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일본 큐슈 여행기 #1 _ 내 사랑 모스버거

어쩌다 보니 매년 일본 여행을 가는 처지(?)가 되었는데, 이번 여행은 정말로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잘 알다시피 일본 원전사고의 여파로 일본 여행을 아예 꿈도 꾸지 않았었고 국내 여행만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급하게 떠나는 뒤늦은 휴가라 국내 여행지는 이것저것 예약하기가 쉽지가 않았었다 (물론 찾고자 한다면야 있었겠지만, 이번 여행의 컨셉은 드디어 휴가라는 목적에 맞게 '휴식'이었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숙박이나 곳을 고르다보니 그리되었다는 변명;;). 그러다가 그냥 한 번 일본 쪽을 둘러보았는데 적절한 가격에 급한 일정에도 가능한 항공과 숙박. 그래도 계속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지워지질 않았다. 하지만 사고가 난 후쿠시마와의 거리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부산보다도 먼 곳에 위치하는 큐슈는 안전한 곳이라는 판단하에 과감하게 결정. 올해도 일본으로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참고로 실제로 일본에 있던 중 뉴스에서는 큐슈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2박 3일 일정으로 떠난 큐슈 여행. 제주항공을 타고 금요일 떠난 여행은 기타큐슈 공항에 내리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라고 하고 싶었으나, 우리가 묵기로 했던 고쿠라 역의 선 스카이 호텔에서 픽업 온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실감나지 않는 여행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패키지로 온 한국 관광객 분들이었는데, 이 분들과 공항에 내려 함께 호텔서 픽업 온 한국분이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1시간 여를 한국말만 들으며 달리다 보니, 당췌 차창 밖 일본 풍경이 와닿지 않을 정도로, 몹시도 한국스러운 분위기였다. 호텔에 도착해 수속을 체크인을 마치고 빠르게 시내로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일본에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






고쿠라 역에서도 버스로 약 15~20분 정도 떨어진 선 스카이 호텔은, 지금껏 내가 와봤던 일본 호텔 가운데 로비는 가장 호텔스러웠다. 그 동안 경험했던 호텔들이 전부 로비라고 부를 곳 조차 제대로 없었다는 것 +, 선 스카이의 로비가 제법 괜찮았다는 것까지 + 된 결과랄까. 로비에서는 와이파이도 잡혀서 무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만화책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적절히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며 따듯한 커피도 준비되어 있어 시간만 있다면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본까지와서 호텔 로비에서 여유를 부릴 시간 따위는 없겠지 ㅋ).





반대로 객실은 지금껏 겪어왔던 방들보다도 더 좁았다. 일본 호텔 객실들이야 다들 이 정도로 딱 침대 하나에 책상 하나 있고 통로조차 좁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좁았다는 걸로 이해하면 딱일 듯 하다. 입구가 매우 좁아서 캐리어를 두고는 지나가기 힘들 정도라고 보면 됨. 객실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다는 홈페이지의 설명과는 달리 방안에 랜선이 들어와있었다. 이번 여행은 고민을 하다가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노트북 할 시간에 좀 더 여유를 만끽하기로 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짐만 풀어놓고 바로 시내로 나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첫 째날은 별다른 일정 없이 (이번 여행은 정말 일정을 거의 짜지 않은 유일한 여행이었다. 유일한 일정이라고는 둘 째날의 유후인 밖에는 없었을 정도) 고쿠라 역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었는데, 우리는 미리 북큐슈 레일패스를 구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역에서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유후인노모리를 예매하고 역을 나와 동네를 둘러보았다. 참고로 북큐슈 레일패스는 7천엔으로 비싸기는 하지만 유후인노모리를 비롯해 거의 모든 열차를 3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처럼 열차로 주로 이동하는 관광객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티켓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튼 이 패스 덕에 하루 종일 매우 다양한 종류를 열차들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2일째 여행기에 나올 듯).






고쿠라 역 근처에는 대규모 쇼핑 센터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리 볼 거리가 많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고쿠라 역 근처와 동네 들은 마치 계획 절전을 하고 있는 도시처럼 (흡사 야시마 작전!) 도시 전체가 빛나고 있다기 보다는 뭔가 어둑어둑한 분위기였다.





어디서나 빼놓지 않고 만나는 토토로. 하지만 이 가게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 이젠 나도 어른이 되었나 (라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유후인에가서 지브리 샵을 휘젓고 나옴)







오랜만에 본토에서 만나는 북오프. 최근에는 신촌 점만 자주 다니다가 오랜만에 본토에 오니 안가볼 수 없어 입장.






