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홀 (Rabbit Hole, 2010)

주체할 수 없는 상처를 절제로 담아낸 영화



'헤드윅'과 '숏버스'를 연출한 존 카메론 미첼이 니콜 키드먼과 아론 애크하트와 함께 공연한다고 했을 때 과연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막상 작품을 보고나니 이 작품 '래빗 홀'은 '와! 존 카메론 미첼이 이런 영화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 공기의 다른 작품이었다. 결국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앞선 전작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지만, 굉장히 적극적이고 도발적이기까지 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래빗 홀'에서 존 카메론 미첼이 선택한 방식은 매우 관조적이고 제3자적인 시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 상실의 슬픔을 온몸으로 겪는 듯 했지만, 이를 담는 그릇인 영화는 상당히 절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온몸으로 아픔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주인공들, 그리고 이와는 정반대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 절제로 담아낸 영화. '래빗 홀'은 이 상반된 이미지가 주는 조화가 특별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Olympu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어린 아들을 잃은 베카(니콜 키드먼)와 하위(아론 애크하트)가 이 상상할 수 없는 상실감의 상처를 겪고, 또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베카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아들의 부제를 지우기 위해, 아들의 흔적이 하루 빨리 지워내고 잊어가는 것으로 극복하려 하고, 반대로 하위는 아들의 존재로 매일매일 되내이며 항상 곁에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려 한다. 앞서 영화가 취한 방식이 관조적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베카와 하위의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옳고 그른다는 평가를 전혀 내리지 않는다. 즉, 관객들로 하여금 베카의 행동을 보고 매몰차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거나 또 하위의 행동을 보고 집착한다고 느껴지도록 만들지 않는다. 영화는 그냥 부부가 각자 아들을 잃은 상처를 견뎌내는 과정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말없이 응시한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이 더 이 슬픔의 깊이를 실감하게 만들어 이들의 행동과 감정 하나하나에 주목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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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땐 무언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냥 먹먹함 만이 남는 작품이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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