 발매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소규모이긴 하지만 극장에서도 재개봉을 해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바야흐로 '파리넬리'를 다시 한 번 즐겨볼 적기가 아닌가 싶다.
가끔 예전에 보았던 작품들을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될 때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추억의 깊은 인상에 비해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파리넬리'의 경우는 워낙에 음악이 깊은 인상을 주었던 터라 오히려 음악 외적인 것들에 대해 떠올려볼 기회가 적어서였는지, 마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것과 흡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치 극중 화려한 기교와 이슈 메이커로서의 파리넬리의 이면에는 예술로서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그가 있는 것처럼, 다시 보게 된 '파리넬리'는 음악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그의 삶과 이야기에 보다 깊게 빠져들게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파리넬리'를 논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터. 이 작품을 통해 더욱 잘 알려진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Rinaldo)' 가운데 'Lascia Ch'io Pianga (울게 하소서)'가 등장하는 장면의 감동은 다시 봐도 압도적이다. 참고로 극 중 삽입된 파리넬리의 노래들은 미국 출신의 카운터 테너 데릭 리 라진과 폴라드 출신의 여성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레브스카의 노래를 편집을 통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작품의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남는 잔상으로 인해 정지 화면 시 흔들림 현상이 발견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5.1채널의 사운드는 파리넬리의 인상적인 노래들을 부족함 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고음역대에서 느껴지는 파워도 좋지만, 화려한 기교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블루레이 자체의 단점으로 보기는 조금 어렵지만 후시 녹음에 가깝게 대사가 입혀져 있어 더빙과 영상 사이에 미세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에는 첫 번째로 'Scent of a lost voice (잃어버린 목소리의 향수)'를 만나볼 수 있는데, 약 50분 분량의 영상으로서 실존 인물이었던 파리넬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과 더불어 이 작품이 가능할 수 있었던 파리넬리의 노래 재현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려준다.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극중 파리넬리의 노래는 남성 카운터 테너 데릭 리 라진과 여성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레브스카의 목소리가 더해져 만들어졌는데, 기본적으로는 데릭 리 라진의 목소리를 베이스로 여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여성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결합하여 만들어낸 과정을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두 성악가의 노력이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영상이었다.
두 번째로 'More Team Interview'에서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 등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의 제작단계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목소리 창조 과정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 그리고 세계 영화제 등에 소개되어 수상하기도 했던 소감들을 들려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너무 신나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인 인터뷰였다.
[총평] 영화 팬들의 뇌리에 그 선명도는 각기 다를지언정 깊이 각인되어 있는 '파리넬리'는, 다시 보니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무삭제 디렉터스 컷으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던 것은 물론이요, 초회 한정으로 헨델의 오페라 '울게 하소서'외 10곡이 수록되어 있는 DVD-Audio를 포함하고 있으니, '파리넬리'를 추억하는 팬들과 이번 기회에 말로만 듣던 이 작품을 처음 접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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