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 (Jagten, 2012)

사냥감이 되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유치원 교사인 루카스는 아내와 이혼했지만 아들 마커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중이며,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가장 친하게 장난 치고 놀 정도로 착하고 평범한 남자다. 그런 루카스에게 어느 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사소한 일이 발생한다. 가장 친한 친구의 딸이자 어쩌면 부모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 같은 존재였던 클라라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아주 사소한 감정의 스침은 루카스를 하루 아침에, 모두가 혐오하는 범죄자로 발전시킨다.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더 헌트 (Jagten, 2012)'는 '사냥'이라는 제목을 들어 억울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과 이 주인공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어른이라는 이름의 이성과 그 무서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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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더 헌트'의 루카스 (매즈 미켈슨)의 이야기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주인공,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친절했던 주인공은 어쩌면 그 친절함 때문에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순간, 아주 작은 우연으로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작은 실수가 아니라 작은 우연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루카스가 클라라에게 보인 행동을 실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순간의 감정으로 거짓말을 해버린 어린 클라라의 실수 때문 만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원인이 없는, 과정이 원인마저 잠식해 버리는 이야기다. '더 헌트'가 매력적인 건 바로 이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테일한 부분은 다를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억울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또 한 번 루카스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고 답답함마저 느끼게 되는 것은, 그 깊이를 가볍게 다루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영화의 시선과 방식에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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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루카스를 억울한 상황으로 몰아 넣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그를 범죄자로 몰아넣는 동네 사람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무지와 억지로 묘사하지는 않고 있다. 즉, 몰상식으로 한 사람을 몰아가는 모양새가 아니라 이들이 최대한 이성과 논리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충분히 보여준다. 그리고나서는 바로 그 이성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벌이는 지를 가감없이 묘사한다. 그리고 관객에게는 더 나아가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더더욱) 루카스가 처한 상황이 분명히 억울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그걸 알면서도 만약 내가 저 마을의 한 일원이라면 굳이 루카스와 엮이고 싶지는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불러온다. 즉, 완전히 루카스의 편에만 서 있는 듯 하지만, 은연 중에 루카스를 멀리하는 그의 친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이는 영화 후반부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루카스의 친구인 '테오'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을 통해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더 헌트'의 주인공은 분명 루카스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테오의 영화라고 느껴졌다. 그 만큼 테오의 행동과 갈등은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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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는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쉽게 부서짐에 노출되어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누군가가 이로 인해 처절히 무너져 가는 과정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어렴풋이 열어두고 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사실 몇몇 장면은 너무 쉽게 이 희망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할 때 쯤 영화는, 스윽 하고 다시 나타나 결국 아직도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혹은 더 혹독한 사냥의 시절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남긴다.

사냥감이 되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내가 누군가를 사냥하고 있는 지도 아마 그 전엔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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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즈 미켈슨의 연기는 정말 좋았어요. 이전 헐리웃 영화에서 보았던 악당의 모습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요. 더불어 클라라 역할을 맡은 아이는 어떻게 이런 아이를 찾아냈을까가 더 놀랍더군요.


2. 주인공의 심리에 완전히 공감하도록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그 사회의 입장에 서도록 만드는 연출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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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베러 월드 (In a better world, 2010)
복수와 용서의 사이에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수잔 비에르는 이 작품 이전에 헐리웃에서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이 출연한 리메이크 작 '브라더스'의 원작자로 더 많은 영화 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후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애프터 웨딩'이 노미네이트 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되었고, 결국 2010년 이 작품 '인 어 베러 월드 (Hævnen)'로 그 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의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덴마크 영화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헐리웃에 비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덴마크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누군 가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인 어 베러 월드'는 덴마크의 역사나 사회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전 인류에게 보편적인 화두를 덤덤하지만 아주 진중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는 아프리카의 난민 촌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의사 '안톤'의 이야기와 덴마크의 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과 그 이후의 일들을 그린다. 그리고 영화 초반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남게 된 '크리스티안'을 안톤의 아들이자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인 '엘리아스'와 연결 시킨다. 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이야기 그리고 두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는 조금씩 하나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이 연결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처럼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라는 식이나 더 직접적인 연결이라기 보단, 같은 고민과 문제에 빠져있다는 것으로 연결점을 삼는다.






'인 어 베러 월드'의 덴마크 원제인 'Hævnen'은 '복수'를 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그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쩌면 폭력에 대한 비폭력의 가치 혹은 수잔 비에르의 폭력의 역사 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폭력이라는 작지만 강한 존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용하고 전달되고 커져가는 과정을 통해,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인간들의 모습과 이를 더 큰 가치로 해결해 나가자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시작되는 그 순간, 굉장히 무거워져 버린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야, 정말 무서운 영화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랄까 이 작품은 '그래 아직도 세상은 희망이 있어!'라기 보단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아주 무거운 화두를 준비되지 않은 채 받게 되어버린,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직 순수한 존재인 아이들이 폭력인해 그리고 폭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이 문제가 정확히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 지를 좀 더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화두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과연 폭력은 비폭력만으로 저항할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수잔 비에르는 이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계속 화두로 남겨 관객들로 하여금 무거운 짐을 안고 다시 한번 '겪어 보도록' 만든다. 결국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영어 제목처럼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좁게는 내 아이와 가족을 위해 넓게는 내 신념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영화 한 편으로 이처럼 깊은 화두를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던지다니. 수잔 비에르를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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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1 화면 비의 DVD화질은 우수한 편이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경과 극중 안톤이 머무는 별장 근처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부드럽게 표현되며, 수잔 비에르가 곳곳에 배치한 따듯한 햇살이 가득한 장면들 역시 그 온도를 잘 담아내고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과하지 않은 채널 활용과 더불어 비교적 선명하게 대사를 전달한다. 멀티 채널의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작품이라 사운드적인 쾌감은 포인트가 아니라고 보면 되겠다.




장에서 조차 만나기 힘들었던 이 같은 작품을 DVD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지만, 예고편 외에는 전무한 부가영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총평] 수잔 비에르의 ‘인 어 베러 월드’는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화두를 가볍지 않고 무겁게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로 연출해 낸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혼자서는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용서와 비폭력의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면, 이 작품을 꼭 한 번 권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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