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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Logan, 2017)

한 시대의 장엄한 퇴장


브라이언 싱어가 처음 '엑스맨'을 발표하고 난 뒤 수많은 엑스맨 영화들이 줄을 이뤘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울버린이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를 거치며 찰스와 에릭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항상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는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게 있어 울버린은 조금은 심심한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 물론 여기에는 독립된 울버린 영화 두 편의 실망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많은 뮤턴트들 가운데서도 중심에 있는 주인공답게 독립된 시리즈 영화를 가졌던 울버린이었지만, 두 편의 '울버린' 영화는 사실상 별다른 재미도 감동도 주지 못했었다. 오히려 '퍼스트 클래스'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거치며 울버린, 아니 울버린으로 대표되는 그 세대의 대한 감정이 더 끓어 올라 분명히 별로라고 여겼었던 울버린 1,2편 마저 다시금 돌아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세 번째 울버린 영화 '로건'은 그 정점을 찍는 작품이었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와서야 최고의 영화가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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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을 받으면서 탄생과 성장, 활약상의 일반적인 흐름 외에 노쇠하고 피로감에 지친 영웅들의 모습들도 만나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는데, '로건' 역시 그러한 시점으로 쓰인 이야기다. 더 이상 돌연변이가 태어나지 않는 시대에 죽어가는 마지막 돌연변이인 울버린의 현실은, 코믹북 속 주인공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쓸쓸하고 고독하고, 또 늙고 지친 상태다. 그렇게 세상에서 완전히 멀어져 조용한 퇴장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었던 로건에게 우연히 휘말리게 된 어린 소녀 로라와의 만남은 자의든 타의든 그의 현실을 다시금 복잡한 모래 먼지 속으로 끌어들인다. 


제임스 맨골드의 '로건'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기 위한 그 이전 시대의 장엄한 퇴장의 관한 영화다. 찰스 자비에가 처음 로건과 스캇, 진 등을 가르쳐 자긍심을 일깨우고 한 시대를 이끌었던 것처럼, 로건은 한 편으론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찰스와도 이별해야 하고 다른 한 편으론 로라의 세계를 열어주어야 하는 어른으로서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찰스와 로건, 그리고 로라로 이루어진 이 유사 가족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의미를 담아낸다. 이 셋의 관계는 사실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관계와 구조이지만, 다른 엑스맨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들 각자가 돌연변이라는 정체성 즉,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었던 그들만의 사연으로 인해 가족이라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관계를 아주 특별한 가치로 승화시킨다.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그리고 가질 수 없었던 이들이 처음 갖게 된 가족이라는 존재, 그리고 가족 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평범한 순간들의 행복은 로건의 마지막 이야기를 더 쓸쓸하고 처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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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은 아주 직접적으로 '셰인 (Shane, 1953)'을 언급하며 서부영화 자체가 갖는 시대적인 의미와 서부영화 세계의 인물들이 가진 고독함과 쓸쓸한 정서에 빗대어, 엄청난 회복 능력을 가진 히어로 울버린이 아닌 노쇠하고 죽어가는 인간 로건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로건'은 울버린의 마지막 영화이자 그를 연기한 휴 잭맨의 마지막 엑스맨 영화이기도 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토리노'가 영화 속 이야기 이상의 감동을 주었던 것은 주인공 코왈스키에게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생이 그대로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릴 때 휴 잭맨이라는 배우를 따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무려 17년간 울버린이었고 마지막까지 로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휴 잭맨이 연기하는 로건의 한 장면 한 장면은 어떤 캐릭터의 단순한 퇴장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로건과 휴 잭맨의 퇴장은 단순히 어떤 캐릭터의 마지막이 아니라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엑스맨 세계에서 중심에 있었던 한 세대의 퇴장을 의미한다. 물론 이후 또 어떤 리부트, 또 어떤 타임슬립 아이디어로 인해 이들은 언제든지 소환될지도 모를 불안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로건'이 선사하는 마지막은 그와 함께 한 수많은 관객들에겐 분명한 인사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렇듯 '로건'은 한 시대의 장엄한 퇴장을 고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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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과 이별하는 순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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