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과 갱들이 난무하는 걸로 봐서 카포네가 주름잡던 시카고에 분위기가 물신 느껴진다. 하지만 갱들과 그를 잡으려는 딕 트레이시의 색감은 카포네보다는 훨씬 뷰티풀하고 컬러풀했다.



무자비한 악당 빅 보이는 지하세계의 보스 립스 맨리스와 마찰을 일으킨다. 빅보이의 다음 목표는 도시의 남은 갱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최고의 두목자리에 오르는 것. 이를 막기 위해 딕 트레이시는 빅보이가 관할하는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절친한 동료 펫, 샘과 함께 빅 보이와의 전면전을 시작한다. 늘 빅보이와 싸우느라 사랑하는 애인 테스와 함께 보낼 시간이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딕 트레이시.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전하며 힘겨워하는 딕 트레이시 앞에 어느 날 미모의 나이트클럽 여가수 브레들리스가 나타난다.

매일 밤마다 유혹하는 브레들리스 때문에 더욱 난처해진 딕 트레이시는 결국 애인에게 들키게 되고 이 때문에 테스와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진다. 사랑하는 여인마저 자기 곁을 떠나게 될 위기에 처해진 딕 트레이시에게 이번엔 빅 보이 보다 더한 악당이 나타난다. 진짜 얼굴과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그저 블랭크라고만 불려지는 이 악당은 딕 트레이시와 빅 보이를 모두 없애버리고 도시 전체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빅 보이와의 싸움으로도 늘 위협을 받는 딕 트레이시는 이제 블랭크와도 싸워야 하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는데….



이 영화 [딕 트레이시]는 배우들의 면면을 꼭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는 출연하는 지도 몰랐던 배우들의 이름들이 엔딩 크레딧에는 버젓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주인공 트레이시 역을 맡은 워렌 비티부터 살펴보자.
워렌 비티는 헐리웃에서 배우로서 또한 제작자와 감독으로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초원의 빛]으로 배우로 데뷔한 그는,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를 제작하였고, 이 영화 [딕 트레이시]를 비롯한 여러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딕 트레이시]에서는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고 있는데, 폼 나면서도 코믹하기 까지 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연기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딕 트레이시]에서 워렌 비티의 노란 바바리 차림에 변신 정도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심하게 분장하고 나와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던 두 배우 덕인데, 그들은 이른바 대 배우라 칭송받는 알 파치노와 더스틴 호프만이다.

멋진 역할,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만 도 맡아서 해오던 알 파치노에 극 중 ‘빅 보이’ 연기는 정말 특이한(?)케이스가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팀 버튼의 [배트맨]과 비교되곤 하는데, 마치 잭 니콜슨이 맡았던 ‘조우커’역할과 상응하는 악당 역할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정말로 심하게 망가져 버린 분장, 아니 변장은 알 파치노 임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나타내고 있고, 알 파치노는 이런 분장에 화답이라도 하듯, 심하게 망가지고 코믹한 악당의 캐릭터를 장난치듯 신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딕 트레이시]는 영화의 분위기상 [대부]의 분위기와도 닮은 점들이 많은데, [대부]에서 넘치는 카리스마로 출연했던 알 파치노가 같은 갱 역할을 심하게(?) 다르게 연기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그래도 알 파치노는 얼굴을 조금은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스틴 호프만은 정말 일반인들로서는 구분이 힘들 정도로 하드 한 겹에 분장으로 출연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알 파치노에 비해 출연하는 러닝 타임도 길지 않으며, 대사 또한 적다(그나마 그 대사들도 웅얼웅얼 거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알 파치노나 더스틴 호프만 같은 연륜 있는 배우들은 오히려 이런 코믹하고 심하게 뒤틀린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 여유 있게 연기하는 듯 하다.
돈나는 이 영화에서 팝 적인 요소들보다 재즈 적인 느낌이 강한 곡들을 소화해 내며, 만화적이지만 갱스터 무비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잘 연출해 냈다.

브에나 비스타에서 발매된 타이틀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서플먼트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4장짜리 서플먼트 디스크가 판치는 요즈음 이렇게 전무한 서플먼트는 확실히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 같다. 하지만 본 편의 영상과 사운드의 퀄리티는 레퍼런스 급은 못 되지만, 수준급의 화질, 음질을 선보이고 있다. [딕 트레이시]는 비디오로도 절판되어 구하기가 워낙에 힘든 영화였는지라, 서플먼트의 마이너스 요인에 상관없이도 높은 소장가치가 있는 타이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돈나. 이미 언급되었던 세 명의 배우들 외에 [딕 트레이시]가 주목받은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마돈나의 출연이었다. 미국 팝의 여왕이라 불리며 최고의 주가를 누리고 있었고, 또한 워렌 비티와도 염문설이 있던 터라 그녀의 출연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클럽의 여가수 역할을 맡은 마돈나는 역할이 역할인지라 자신의 매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그리고 영화 내내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영화 전체를 Jazzy하고 Smooth하게 만든다. 위의 소개한 이들 배우들의 출연 이유만으로도 [딕 트레이시]는 한 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정말로 눈에 확확 들어올 정도로 강렬한 원색의 색감이다. 주인공 딕 트레이시의 트레이드 마크인 샛노란 바바리코트와 중절모를 비롯하여, 갱스터 답지 않게 초록, 빨강, 연두, 노랑 등의 원색의 의상을 입고 있는 악당들, 역시 원색으로만 이루어진 자동차들은 영화 자체를 신비하고도 만화적인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원래가 1931년부터 연재했던 체스터 굴드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라 기존의 만화의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게 했다. 딕 트레이시가 범인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집 전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장면이라던가, 도시 전체를 비추는 앵글에서는 완벽하게 만화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하고 장난스러운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신비스럽고 만화스러운 영상은 [배트맨]과 비교되는 첫 번재 요소로 꼽힌다.
두 번째 요소는 바로 음악이다. [배트맨]의 음악을 맡았던 데니 앨프먼이 음악을 맡아 신비스러운 영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비슷한 탓인지 음악 또한 분위기가 많이 흡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데니 앨프먼의 음악 외에 이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마돈나의 노래들인데, 마돈나는 이 영화에서 팝 적인 요소들보다 재즈 적인 느낌이 강한 곡들을 소화해 내며, 만화적이지만 갱스터 무비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잘 연출해 냈다.

브에나 비스타에서 발매된 타이틀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서플먼트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4장짜리 서플먼트 디스크가 판치는 요즈음 이렇게 전무한 서플먼트는 확실히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 같다. 하지만 본 편의 영상과 사운드의 퀄리티는 레퍼런스 급은 못 되지만, 수준급의 화질, 음질을 선보이고 있다. [딕 트레이시]는 비디오로도 절판되어 구하기가 워낙에 힘든 영화였는지라, 서플먼트의 마이너스 요인에 상관없이도 높은 소장가치가 있는 타이틀이 될 것 같다.

2003.05.15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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