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2015] 부산국제영화제 _ 넷째날/다섯째날 : 10월 9,10일



* 넷째날 쯤 되니 이제야 조금 영화제에 적응된 기분이 들었다. 이 날은 1시 타임을 패스하고 총 세 편의 영화를 예매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날은 오전 10시에 영화의 전당에서 '이웃집 토토로'를 어렵게 예매해 두었다. 보통은 영화제의 초반에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처럼 중반부터 마지막까지 지내게 된 것은 처음이라 그 나름의 분위기도 새로웠다.






ⓒ 2015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All rights reserved


1. 카우보이 (Les cowboys, 2015)

감독 : 토마스 비더게인


평화롭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딸을 찾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떠나게 되는 여정을 흥미롭게 다룬 로드무비이자 일종의 서부극.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와 '러스트 앤 본' 등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토마스 비더게인은 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그 사건을 중심에 두고 그리기 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해 말미암는 과정들과 그 안에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묘사해 낸다. 난 서부극의 측면 보다는 오히려 9.11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테러와의 관계를 한 가족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더 매력적이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영화의 선택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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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승리하리라 (戦場ぬ止み, We Shall Overcome, 2015)

감독 : 미카미 치에


오키나와에 건설 예정인 미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투쟁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것만봐도 알 수 있듯이, 나 역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제주 강정마을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승리하리라'를 보면 볼 수록 강정마을의 상황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보는 내내 두 곳의 마을이 동시에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눈물을 흘린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영화가 현실을 넘어서는 것은 어렵다는 걸 깨닫는 동시에, 지금도 어딘가에서 언젠일지도 모를 승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떠올라 숙연해지고 죄스러운 느낌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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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안가로의 여행 (岸辺の旅, Journey to the Shore, 2015)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구로사와 기요시의 신작 '해안가로의 여행'은 솔직히 조금 묘한 영화였다. 죽은자가 산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과정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스스로 몰입한 나머지 공감을 얻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낭만적으로 보자면 죽은자의 후회가 느껴져 쓸쓸한 영화였고, 한 편으론 모든 인물들이 공포스러움을 담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어 섬뜩한 영화이기도 했으며, 몰입하지 못한다면 조금은 헛웃음마저 나올 수 있는 설정의 영화이기도 했다. 100% 몰입이 어려운 관객 입장에서는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 꿍꼬또 기싱꿍꼬또' 정도의 말로 정리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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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 My Neighbor Totoro, 1988)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뭐 더 말이 필요없는 작품. 이미 수없이 감상했지만 또 한 번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고 싶어 어렵게 예매한 영화. 이번에 본 감상만 이야기하자면, 아직도 어린 아이들에게 통하는 토토로의 마법이 놀라웠고, 예전에 볼 땐 느끼지 못했던 부모의 마음이 점점 더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뭐랄까. 예전엔 그냥 저런 판타지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았다면, 이번엔 너무 일로 바쁜 나머지 자신의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어린 시절을 주지 못했던 부모가, 부모인 자신들 대신에 토토로 같은 판타지의 존재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 주길 뒤늦게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웃집 토토로'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5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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