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리들리 스콧과 레오, 그리고 마크 스트롱!
<바디 오브 라이즈>는 개봉 전부터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모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인의 반열에 이미
올랐다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되면서 매 작품마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항상 선굵고 무게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 영화였기 때문이었죠.
더군다나 이 작품은 리들리 스캇과 함께 <아메리칸 갱스터> <블랙 호크 다운>등을 만들어온 주요 스텝들이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는 영화라 또 한 번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특히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의 각본을 썼던 윌리암 모나한이
이 작품에도 각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리들리 스캇이 선사하는 장면 장면의 완성도와 <블랙 호크 다운>에 이어 중동을
실감나게 그리는 그 재주는 여전했지만, 무언가 새로울 것 없이 기존 비슷한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들리 스캇과 레오 모두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이기에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요.
영화는 CIA 비밀 요원 로저 페리스(디카프리오)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의 알 살림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요원인 로저 페리스는 본국의 상사인
호프만(러셀 크로우)에게 지속적으로 지령을 받아 각종 작전을 지휘하게 되는데, 이 둘의 관계는 이 영화의 주된 관계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현장 요원인 페리스는 어느 정도 선한 의도에서 정보원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신뢰와 우정을 중시하지만, 호프만은 '전쟁에는 희생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미국에게 이로운 것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것들을 신경쓰지 않는 냉혈한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조금 아쉬웠던 건 호프만은 사실상 내용상으로 보면
악역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가족에게 신경쓰고 러셀 크로우의 불어난 체중처럼 날카롭지 못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아주 냉혈한스러운 인상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더 정치적으로 모호한 영화가 되기도
했구요.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입장을 확실히 하기 보다는 단순히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는데에
좀 더 중점을 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여전히 훌륭합니다. 스콜세지의 작품에 연속으로 출연하면서 이제 디카프리오에게
'이제는 연기파 배우다'라고 굳이 재차 말할 필요가 없어졌죠. 생각해보면 최근 디카프리오의 작품들에서 그는 거의 한번도
말끔하게 면도한 채 등장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즉 액션이나 스릴러 등 장르에서 좀 더 거친과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 왔다는 말도 되겠죠. 로저 페리스를 연기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액션이면 액션, 표정이면 표정 다 수준급
이상이지만 뭔가 계속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서서히 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전작인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그가
연기했던 '대니 아처'와 여러 부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니 아처보다 페리스는 덜 활발하고 유쾌한
대신 액션이나 무게감을 더 주기는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만족스러웠지만,
이런 비슷한 캐릭터가 한 번 더 반복된다면 그 때 부터는 조금 우려스럽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러셀 크로우의 경우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거의 조연에 가깝습니다(기존에 홍보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마치 디카프리오 VS
크로우 이런 동등한 대결구도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 물론 몸무게를 20킬로 이상 불렸다는 것처럼 약간은 나태함이
엿보이면서도 악역스런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만의 카리스마를 다 담기에는 조금 심심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 속에서 크로우의 굴욕 장면이 나오는데, 속으로 불쌍하기까지 하더군요 ㅎ).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멋진 배우를 꼽으라면 '하니'(달려라 하니 아니에요 --;)역할을 맡은 마크 스트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얼핏 보면 샤프한 앤디 가르시아를 보는 듯도 하고, 한 편으론 베르바토프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마스크를 갖은 그는 이 영화에서 요르단의 정보 국장인 '하니'를 연기하는데 정보국장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어야 할
여유로움과 날카로움, 그리고 무서움을 모두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뒤져보니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
중에 보았던 영화들이 제법 있는데 다들 큰 역할은 아니었는지 그의 얼굴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네요.
여튼 시종일관 거친 사막과도 같은 곳에서 항상 양복을 입고 포스를 뿜어주시던 그의 연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답게 몇몇 장면에서는 스케일이 느껴집니다. 헬기가 동원된 액션 씬도 물론이고 총격씬 같은 경우도
헐리웃에서 아마 마이클 만을 제외한다면 가장 수준 높은 총격 액션 씬을 보여주는 그 답게 리얼한 장면을 선사합니다.
일부 액션씬에서는 카메라를 무려 8대나 동원해서 촬영을 했던데 그 만한 노력을 스크린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들리 스콧과 그의 팀이라서 이 새로울 것 없는 영화가 어느 정도 볼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겠구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쉬운 영화라고 해야겠네요.
전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감독과 배우의 팬이라 그럭저럭 즐겼지만요~ ^^;
1. 최근 개봉했던 <이글아이>같은 경우도 그렇고, 핸드폰 쓰기 참 무서워지는 세상입니다.
핸드폰 하나면 모든게 감시 가능하니 말이죠.
2. 중동과 유럽 각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로케이션 촬영 장면을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3. 엔딩에 흐르는 곡은 'Guns n' Roses'의 'If the Worl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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