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신이 산다 (Le tout nouveau testament, The Brand New Testament, 2015)
현재의 사람들을 위해 다시 쓰는 성서
유럽 브뤼셀의 수상한 아파트, 그곳에는 못된 심보의 괴짜 신이 살고 있다. 어엿한 가정까지 꾸리고 있지만 인간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고, 아내와 자식들에겐 소리 지르기 일쑤,‘진상’ 그 자체가 바로 ‘신’이다! 심술궂은 아빠‘신’의 행동에 반발한 사춘기 딸 ‘에아’는 아빠의 컴퓨터를 해킹해 지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죽는 날짜를 문자로 전송하고, 세상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세상을 구원할 방법은 오로지 신약성서를 다시 쓰는 것뿐! 에아는 새로운 신약성서에 담을 6명의 사도를 찾아 나서는데… (출처 : 다음영화)
'제 8요일'과 '미스터 노바디' 등을 연출했던 벨기에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이 연출한 '이웃집에 신이 산다 (Le tout nouveau testament, The Brand New Testament, 2015)'는 '신(God)'이라는 존재를 빌어 현재의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신이라는 절대자의 존재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해 왔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신은 '이웃집에 산다'는 국내 개봉 제목처럼 그저 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사람의 남편으로 그려진다. 아, 하지만 아주 괴팍하고 불같은 성격이라는 점이 좀 다르다. 인간들을 사랑해서 창조했다기 보다는 심심해서 괴롭히는 것에 가까운데 이를테면, 줄을 서면 꼭 내가 서지 않은 다른 줄이 먼저 빨리 줄어든다던지, 첫 사랑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0에 가깝다던지, 잼을 바른 식빵을 떨어트리면 꼭 잼을 바른 면이 바닥에 떨어진다던지 하는 것은 이 신이 만든 법칙으로 이런 인간의 고통과 괴로움을 만드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존재로 등장한다. 신의 딸이 그에게서 탈출해 인간 세상 벨기에 브뤼셀에 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 소녀가 만나게 되는 6명의 사도들은 하나 같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혹은 장애로 인해 상처 받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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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사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과정은 마치 각각의 에피소드처럼 혹은 동화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녀의 존재는 우리가 현실에서 보지 못했거나 혹은 외면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영화는 어쩌면 진부할 수 있는 신이라는 절대자의 활용을 이 여섯 사도와의 접점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한다 (여기서 신이라는 존재의 진부함은 마치 '브루스 올마이티'처럼 전지전능한 능력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경우도 포함한다. 즉, 이 영화는 절대자적 신으로서의 익숙한 이야기는 물론, 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기존의 다른 이야기들과도 한 차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코 반 도마엘의 '이웃집의 신이 산다'를 대단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신이라는 존재와 죽음을 다루면서 일반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저 흥미위주로만 풀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메시지와 감동을 전하는 것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사도들의 이야기를 웃고 즐기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데, 한 편으로는 지금의 시대와 세상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살고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조금은 극적인 설정과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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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를 이미지와 음악 등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이 작품은 몹시 환상적이다. 21세기의 동화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설정과 이야기,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이미지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금은 판타지적인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결코 현실과의 거리를 멀리 하지 않아 여기에서 오는 이질감이 없고, 한편으론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이를 전달하는 영화적 표현력에 있어서도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놓이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매력적이고 재미 요소를 가득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 임에도 자연스럽게 전달해 내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사실 영화를 보는 중간에도 이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고는 있지만 감동까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후반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장면, 아니 한 줄의 텍스트에서 눈물이 왈칵 터져버렸다. 그저 동화 같기만 했던 이 영화가 완전하게 내 영화가 되는 순간이었는데, 계속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들려주는 듯 했던 영화는 바로 그 순간 내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눈물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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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나오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요즘 보았던 '마카담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이 영화 역시 여러가지 볼거리도 좋았지만 그 근본에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래서 계속 다음, 다음을 궁금해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보니, 새삼스럽지만 이야기가 주는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기에 마치 미셸 공드리와 타셈 싱을 섞어 놓은 듯한 이미지와 연출 방식은 하나도 뺄 것 없는 내 취향으로, 이 영화를 더 오래 더 자주 꺼내보게 만들 듯 하다.
1. 극 중 삽입된 'La mer'는 유명한 샹송곡인데 개인적으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엔딩에서 워낙 인상 깊었던 터라 그 이후로 깊게 각인되어 이번 영화에서도 단 번에 알아챘다는! 이번 영화에는 (아마도) 샤를 트르네 버전으로 수록되었는데 그래도 훌리오 이글레아시스 버전이 더 강렬하긴 한듯 ㅎ
2. 블루레이가 꼭 나왔으면 좋겠네요. 블루레이로 꼭 봐야 할 만큼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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