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어덜트 (Young Adult, 2011)

당신의 전성기는 언제인가요



포스터만 보면 '몬스터 (Monster, 2003)'에 이어 또 한 번 샤를리스 테론이 망가진 영화가 아닐까 싶은 작품인데, '주노 (Juno, 2007)'와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2009)'를 연출했던 제이슨 라이트먼이 연출을 맡고 '주노'의 디아블로 코디가 각본을 쓴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영 어덜트 (Young Adult, 2011)'이다. 전작들을 통해 제이슨 라이트먼의 영화는 이른바 '믿고 보는' 영화 중 하나가 되었는데, 이 작품 역시 결과적으로 무언가 움찔하게 되는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성장담을 그리고 있는데, 성장담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직접적인 텍스트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더 은근하고,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순간 '움찔'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기도 했다.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 어덜트'라는 제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제이슨 라이트먼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쓰는 대필작가 메이비스는, 자신이 쓰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다. 도시에서 그럭저럭 괜찮게 보이는 삶을 살던 그녀는 우연히 보게 된 학창시절 남자친구의 득녀소식을 보고는 다시금 그와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제이슨 라이트먼의 영화 전개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전 남자친구이자 현재 유부남인 '버디 (패트릭 윌슨)'에게 접근한다.

 

길지 않은 94분이라는 러닝 타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이슨 라이트먼은 주인공 메이비스 (샤를리스 테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아주 간결하게 그리고 빠르게 진행해 간다. 그냥 메이비스가 사는 방의 풍경, 그리고 그녀가 주목한 메일 하나만으로 그녀가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에 대한 모든 설명을 마친다. 그 이후 고향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메이비스가 고향을 떠나오기 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지만 영화는 작은 대화와 설정 들만으로 이를 대부분 해소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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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다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메이비스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모두 해소되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100%의 공감대를 느끼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즉 더 많은 설명을 영화가 해주지 않을까하며 기다리다가 영화가 끝나버린 감도 아주 없지는 않은데, 묘한 건 그런 정도의 공감대를 갖으며 영화를 감상했음에도 메이비스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움찔하고 와닿았다는 것이다. 그런 묘한 순간을 처음 느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속에서 잘 한 짓이라고는 없는, 보통 영화였다면 악역이라고 해야할 메이비스의 행동들이 밉게 보이지 않았을 때 부터였던 것 같다. 디아블로 코디의 각본은 정말 간결했는데 (관객이 공감하고 있다고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어느 순간 내가 메이비스와 동일하게 서는 시점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영 어덜트'라는 영화의 가장 놀라운 지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극 중 메이비스의 행동이나 불만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 어덜트'는 이런 메이비스를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그녀 행동 자체를 미화하지는 않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녀를 감싸고 있는 따듯함 덕분에 메이비스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논리적으로는 타당성이 거의 없다시피 했음에도, 그녀의 외로움과 삶의 고단함이 느껴져 그 행동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림을 볼 수 있어

움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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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성장담의 질문으로서 '당신의 전성기는 언제였는가?'를 묻는다. 고향 사람들은 그녀를 현재 고향에서 가장 성공해 도시로 나간 작가, 즉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메이비스의 생각은 오히려 고향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던 시기를 전성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 때 함께 했던 버디를 다시 만나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와 여러 일들을 겪으며 메이비스는 자신의 전성기가 예전도 현재도 아닌,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일들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미래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처음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결심했던 그 날의 아침과 똑같은 포즈로,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를 결심한다. 메이비스의 전성기가 앞으로 펼쳐질지 아니면 그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학창시절이 전성기였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메이비스는 이미 전성기가 언제였는지, 언제일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진정한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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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이슨 라이트먼의 작품답게 역시나 음악이 좋아요. 의도적으로 삽입한 음악들도 많았던 것 같구요.

2. 제이슨 라이트먼의 필모그래피도 차곡차곡 의미있게 쌓여가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aramount Picture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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