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
감독으로서의 야심이 느껴지는 스필버그의 데뷔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그의 초기작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이번에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초기작들과 함께 상영하는 기획적이 있어서 이 작품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상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골디 혼의 정말 풋풋한 모습과 더불어, 이제 막 헐리웃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신인 감독 스필버그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가볍지 만은 않은 작품이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슈가랜드 특급'은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인, 작고 소소한 일이 어떠한 큰 사건으로 의도치 않게 확대되고 전개되는지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역시나 그렇기 때문에 그 전개과정에 있어 하나하나 논리적인 설명을 하기 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발생시키는 재미나 볼거리,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영화니까 뭐'하고 넘어가자는 얘기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내용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아이를 보건국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남편을 탈옥시키고 경찰을 납치하여 아이가 있는 슈가랜드로 떠나는 루 진 (골디 혼)의 이야기를 통해, 결론적으로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 가에 대한 점을 납치된 경찰이 변해가는 모습, 그리고 이 작전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고뇌에 빗대어 쓸쓸한 사회 풍자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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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적인 측면보다 '슈가랜드 특급'에서 더 흥미로웠던 점은 당시 신인 감독이었던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야심이었다. '듀얼 (Duel,1971)'이 TV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봤을 때 실질적인 장편 영화 데뷔작은 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스필버그는 신인 답지 않은 물량과 연출력을 통해 자신을 헐리웃 스튜디오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그의 대표작 '죠스 (Jaws,1975)'를 다시 보면서 당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신인 감독에게 이러한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 모험에 가까웠다는 뒷이야기를 들었는데, '슈가랜드 특급'을 보니 아주 맨땅에 헤딩하는 정도의 모험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도 물론 신경쓰고 있지만 그 못지 않게, 대형 스튜디오의 작품을 연출할 만한 능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어필하는 듯 했다. 특히, 수십대의 경찰차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씬은 물론 이 자동차들이 충돌하고 섞이는 액션 장면까지 연출하며 마치 '나 이런 정도의 물량은 거뜬히 소화하는 감독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즉, 길게 줄을 늘어선 경찰차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뇌리에는 물론, 헐리웃 스튜디오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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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랜드 특급' 역시 거의 데뷔작이라 해도 좋을 작품이기에 스필버그의 이후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 점은 '죠스'와 비교해도 그러하다). 하지만 당시 7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자동차 액션들과 정말로 풋풋하다 못해 짜증날 정도로 백치미를 선보이는 골디 혼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던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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