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Nobody's Daughter Haewon, 2012)
솔직할 수록 슬픈 홍상수 영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 느낀 바를 글로 옮기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진다. 개인적인 역량 때문인 탓이 크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더 이상 설명하거나 글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 근래 몸집은 더 작아지고 이야기는 더 시공간을 오가는 방식으로 촬영된 작품들은 그나마 그 형식에 대해서라도 조금 글로 옮겨볼 여지가 있었는데, 이 작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그런 형식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는 더 감정적인 영화이기에 글로 표현할 여지가 현저히 제한적인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며 느낀 단순한 점이라면, 이전 그의 작품 속 인물들도 그러했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다른 영화 속 인물들 보다, 더 나아가 현실 속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솔직하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들을 꼽아보자면 대부분이 '정말 예뻐' '정말 맛있겠다' '정말 좋아' 등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들이다. 그것도 '정말'이라는 표현이 더해진 강렬하고 극대화된 표현들이다. 글쎄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혹은 아직도 홍상수 영화 속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들을 보고 단순히 '찌질하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나는 예전 영화들에서도 그렇고 특히 최근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들에게서 이러한 '찌질함'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순수에 가까운 솔직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저렇듯 자신의 감정을 과장하듯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들의 표현이 과장하듯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평소 현실에서 그리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속으로는 저렇듯 극대화된 감정을 느끼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서툴거나 자신을 숨기는 데에 더 익숙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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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요 근래 홍상수 영화를 보며 이런 인물들의 솔직함에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현실 속에는 간혹 판타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그 어떤 액션 영화의 클래이맥스보다도 통쾌하고 시원한 감정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이전 영화들의 인물들이 비교적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감정은 동일하나 그 감정으로 서로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슬픔도 더 깊게 느껴졌다.
관객은 여전히 제 3자일 수 밖에는 없겠지만 홍상수 영화는 그 제 3자를 그들의 방식에 맞춰 이해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더 극중 인물의 심리를 (설령 그것이 제 3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방식이라도) 이기적이리만큼 더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들어 홍상수 영화에는 꼭 홍상수 자신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질문과 대답들이 등장하는데 (왜 영화를 만드세요? 같은), 이 작품 역시 영화 감독인 성준(이선균)이 술집에서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이런 대화 시퀀스에서 느껴지는 것은 홍상수 감독의 일종의 짜증이랄까. 앞서 한 이야기로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왜 자신을 이해 못하는지 그들의 방식으로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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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이 영화는 이미 제목에서부터 뭔가 쓸쓸함과 슬픔이 묻어나는 영화였다. 아마 다른 감독의 영화였다면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덧 솔직함이 무기가 된 홍상수 영화에서 이러한 제목은, 결국 해원은 진짜 해원이 되지 못하겠구나 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다른 홍상수 영화처럼 중간 중간 키득이게 되는 장면들도 있었고, 같은 장소와 시간을 홍상수 식으로 활용하는 장면들에 깊은 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잘은 모르지만 이 영화는 솔직할 수록 더 슬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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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중 유준상과 예지원 커플은 '하하하'의 연속으로 느껴져서 묘한 느낌이.
2. 홍상수 영화는 언제부턴가 가보고 싶은 영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서촌과 남한산성이 자연스럽게 가고 싶어지더군요. 조만간 남한산성 한 번 가야겠네요 (좋은 날 말이죠 ㅎ)
3. 정은채는 참 매력적이더군요. 이국적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다 안될 정도로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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