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이드 파크 (Paranoid Park, 2007)
구스 반 산트의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그의 전작 <엘리펀트>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소년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에서, 그리고 정적감이 감도는 분위기와
알렉스라는 이름의 주인공.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를 소개하는 글에는 유난히도 감독인 구스 반 산트와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을 거론하고 있는데,
크리스토퍼 도일의 작품이야 이미 여러번 보아와서 잘 알고 있지만,
꼭 그여서 멋진 장면을 봤다는 느낌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개인적으로).
하지만 이번 '파라노이드 파크'는 분명 구스 반 산트의 메시지 만큼이나 그의 영상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크리스토퍼 도일은 이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포커스를 이용한 기법을 자주 사용하며
뚜렷한 것과 불투명한 것에 대한 의미를 표현하고 있고, 더불어 역시 평범한 장면들에서
보케 효과를 사용하면서 특별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슬로우비디오 기법이 마치 액션영화처럼 자주 등장하는데,
샤워장면에서는 물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영상들도 슬로우비디오 기법을 사용해
좀 더 인상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남게 한다.
(참고로 대부분 35mm로 촬영된 영상은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한 것이 맞지만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장면들은 스케이트 보더 전문 촬영기사인 레인 캐시 리 라는 촬영감독이
슈퍼8mm로 촬영한 영상이라고 한다)
'준비된 사람은 없어'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에도, 이 대사가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고를 겪은 주인공에게, 이 말은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해결방법으로 친구던 누구에게던 편지를 쓰라는 친구의 말은
어른이나 부모가 아닌 사실상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으로 구원을 얻는
그래서 결국 준비 없이 맞게 된 이 우연한 사고가(영화의 경우 살인사건), 다른 사춘기의 고민들과 같이
그저 자신만의 성장통의 비밀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넓게 보아 이 영화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스스로 구원 받음으로서 진정으로 성장한다는 이 메시지는
정적감이 흐르는 영화의 분위기와 더불어 깊게 각인이 되었다.
슬로우 비디오를 통해 몽롱함과 생각할 순간을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괜찮았고,
(정적감을 많이 이야기하긴 했지만)적제 적소에 어울릴것 같지 않았던 음악을 잘 배치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낸 것도 좋았다.
<엘리펀트>와 더불어 구스 반 산트의 작품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가 될 만한 작품이었다.
1. 오랜만에 들른 스폰지 하우스(구 중앙시네마)는 분위기가 좋더라.
2. 엘리펀트와 마찬가지로 1.33:1로 촬영된 화면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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