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ee - The Passage
거품 싹 뺀 힙합앨범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키비(Kebee)의 세 번째 앨범 'The Passage'가 발매되었다. 소울컴퍼니를 알게 된 이후부터는 언제부턴가 무브먼트 크루나 부다 사운드 같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메이저 힙합 음악들 보다도, 오히려 이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사운드에 더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참 Nujabes에 빠져 있을 때 The Quiett이 만들어낸 비트들은 단번에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키비의 곡들 역시 라임과 비트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소울컴퍼니의 앨범들은 각자의 솔로 앨범들과 프로젝트 앨범 그리고 소울컴퍼니가 모두 참여했던 'The Bangerz'앨범들까지 관심을 갖게 했고, 결국 키비의 세 번째 앨범은 나름 기다리기까지 하는 앨범이 되었다.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첫 트랙 'Soulport'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약간 의외였다. 빠르고 경쾌한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뤄 마치 해변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인스트로멘탈 곡은, '여정'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수 있는 곡이었다. 곡 말미에 우주적인 사운드를 삽입한 것은 자켓 디자인과 연관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트랙 'Diving'의 베이스가 되는 백킹 사운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감'이다. 이런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기가 있는데 이 곡을 통해서도 이런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으로 이번 앨범에 전체적인 퀄리티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Wake Up'은 스크래치 사운드와 일렉트릭한 사운드가 강한 비트와 라임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그 다음 트랙 '사진기'는 여성적인 분위기와 소년의 감성으로 다루고 있는 곡으로 후렴구의 lady Jane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굉장히 팝적인 곡으로서 이 정도면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퀄리티의 저하는 겪지 않고 있으니 안심해도 될 듯 싶다.

다섯 번째 트랙 '불면제' 역시 샛별의 피쳐링이 더해진 곡으로 키비의 멈추지 않는(?) 랩핑이 돋보이는 곡이다. 전체적으로 비트나 사운드가 만족스럽다보니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버전으로 앨범을 통으로 발매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키비의 라임이나 랩핑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비트가 만족스럽다는 쪽의 반영이다. 넋업샨, Loptimist, Jinbo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화가, 나'는 각각의 개성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곡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각의 다른 컬러를 맛볼 수는 있지만 각각의 매력이 최대한 발휘되지는 않는 다는 느낌이었다.




'Go Space'는 역시 경쾌한 기타 사운드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소스가 결합해서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이다. 예전 키비의 음반을 들었을 때는 느린 비트의 감성적인 곡들에 더 잘 어울리는 랩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약간은 생각이 틀려진 편이다. 빠른 비트의 팝적인 곡에서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랩핑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는 아무래도 타블로가 참여해서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랩이 아닌 노래하는 키비의 보컬을 들어볼 수 있고, 역시 우주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소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곡으로 전체적인 앨법 컨셉에 부합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아홉 번째 트랙 'Goodbye Boy'는 역시 키비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심플하면서도 가사의 집중력이 높은 곡이다. 앞서서 빠른 비트의 곡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느린 비트의 아기자기한 곡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소년 같은 감성과 분위기는 역시 키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 번째 트랙 '그림자'를 지나 'Where is the Claps?'를 듣고 있노라면 점점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 보다는 좀 더 디테일한 면을 찾아들어보게 되는데, 잘 들어보면 상당히 세심한 면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음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단순히 보컬과 반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악기 하나하나, 소스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이 음악에 창작자가 얼마나 많은 공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데, 키비의 음반에서도 이런 노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열 세번째 트랙 'Still Shining'은 더 콰이엇과 D.C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하게 된 키비의 자전적인 심정이 담긴 곡으로서 '달라질건 없지'라는 가사처럼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마지막 트랙 '이 별에서 이별까지'는 첫 번째 트랙과 대구를 이루고 있는 인스트루멘탈 곡인데, 첫 번째 곡에서 말미에 살짝 우주적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맛만 보여주었었다면 마지막 트랙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사운드를 이용해 곡을 진행하고 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곡 곡이 아니라 하나의 앨범으로서 평가받으려는 키비의 의지가 담긴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은 키비 특유의 장점을 잘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용이한 음악이 수록되었다고 생각된다. 샘플링을 최소화 하고 심플한 악기 구성과 플로우 만으로 세련되고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들려는 키비의 노력은 앨범에 잘 묻어나있다. 하지만 이것이 힙합 씬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이라고까지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새롭다기보다는 미니멀하면서도 그들만의 장점을 잘 살려낸 괜찮은 힙합앨범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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