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해독 (完本エヴァンゲリオン 解讀)

에바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



몇 달 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스치듯 이 뻘건 표지의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뭐 어차피 덕후라 알게 되었을런지는 몰라도 '에반게리온 해독'이라는 대문짝 만한 타이틀을 발견한 것은 다행이었다. 에반게리온이라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실사/애니/음악 포함) 중 하나인 동시에, 극장판인 '에반게리온 : 파'를 보고 나서는 '그래, 이 정도라면 누가 나를 오덕이라 불러도 좋아!'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AT필드를 송두리채 흔들어 버린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에반게리온'에 빠지고 나서부터는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그 관련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해설집 혹은 또 다른 설 등을 담은 책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특히 애니메이션과 관련하여 감독론이나 작품론 등을 다룬 책들이 그렇지만 지독하게 취향을 타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호불호가 갈리곤 했는데, 에바의 경우 그리 만족스러운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바를 다뤘다는 이유 만으로 이 책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간 읽어보았던 에바 관련 책들 가운데서는 가장 내 취향과 맞는 흥미롭고 감정적인 책이었다.




(책 리뷰인가 피규어 사진 소개 글인가;;;;)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 특히 에반게리온처럼 이야기를 끌어낼 만한 요소가 무궁무진한 작품일 경우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우는 설들을 설명하고 자신 만의 논리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1박2 일은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작품 본연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도는 도대체 왜 오는건지?' '세컨드 임팩트가 갖는 의의는 뭔지' '인류보완계획이 뿌린 떡밥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에바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고 궁금해지는 점들이지만, 에바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 이렇다보니 내가 처음 아니 지금도 에바를 볼 때마다 두근거리며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다잡게 되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들을 다룬 내용들이 간절하기도 했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 '에반게리온 해독'은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에바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고 혹할 만한 저자 만의 설득력있는 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는 '그래 내 생각과 맞아!'라고 120% 동의하게 되는 주장들도 있었고, 반면 살짝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는 것들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키타무라 마사히로도 책 속에서 이야기하듯, 이런 주변 것들에만 집중하면 정작 에바가 갖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놓쳐버리게 된다. 에반게리온이 지금과 같은 엄청난 세계관을 이루게 된데에는 물론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분명 그 근본에는 소년들을 흔들어 놓았던 (누구에게도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인간 본연의 고민과 아픔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카오루 등장. '이번엔 꼭 널 행복하게 해주겠어';;;)


즉, 이 책은 떡밥을 다루더라도 바로 이 측면에 근거하여 다가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행동을 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라던지, 레이의 이 대사는 어떤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인지, 여기서 신지의 변화 된 행동은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이 던지는 주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등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에반게리온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게 된 이유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 용기, 두려움 등의 감정을 어쩌면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에바는 상당히 어려운 말들로 도배하듯 둘러싸 회피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잘 살펴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과감하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심하게 흔들렸던 것이고. 그 흔들림의 이유를 좀 더 풀어 설명해주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터라 멈추지 않고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이번엔 컵까지;;;)


여튼 이 책 '에반게리온 해독'을 평소 영화 리뷰 하듯 리뷰하자면 거의 똑같은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의미가 없어질 것 같으므로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이 책은 읽는 내내 빨리 다시 '에반게리온'을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게 만드는 책이었으며, 궁금함의 해결보다는 '그래 맞아!'라는 공감대가 더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이었다. 에반게리온 팬들이라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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