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 심하게 젖어 들게 만든
버스커버스커 콘서트를 다녀와서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은 해외, 국내를 가리지 않고 꼭꼭 챙겨보았었는데, 올해는 정말 여름에 락페도 하나도 못 갔을 만큼 정신 없이 (나는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나) 보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버스커버스커 콘서트 예매가 방금 열렸다는 모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서는, 별 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예매하기를 몇 달 전. 지난 주말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버스커버스커의 콘서트에 다녀오게 되었다.
예매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난 버스커버스커의 열정적인 팬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음악이야 음반을 사서 들을 만큼 좋아하지만 일부러 예매 오픈 시간 맞춰서 좋은 자리를 예매할 만큼의 팬은 아니었는데, 맨날 내가 좋아하는 이상한(?)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에 따라 다니느라 (이를 테면 bjork 같은;;;) 남들 못하는 경험들을 여럿 해본 여자친구를 위해, 아는 노래가 무척 많을 이 공연을 아마도 예매했던 것 같다.
버스커버스커 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점이었다. '아는 노래가 무척 많다는 것'. 이번 공연을 보고 새삼 느낀 거지만, 디지털 싱글이 대세가 된 요즘, 버스커버스커 만큼 일반 대중들이 앨범 형태로 듣는 뮤지션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음반을 싱글 보다는 아직도 앨범 형태로 고집해서 듣는 나로서는, 최근 아니 이제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디싱 시장은 아쉬움이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버스커버스커는 참 대단한 게 이런 시장을 상대로 소수가 아닌 다수의 대중들이 '앨범'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뭐 결국 답은 좋은 음악이었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디싱 위주의 곡들이 좋지 않은 음악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결책이 좋은 음악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콘서트와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조금은 덜한 설레임으로 보게 된 버스커버스커의 공연은, TV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참 소박 아니 순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장범준 이라는 캐릭터는 참 국내 가요계에서 이 정도로 성공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는데, 어찌 되었든 그를 알아본 슈스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만약 슈스케가 없었다면 버스커버스커라는 팀을 이렇게 많은 대중들이 알기는 시스템의 현실 상 어려웠을 테니.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버스커버스커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동안 쉴세 없이 달렸음에도, 거의 모든 곡을 거의 모든 관객들이 따라 부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정말 열혈 팬들 위주로 찾는 고가의 내한 공연을 가봐도 이렇게 거의 전 곡을 다 따라 부르는 일은 흔치 않은데, 버스커버스커의 공연은 관객 대부분이 이들의 열혈 팬이라기 보다는 일반 관객(다른 말로 하면 그들의 팬 대부분은 일반 관객이라는 얘기)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놀라운 광경이었다. 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아주머니도, 젊은 연인도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곡 들을 여러 곡 신 나게 따라 부르는 광경이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처음 여러 명의 스트링 악단이 무대 뒤에 배치 된 것을 보았을 때 버스커버스커 특유의 소박함이나 아날로그함이 그 웅장함에 가려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었는데, 오히려 체조 경기장이라는 공연장에 딱 맞는 스케일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극적인 요소가 더해지기는 했지만 본질을 해치지 않아 좋았고, 새삼 이번 새 앨범의 곡 들이 스트링 편곡과 제법 잘 어울린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을 예매할 때의 목표는 일부러 앞자리를 선택하지 않고 가장 멀리 있는 좌석을 예매해서 편안하게 노래나 감상해야지, 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즐기기에 참 좋은 공연이었다. 가을 밤과 너무 잘 어울렸던 버스커버스커의 콘서트.
1. 거의 모든 곡이 다 좋았지만, 특별히 이번 새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인 '잘할 걸'은 역시나 좋았으며, 타이틀이라 오히려 너무 익숙해 이제는 조금 지나쳐버렸던 '처음엔 사랑이란게'가 참 좋은 곡이란 걸 새삼 깨닫기도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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