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
불안을 이기는 가족의 힘
최근 '머드 (Mud, 2012)'로 또 한 번 주목 받고 있는 신예 제프 니콜스의 '테이크 쉘터'를 보았다.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평소 좋아하던 마이클 섀넌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 정도였고, 저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는 마치 샤말란의 '싸인'과도 같은 SF, 미스테리 영화가 아닐까 했었다. 즉, 무언가 재앙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되는,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싸인'과 같은 영화가 아닐까 했던 예상은 틀린 동시에 맞기도 했다. '테이크 쉘터'는 예상과는 다르게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재앙과 미스테리에 관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샤말란의 '싸인'과 마찬가지로 결국엔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 영화는 상당히 강렬한 가족 영화로 받아 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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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가장 커티스(마이클 섀넌)는 커다란 시련에, 아니 재앙과도 같은 미래에 놓이게 된다. 하나는 꿈 속에서 보는 재앙이 실제로 이뤄질 것 같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이러한 증세가 정신 병력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정신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커티스는 둘 중 어떤 것이 사실이든지 간에 재앙을 맞게 될 수 밖에는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꾸는 꿈이 실제 미래를 본 것이라면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이고, 만약 이것이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개인의 문제라면 자신의 성장기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아내와 어린 딸은 자신의 정신병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 중반까지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엄청난 무게를 홀로 견디고 극복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커티스의 심리다. 주변 친구들에게는 물론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이 두 가지 닥쳐올 미래의 사이에서 고뇌하고 고통 받는 커티스의 심리는 마이클 섀넌의 깊은 연기를 통해 과장되지 않게 표현된다. 홀로 견딘다는 것을 이처럼 잘 표현해낸 연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이클 섀넌은 홀로 모든 짐을 진 커티스의 심리를 미련하거나 의아하게 만들도록 하지 않고 공감이 가도록 연기해 낸다. 즉, 내가 저 가정의 가장이었다면,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힘들기는 하지만 저럴 수 밖에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숨죽이며 커티스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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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도 '테이크 쉘터'가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미스테리 한 요소, 커티스가 겪고 있는 양날의 불안에 대해 모두 그 불안함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화의 시선은 두 가지 중 무엇이 진실 인지를 끝까지 궁금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결국 무엇이 사실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미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데,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 장면의 의미심장함은 이를 더더욱 뒷받침한다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했음에도 말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영화 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인 점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다소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가족애라는 주제를 전혀 다른 화법 속에서 표현해 냈다. 사실 영화를 보지 않고 글로만 본다면 '홀로 모든 짐을 지고 고통 받는 남편의 곁에서 그를 끌어 안아 보듬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 표현 된 이 정서는 그 어떤 가족 영화보다 뭉클한 가족애를 그려낸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인데 하나는 커티스가 겪고 있는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가혹한 것 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이해하는 아내의 심리 역시 결코 당연 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영화는 충분히 사전에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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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몇 가지 혼자 수년 간을 끙끙 싸 매고 있는 일들이 있는데, '테이크 쉘터'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한 캐릭터와 이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과연 저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 할까 라는 궁금증을 넘어서서, 저 가능성을 믿어보고 싶은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커티스의 갈등의 핵심이 가족이었다는 점. 병 때문에 자신을 떠나버린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은 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서 벌인 일들이라는 점. 그걸 알기에 더 큰 시련이 될 수 있음에도 이 남자와 끝까지 가정을 지켜나가려는 아내의 모습은, 자칫 판타지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럴 수 있겠구나'라는 강한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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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커티스의 불안은 가족으로 인해 말미암은 것이었지만 그 유일한 해결 방법도 가족이었다는 걸 영화는 힘 있게 보여준다.
전혀 의외였지만 이건 올해의 가족 영화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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