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파트 1 (寄生獣, 2014)

원작 팬들을 위한 실사화



최근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기생수' 때문이다. IPTV를 통해 매주 금요일 일본과 하루 차이로 애니메이션 '기생수'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이와아키 히토시의 원작 만화는 읽지 못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을 워낙 재미있게 보고 있는 터라 실사화가 된다고 했을 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인데, 대부분 그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좋지 않았다는 건 원작 팬으로서의 애정이 크면 클 수록 실망감 역시 컸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걱정했던 '바람의 검심'의 실사화가 놀랍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다른 실사 화 영화들에 대해서도 '혹시....'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그러던 차에 개봉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 '기생수'였다.



ⓒ 판씨네마(주). All rights reserved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라는 점에서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개인적으로는 코믹스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과의 비교만이 가능) '기생수 파트 1'은 만족할 만한 퀄리티, 영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영상을 특별히 강조한 이유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들의 실망 포인트가 바로 직접적인 표현 부분에 있기 때문인데, 특히 '기생수'처럼 CG가 동원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의 경우 조악한 CG의 수준과 활용 방법 때문에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닌 경우가 허다했었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기생수 파트 1'은 이질감 없이 실사화에 적응한 느낌이다. 기생 생물들의 표현도 우스꽝스럽지 않고 공포스러움까지 전달할 정도로 실사에 적응한 모습이며, '오른쪽이'의 완성도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일단 몰입 할 수 있는 영상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이번 실사화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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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과감하게 빠져버린 부분들로 인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신이치의 아버지를 비롯해 몇몇 중요한 캐릭터는 영화화 과정에서 빠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중요한 감정선들과 내러티브 역시 함께 제외되어 버렸다. 사실 애니메이션만 본 입장에서도 '기생수'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테마들과 관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는데, 2시간 남짓한 러닝 타임 내에 한정지어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긴 호흡으로 즐겨야 했던 요소들은 대부분 축소되었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 편으론 TV시리즈로 가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효과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코믹스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원작을 접한 이들이라면 (아쉽기는 하지만) 전개를 따라가는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반면, 영화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는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 신이치의 감정선은 물론, 타미야 료코를 비롯한 기생 생물들의 심리를 읽는 데도 턱 없이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즉, 무언가 괴기스럽고 흥미롭기는 하지만, '기생수' 작품 본연이 갖고 있는 깊이까지 느끼기에 실사판 '기생수 파트 1'은 부족함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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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실사화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역시 이런 아쉬운 점을 몰랐을리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일본이라는 시장은 워낙 원작 팬들의 규모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화 과정에서 과감하게 처음 보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를 배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즉, 영화화 된 '기생수 파트 1'은 처음 부터 모든 관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원작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의 팬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영화화로서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킬 수도 있지만 '극장판'이라는 단어 그대로 자신이 좋아했던 작품을 실사 버전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측면으로 보면 '기생수 파트 1'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1.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하는 느낌이 강해요. 애니를 볼 땐 그 정도 위기라고는 못 느꼈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구종말에 가까운 공포가 느껴지거든요 (느껴야 한다고 영화가 조장하거든요 ㅎ)


2. 사토미가 상당히 보이시해서 애니메이션을 본 입장에서는 잘 적응이...


3. 제목이 파트 1인것처럼 당연히 후속편이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는 4월 개봉 예정으로 국내에서도 아마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파트 2에서 본격적인 실사화의 장점이 나올 듯.


4.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나고 파트 2에 대한 짧은 영상이 나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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