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rette, 1985)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를 통해 만나게 되는 영화들 중에는, 정작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없으나 그 제목만은 익히 들어왔던 작품들을 여럿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지난 상영작들 가운데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등과 같이 이번 상영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점과 그 제목만은 매우 익숙한 작품이었다. 어찌보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것 외에는 (그리고 여러 영화제들을 통해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시피 했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2009년에야 처음 접하게 된 영화는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최근 개봉작으로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디스 이즈 잉글랜드>였다. 영화의 시기적인 배경이나 다루는 내용의 일부분이 <디스 이즈 잉글랜드>와 동일한 지점을 갖고 있었는데, <디스 이즈 잉글랜드>가 마가렛 대처 수상 시절 당시를 배경으로 영국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모습이었다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인도/파키스탄 등 영국을 사는 이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전혀 내용을 모르고 본 영화였기에 동성애 코드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내용은 조금 의외이기도 했는데, 어쨋든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당시 영국 사회를 이민자의 입장에서 그려내면서 사회가 용납하지 않았던 금기시 되는 요소로서 동성애 코드를 추가로 삽입한 듯 했으며, 전혀 의외의 공간일 수도 있는 '세탁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족과 이민자, 이를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현실을 실험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기대보다 못 미친다고 생각된 데에는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물론 주제나 풀어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가까운 기간 내에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겹치는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1985년작인 이 영화가 너무도 1985년스러운 영화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하니, 예전 영화들 가운데서도 금새 빠져들게 되는 영화들을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비롯하여 보편적인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너무도 당시의 영화 기술이나 연출 스타일을 반영하는 구성과 장치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주제에 빠져들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음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텐데, 너무도 80년대 틱한 이른바 '촌스러운' 음악들은 지금와서 보기엔 주제마저 잠식하는 듯한 이질감을 주고 있으며, 세탁소가 등장한다고 시종일관 물방울 터지는 효과음으로 구성된 배경음악은 확실히 그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를 한 영화음악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시대를 넘어 공감을 얻을 만한 시도까지는 못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음악 탓에 마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을 연상시킬 정도로,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한스 짐머가 영화음악을 직접 맡은 것은 아니지만 프로듀서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1.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뽀송뽀송한 얼굴은 참 어색할 정도로 어리더군요 ㅎ 지금이 무서우리만큼 인상적인 연기보다는 쿨한 미소년 정도의 모습이 색다르더군요 ^^

2. 이 타이틀은 무려 워킹 타이틀의 작품입니다. 워킹타이틀이 정말 생각보다 오래된 스튜디오였군요.

3. 그런데 정말 당시에는 그렇게 세탁소가 문을 열면 모두들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있었던 걸까요? 영화 속 묘사를 보면 세탁소에서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하는 등 거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4. 주인공 아마르 역할을 맡은 고든 워넥키는 생김새나 바바리를 차려 입은 모습이 마치 <영웅본색>을 자꾸 떠올리게 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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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Title Films에 있습니다.





1. 어제 드디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의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었
죠 (http://specials.divertissements.fr.msn.com/cinema/avatar/default.aspx). 짧은 시간 동안 최고다, CG가 후지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는데, 일단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 저는 풀버전을 보기 전까지는 일단 그냥 '기대'상태입니다.

2. 아, 그리고 <아바타>는 '아바타데이'라고 해서 영화의 주요 장면 20분 정도를 특별히 보여주는 시사회를 오늘 진행하는데, 다행히 초대가 되어 오늘 저녁 용산 CGV에서 조금이나마 먼저 <아바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군요!

3. 요 며칠 블로깅을 못했던 건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관련해서 조금 심정을 글로 정리해 보긴 해야할텐데, 참...2009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이젠 편히 쉬세요.

4. 아, 진사야님이 넘겨주신 릴레이 글은 서거 하루 전에 이미 써두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는 바람에 일단 보류 중입니다. 조금 더 있다가 공개하도록 할께요.

5. 혹시나해서 홍보를. 위드블로그라고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음반 캠페인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전문적인 블로거 분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평소 음반과 리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높은 확률로 음반도 공짜로 들어보고 리뷰도 작성하실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갈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주저 말고 신청해주세요~ (http://withblog.net/)

6. 요 며칠 너무 세상일, 회사일로 정신없다보니 <왓치맨>과 <벼랑위의 포뇨>가 DVD로 출시된 것도 모르고 있었군요. 왓치맨은 스틸북으로해서 오늘 바로 질렀습니다. 내일이면 볼 수 있겠네요!

7. 10월에 일본으로 휴가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신종 플루가 신경이 안쓰일 수는 없네요. 지진까지 겹쳐서 좀 싸져라, 싸져라 하고 있습니다. -_-;;

8. 딱 하루 아무 일도 없는 날 연차휴가를 내고, 집에 쌓여있는 블루레이들을 몽땅 보고만 싶습니다. 그리고 다 글로 써버리고도 싶구요. (그랜 토리노와 칠드런 오브 맨은 캡쳐까지 어느 정도 해두었는데 과연 언제쯤 리뷰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윽)

9. 권지용의 이번 앨범은 멜론을 통해 첫날 들어보았습니다. 좋기는 한데,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사실 권지용이 권토벤으로 불릴 정도의 천재인가에 대해서는 사실 예전부터 의문이 있었고, 특히 '거짓말'의 전주부분을 열심히 따라부르다가 정작 내가 다른 곡에 가사를 붙여 부르고 있었다는 충격 체험을 한 이후에는 실망을 한 경우이기도 때문에, 이번 논란이 너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구요. 다른 한 편으론 참 요즘 가요계가 표절에 너무 관대해졌다고도 생각이 들구요. 예전 같으면 표절이라는 의혹만 있어도 가수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가요계가 다 너무 어렵다보니 다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추세죠. 그런데 뭐 당연한거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거고 표절은 표절이겠죠;; 그런데 전 빅뱅 참 좋아했다구요 ㅎ MTV에서 했던 성장프로그램도 다 봤고, 재방송할 때마다 또보고. 여튼 그렇다는;;

10. 올해는 과연 그린 민트 페스티벌에 갈 수 있을까요? 일본 여행 스케쥴과 겹치지는 않는데 모르겠네요. 이적도 나오고 페퍼톤스도 여전히 나오고, 데니슨 위트머도 나온던데 말이죠! (http://mintpaper.com/v2/gmf2009_lineup_re.html)

11.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의 11번째 상영작으로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오랜 만에 혹은 처음 보고 싶은 신 분들은 오는 28일(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니 참고해주세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씨네토크는 거들 뿐! (http://cineart.tistory.com/521)

12. 제 블로그 관련해서 몇 가지 소소한 자랑거리가 있는데 이건 확정되면 말씀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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