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色, 戒: Lust, Caution, 2007)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조금은 기대이하였다.

이안 감독의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을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에
양조위가 나온다던,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던 것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었으나
막상 보고나니 그냥 평범한 정도였다고나 할까.

영화는 내용과 스토리가 그러하다보니 분위기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남,녀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얼핏보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속에 놓여진 두 남녀의 우여곡절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지고보면 그냥 러브스토리(더 따지면, 러브 스토리라고 보기도 조금 어려울듯)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두 남녀가 정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는 영화를 통해서 확실히 전달 받을 수 없었다.
양조위 역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인지, 아니면 자신이 처한 역할과 상황에 대한
돌파구나 해방 그 이상이었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탕웨이 역시 마지막 다이아반지에 결국 넘어간 것인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디 놓아주기로 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정말 누구 말만 따라, 마지막 다이아반지를 전해주는 시퀀스는 일종의 코미디였다.
그 한 장면으로인해 많은 의미들이 퇴색되었다고 생각한다.

양조위가 맡은 역할은 분명 악역이지만, 양조위가 맡았기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되는 캐릭터였다.
악당이지만 어딘가 슬픔이나 사연이있을듯한 눈빛을 갖고 있는 양조위.
양조위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캐릭터였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소모한 것일뿐,
더 나아가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몇몇 장면과 전체적으로 이른바 아우라를 진하게 풍기는 그의 이미지는
동,서양을 통틀어 그만이 갖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신인이라고는 믿기힘든 탕웨이의 연기는 굳이 20분의 무삭제된 배드씬을 제외하더라도
화장하고 안하고가 다른 사람이 되듯, 충분히 인상적인 연기였다.

이안 감독은 확실히 중국 감독이라기보다는 미국감독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몇몇 장면에서 대사 없이 느껴지는
 예술적인 순간순간들은 가볍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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