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위드 미 (Untraceable, 2008)
끝나도 끝이 아닌 공포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매력적인 미스테리 스릴러물 <다크 엔젤>과 데니스 퀘이트와 제임스 카비젤 주연의
독특한 가족영화 <프리퀀시>를 연출했던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2008년도 신작 <킬 위드 미>.
우리나라 개봉시 제목은 보시다시피 '킬 위드 미'라는 제목을 썼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지만,
이 제목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본제는 'Untraceable'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추적할 수 없는'
정도가 되겠다.
이 영화는 저 포스터가 잘 말해주듯 21세기에 어울리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실시간 동영상 등
최첨단이지만 개인적인 사유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것들로 인한 테러와 공포, 그리고 현대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그들의 무서운 심리를 스릴러 장르로 잘 녹여낸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의 주된 공포라면 일단은 무작위에서 오는 공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무작위가 아니라
치밀하게 대상을 선정하여 치뤄진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큰 범위적 제한없이
누구나 이용가능한 인터넷 사이트처럼, 전혀 남의 일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끔찍한 일들이 자신과 주변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한 공포로 시작하고 있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 사이트에 살해당하는 사람의 모습이
등장했을 때, '여기봐, 너의 아버지아니야?'라는 대사처럼, 평소 전혀 다른 사람 얘기로만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이를 '즐기던'이들에게 조차 자신들의 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의 배경은 이미 이런 사이코 킬러들이나 살인범들에 관련한
영화들에서 등장했던 비슷한 설정이 등장한다. 몇해 전 끔찍한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대중들이 마치 쇼프로 즐기듯이 반복해보고, 슬로비디오로 보고, 안주거리로 얘기하는
것에 분노를 느껴, 그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을 자신의 아버지가 당했던 것처럼 모든 이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도록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주인공을 마치 피해자라던가 하는 것으로 깊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뭐랄까 이런 살인범들의 불우한 배경을 깊게 다루는 것은 결국에는 사회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라고
결론짓기 위해서 그도 피해자라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영화는 물론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말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가해자를 피해자로 감싸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모두가 공범임을
얘기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살인범은 죽게 되지만 오히려 그 후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사이트의 댓글들 때문이었다.
'천재가 죽었다' '이 비디오 어떻게 다운받죠?' 등 이른바 '개념'없는 댓글들과 살인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이를 담담하게 즐기는 사람들과, 접속자 수가 많아질 수록 살인의 속도도 빨라지니
접속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저 '호기심' 때문에 혹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보고 즐기기위해
무서운 가속도로 늘어나는 사이트의 접속자 수를 보았을 때, 이것이야 말로 끝나도 끝나는 것이 아닌
무서운 공포스러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 기사에 조차 개념없는 악플이 달리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이런 무서운
상황이 남일같지 않게 느껴져서 더 안타깝기도 했다.
최근 <점퍼>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에서 그래도 선전했다.
특별히 그녀만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하였지만, 딸을 둔 FBI요원의 모습도 제법 어울렸다.
톰 행크스의 아들로 더욱 유명한 콜린 행크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약 10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 타임 답게 괜찮은 몰입도와 킬링 타임 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는
재미를 갖고 있는 스릴러 영화였다.
물론 그 안의 메시지는 단순히 즐기고 넘길 수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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