사실 그 동안 도쿄와 교토를 갔었던 일본 여행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쇼핑 여행의 측면이 강했던 여행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큐슈 여행은 돈도 없거니와 (환율 크리 ㅠㅠ) 애초에 쇼핑은 생각지도 않았던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하나 쯤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있었다면 지브리 블루레이 타이틀을 중고로라도 하나 집어오는 것이었는데, 이거 원. 중고가 이리도 비쌀 줄이야. '천공의 성 라퓨타' 블루레이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결국 제자리에 두고 왔다. 뭐, 또 기회가 있겠지. 환율이 내리는 천운의 기회가 오겠지 하며.







여긴 리버워크 기타큐슈 앞에 풍경인데, 생각보다는 거리나 건물에도 사람이 없고 한적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아까 계획 절전이라고 한 것이 여기도 적용된다). 그래도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제법 운치있었다. 어쩌면 한적해서 더 좋았던 듯.




리버워크 기타큐슈는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아주 (몹시, 매우, 어 랏 오브) 한적한 모습이었다. 저녁을 뭣 좀 먹을까 하여 들어갔던, 우리나라로 따지면 푸드코트 같은 곳은 그 가운데서도 더 한적한 곳이라 차마 식사를 할 수 없어 바로 돌아나왔다. '그래, 이 한적함이야...'





사실 첫 번째 일본 여행이었던 도쿄 여행을 제외하면, 일본 올 때마다 먹는게 항상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돈을 아끼다보니 비싼 것은 못 먹고 매번 규동, 라멘으로 식사를 하곤 하는데, 워낙에 규동과 라멘을 좋아하다보니 이것만으로도 매번 만족했던 것 같다. 즉, 돈이 많아도 규동과 라멘을 먹었을 거라는 얘기. 특히 이 곳의 규동은 딱 '규동'하면 떠오르는 기본적인 맛이라서 매번 빼놓지 않고 먹게 되는 것 같다. 이 날 저녁, 이곳의 규동을 먹고서야 드디어 '아, 일본에 와 있구나'라고 실감했을 정도.








그렇게 한 참을 더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돌아왔는데, 건너편에 보이는 모스버거. 아, 저녁을 몇 시간 전에 먹기는 했지만 모스버거를 그냥 지나칠 순 없지. 가볍게 버거 하나(?)랑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모스버거는 확실히 취향을 좀 타는 것 같은데, 내 취향엔 이것 보다 적절한 버거는 없는 듯 하다. 개인적 일본 3대 음식에 입성할듯! (규동, 라멘 그리고 모스버거? ㅋ 올해는 나가사키 짬뽕을 못 먹어서 모스버거의 입지가 한 걸음 더 성큼!) 버거야 뭐 원래 맛있었지만 이번에는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딱 마시는 순간, '엇, 모스버거 아메리카노가 이렇게 맛있었나?' 할 정도였는데,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보통 그 진하기가 뜨거운 것보다 덜해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심심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마시는 순간 '엇, 맛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에 착착 감켰다. 어쨋든 첫 날은 별 스케쥴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쿠라 역 주변이 생각보다 볼게 없어서 좀 실망하긴 했었는데, 모스버거가 이 날을 살렸다.






고쿠라 시내에서 숙소로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갔는데, 한국과는 달리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방식이고 패스 카드가 없는 이들은 뒤로 탈 때 일종의 번호표 같은 걸 뽑게 되는데, 여기에 나오는 숫자를 맨 앞의 전광판 같은 곳에서 확인하여 내릴 때 거기에 맞는 요금을 잔돈으로 내면 되는 방식. 거스름돈을 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웃돈을 내면 그냥 팁이다 하고 내려야함. 하지만 요금 통에 잔돈 교환기가 있어서 잔돈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미리 여기서 교환을 하면 됨.




선 스카이 호텔 바로 앞에 있던 큰 마트. 일본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숙소에서 즐기는 야식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맥주들과 가벼운 안주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이라 한적해서 둘러보기에도 좋았음.





아,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다양한 맥주들~ 예전에는 아사히를 제일 좋아했었는데 기업 이미지도 그렇고 갈수록 산토리의 매력에 빠져드는듯. 이 날은 제법 배가 불렀던 터라 더 많은 맥주를 흡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따름.





이것저것 조잡하게 고르다보니 제법 채워진 장바구니. 마트가 문 닫을 시간이라 특가로 나온 음식들이 많아 더 저렴한 가격에 의도하지 않았던 음식들까지 지르게 되었음 ㅋ





이것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용량과 종류의 UCC라 호기심으로 사봤는데, 기존 UCC 블랙보다도 훨씬 더 찐했더라는. 그래서 좋기도 했는데, 진한거 좋아하는 나로서도 가끔은 참기 힘들 정도로 좀 진했음.






그렇게 맥주와 야식들로 마무리한 큐슈 여행 첫 날.
아...이렇게 한 것 없는 여행 첫 날이라니! 나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여유로웠던 첫 날의 기록.


1. 둘 째날은 이번 여행의 유일한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유후인'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유후인, 그 곳은 지상낙원 ㅠ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