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
 
올해 하반기 가장 기대했던 영화 중의 하나였던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물론이고, 레오, 멧 데이먼, 잭 니콜슨, 마크 월버그, 마틴 쉰, 알렉 볼드윈
까지,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디파티드>는 잘 알다시피 홍콩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본래는 단순 리메이크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스콜세지가 감독한다는 말에
그저 그런 리메이크가 되지는 않을 거란 기대를 갖게 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한 만큼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알려진바로는 스콜세지는 전혀 다른 리메이크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던 만큼
단순히 원작 시나리오의 설정만을 가져왔을 뿐 다른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장면까지 흡사한 점이 많았다.
황추생과 양조위가 만나던 옥상 장면은, 그대로 마틴 쉰과 디카프리오의 옥상씬으로
연결됐고, 옥상에서 추락하는 것, 첩자를 밝혀내기 위해 신상명세를 받아내던 중
봉투에 철자가 틀렸다며 글씨를 다시 써준 점, 마지막 살인사건의 장소가 엘리베이터라는 점,
등등등 그저 원작의 구성과 인물들을 빌려온 리메이크 작이라고 하기에는
완전히 똑같은 장면들이 너무도 많았다.
 
오히려 완전히 똑같은 장면들을 넣을 것이었다면, 위기상황에 문자를 보낸다는
설정보다는 원작의 모르스 기호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며,
배경음악도 스코어가 아닌 노래로 넣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히려 이 영화는 <갱스 오브 뉴욕>에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갱스터 영화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스콜세지 감독은,
그 근본의 뿌리를 탐구한 작품으로 <갱스 오브 뉴욕>을 내놓았는데,
<디파티드>역시 보스턴 지역의 배경으로 아이리쉬계와 이탈리아계의 끊임없는
세력 다툼 등 리얼한 갱스터 세계의 모습을 그리는데에는 역시 수준급 연출력을 선보였다.
<무간도>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증지위의 싸늘한 카리스마 못지 않게 잭 니콜슨의 흡사 <어바웃 슈미트>스런
자연스러움과 미치광이스런 성격이 공존하는 연기는,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마틴 쉰이나 알렉 볼드윈은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역시 연기 경력에 걸맞는
무게감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를 보고 누구나 칭찬했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펼친 마크 월버그는,
이 영화로 인해 한 단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멧 데이먼의 연기도
유덕화와 비교하지만 않는 다면 나무랄데 없다.
영화의 초반 잭 니콜슨과 디카프리오가 투 샷으로 잡혔을 때는 왠지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졌는데,'야~ 이제 레오가 잭 니콜슨과 1:1로 상대할 만큼 연기력이 늘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면서 확실히 꽃미남의 이미지는
벗어내버린 레오는 이번 영화에서도 복잡한 심리를 갖고 있는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특히 자신의 본래 신분인 경찰로 돌아온뒤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전 갱으로 위장해 있을 떄와 완전히 다른 표정과 억양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봤을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파티드>는 어쩔 수 없이 <무간도>와 비교할 수 밖에는 없을텐데,
결과적으로 <무간도>를 넘어서지도 넘어설 수도 없었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무간도>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양조위 못지 않게 유덕화 캐릭터였다.
본래 나쁜 사람으로 경찰에 첩자로 잡입하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로맨스를 겪고나면서
점차 착하게 살고 싶었다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서
겪는 갈등이 사실상 <무간도>의 요점이라 할 수 있었다. 길을 잘못든 사람이 뒤늦게 후회하고
진심으로 착하게 살고 싶다는 걸 알았을땐 이미 많이 늦어버린 현실에 힘들어하는 상황말이다.
 
하지만 <디파티드>에 멧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엔 그런 고민이 없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이용에 자신의 이익을 채우고 배신하는 비열한 악당, 갱스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간도>는 양조위와 유덕화가 동등하게 그려지고 있는 영화지만,
<디파티드>는 동등하다기보단 레오가 중심이 되는 1인 영화에 가깝다.
<무간도>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했었다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설정과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왔으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온 것이 <디파티드>를 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그리고 <무간도>는 엔딩 크래딧이 오를때 인물들의 쓸쓸한 감정을 차분히 정리해주던
채금의 노래가 있었지만, <디파티드>에는 스코트랜드풍의 강력한 음악만이 흐르는데
영화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는 썩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채금의 노래의 영향력이, 이 노래가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되었었는지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무간도>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디파티드>는
더할 나위없는 괜찮은 갱스터 영화이다. 혹 <무간도>를 본 사람들이라해도
갱스터 영화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놓치지 말아야할 수작일 것이다.
하지만 <무간도>에 공감했던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디파티드>는
무언가 아쉬움이 짙게 남는 영화였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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