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 (The Grey, 2012)
생존을 고민하는 드라마
'A-특공대'에 이어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고 조 카나한이 연출을 맡은 영화 '더 그레이 (The Grey, 2012)'를 뒤늦게 보았다. 포스터나 국내 홍보 당시 풍기는 뉘앙스만 보면 마치 리암 니슨 형님이 '테이큰'에서 처럼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늑대들을 맨손으로 때려잡으실 것만 같은 분위기인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액션에 집중된 영화라기 보다는 외롭고 공포스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에 관한 영화였다. 사고로 인해 불시착한 비행기, 인적이라곤 없고 구조대도 올리 없는 오지에 가까운 환경 그리고 생존자들 간의 갈등과 지독한 환경 보다도 더 무서운 공포까지. '더 그레이'는 생존을 중심으로 하는 재난 영화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거기에 조금 다른 점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늑대로 인한 추가적인 공포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안에 담고 있는 진정성으로 인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으며, '생존'이라는 테마를 오락적으로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 1984 Private Defense Contractors .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가 다른 생존을 다른 영화들과 조금 빗겨나 있어 좋았던 지점은, 어쩔 수 없이 닥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 만을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생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닥친 상황은 분명 그냥 살아남기에도 벅찬 상황이 분명한데, 영화는 단순히 상황 상황을 챕터 별로 이겨내 결국 생존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 아니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묻는다. 삶의 무게에 자살을 시도했던 주인공 '오트웨이 (리암 니슨)'이나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더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현실만이 남는 이와 반대로 어린 딸과 가족 등이 기다리는 돌아갈 곳이 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상황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고립된 상황에 놓인 인간들과 이를 공격하는 늑대들과의 결투(?)를 다룬 일종의 괴수물이 아닐까 했는데, 전혀 다른 전개에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적절히 조절하는 조 카나한의 연출이 나쁘지 않았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둘 모두 끝까지 달려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 버전이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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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는 아버지 그리고 남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더 그레이'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를 '남자'의 것으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그리워 하는 대상으로 여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존재를 부여하지 않고 그리움을 겪는 대상으로서의 남성에 오히려 더욱 집중하고 있다. 아내를 그리워하고, 어린 딸을 그리워하는 가정적인 남편, 아버지로서의 남자는 물론, 겉으론 터프해 보이려 하지만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면 외로움 밖에 남지 않은 존재로서의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영화는 늑대들을 멋지게 해치우거나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결과로서가 아니라 그 과정 속의 작은 이야기와 감정들을 통해 남성성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보니 곧 누가 한 명 더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서로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며 웃는 장면에서도 그럴싸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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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더 그레이'는 '테이큰' 같은 리암 니슨의 원맨 액션 쇼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극한의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이 생존하고, 또 생존을 고민하는 과정의 깊이를 발견한다면 '테이큰' 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확실히 이 영화의 8할은 리암 니슨이라는 배우가 가진 포스에 있어요. 다른 배우에게 그냥 쓰는 수식어와는 달리, 리암 니슨에게는 진짜 포스가 있죠 ㅎㅎ
2. 미드 '퍼시픽'에 나왔던 제임스 뱃지 데일은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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