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Woody Allen, a Documentary, 2012)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우디 앨런
예전에는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좋아진 감독들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감독이라면 국내에는 홍상수 감독이요, 국외에서는 우디 앨런 감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디 앨런의 예전 영화들은 몇몇 보아왔지만 사실 그의 많은 작품 수에 비하면 극히 적은 작품만을 보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우디 앨런 영화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낀 것은 어쩌면 2005년 작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부터 인 것 같다 (덜 우디 앨런스러운 영화부터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함정). 여튼 그 전까지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의 영화들은, 그 이후 '스쿠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환상의 그대'를 지나 '미드나잇 파리'에 이르면서,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시기적인 타이밍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거의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이미 팬이 되어버린 경우라, 그의 전작들과 그의 과거에 대해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작품 '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만나면서 좀 더 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 Whyaduck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일단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우디 앨런의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정말로 다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의 경우 어느 한 시기나 사건에 고정되거나, 혹은 시작은 모두 다루지만 현재까지는 다루지 않고 있어서 조금은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로 현재 시점, 그러니까 '미드나잇 파리'를 마치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투 롬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더 느껴졌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이 현실감 혹은 동시간대를 느낄 수 있도록 늦지 않게 국내 개봉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 몰랐던 그의 초창기 활동들 즉, 영화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스탠딩 코미디언과 코미디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비교적 자세히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본명인 앨런 스튜어트 코닉스버그 대신 어떻게 '우디 앨런'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알고 보면 별 것 없지만;), 작은 지역 신문에 코미디를 기고하던 이가 어떻게 더 큰 무대로 나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들을, 당시의 우디 앨런을 기억하는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당시의 귀한 자료들을 보니 지금은 세월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미국인들만 웃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인지 분간은 안되어 덜 웃긴 개그들도 있었지만, 지금봐도 우스운 장면들이 많았을 정도로 영화 감독이 아닌 코미디언으로서의 우디 앨런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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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가 왜 영화 판에 뛰어들었고 더 나아가 왜 영화 감독이 되려 했는지부터, 그렇게 시작한 영화 감독으로서의 활동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심층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우디 앨런이 쿨한 사람이어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 그런가 그의 대한 이야기들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들로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런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지나치는 것들이 그 인물에 대한 단점이나 약점 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디 앨런에게 커리어의 끝을 예상했을 정도의 스캔들이었던 양녀 '순이'와의 결혼에 대해서도 감정적인 측면보다 사실을 전달하는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다른 이유는, 제 3자들로 인해 소개되는 우디 앨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소개하는 자신의 다큐멘터리라는 점이다. 우디 앨런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과거들, 그리고 자신을 다큐멘터리로 소개함에 있어서 코멘트가 필요한 적제적소에 등장해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이렇듯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개봉 제목처럼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려주는 동시에 제법 '잘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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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고나면 누구나 그의 전작들이 너무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극장을 나와 집으로 오자마자 집에 DVD랙을 뒤져서 그의 전작들의 소장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미처 소장하지 못한 작품들의 DVD를 구매하기 위해 여러 쇼핑몰을 전전하기에 이르렀다. 1935년 생으로 올해 80이 다되어가는 이 감독은, 노장이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아직도 정력적으로 작품들을 매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작품들은 심지어 더 좋아지고 더 젊음과 노련함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그의 팬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디 앨런은 과거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신작 '투 롬 위드 러브'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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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의 전작 가운데서 현재 가장 보고 싶은건 '애니홀'과 '젤리그', '슬리퍼' 그리고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에요. 그 가운데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일 것 같네요 ㅎㅎ
2. '미드나잇 파리'도 꼭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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