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에어벤더 (The Last Airbender)
너무 순진했던 샤말란의 졸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름 자랑한 만한 거리가 있다면, 영화를 보기 전에 내 취향에 맞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선택해내는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걸 들 수 있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지만 대부분이 긍정적이고 인상적인 평을 끄적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선택에서 살아남은 작품들 가운데 아주 가끔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들도 있었는데, M.나이트 샤말란의 '라스트 에어벤더'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드물게 보기 전부터 '이걸 과연 봐야할까?'라는 고민을 굉장히 심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제작이 들어가고 연출을 샤말란이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을 훨씬 더 했었으며 (그 때 내 반응은, '왜?, 도대체 왜 샤말란이 이런 작품을?' 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시사회와 개봉 이후 들려오는 지인들의 평들을 보니 '샤말란의 팬이라도 안보는 편이 낫다'라는 것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그래도!'라는 마음에 속는 셈 치고 이 작품 '라스트 에어벤더'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여기에는 '그래도 나는 재미있게 볼지 몰라'라는 일말의 생각이 있었는데, 결론은 나조차 샤말란을 편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총체적 난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졸작이었다.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TV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라스트 에어벤더'는, 그렇다고 해도 어쨋든 영화화된 작품이라면 반드시 있어야할 몇가지 요소들에서 너무나 결핍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유치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치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렇다할 기본 요소들의 힘이 너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각각의 원소를 다스리는 벤더와 이 모두를 다스릴 수 있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아바타라는 존재와 세계관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자체가 굉장히 유아적이긴 하지만 이는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라스트 에어벤더'를 보고나서 얼핏 떠올랐던 작품은 또 다른 판타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자 실패로 인해 속편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황금 나침판'이었는데, 결과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은 조금 차이가 있다 하겠다. '황금 나침반'은 애초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점에 기인해 1편에서는 대부분의 분량을 세계관과 캐릭터 설명에 할애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지루했으며 그 과정에서 전혀 리듬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설명 조차 다 하지 못해 1편이 해야할 역할들을 겨우 해낸 듯도 했지만 결국 그 기대가 2편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지는 못했던 작품이었다.

이에 반해 샤말란의 '라스트 에어벤더'는 사실 이 보다도 못한 과정이자 결과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그 세계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캐릭터의 설명도 거의 없는 편에 가깝다. 그리고나서는 다짜고짜 여정을 시작하는데, 당연히 공감대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거기에 갑자기 나타난 캐릭터와 말 한번 섞지 않고도 목숨을 바치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나 전혀 위압감이나 공포스러움은 물론 존재감마저 주지 못하는 악당들도 문제다. 그런데 영화의 중간중간, 관객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데 마치 영화는 스스로 이 장면이 굉장히 멋진 장면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장면들이 많다. 관객은 이 굴곡 없는 이야기에 점점 수면에 가까워지는 와중이지만, 영화는 이와는 다르게 '이것봐, 이거 정말 환상적이지않아?'라며 스스로 감탄하고 있는 듯한 장면이 여럿 느껴지는다는 얘기다. 이것은 순수하기보다는 순진한 것으로 봐야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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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샤말란의 '라스트 에어벤더'에 대한 실망감들이 바로 이런 '순진함' 때문이기를 사실 바랬었다. 샤말란은 이전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에게는 외면 당할 지언정 그 순수함은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계속 그의 작품을 인상적으로 보아왔었는데 (그래서 이번 작품의 악평들도 이런 순진함 때문이길 바랬었는데), '라스트 에어벤더'는 이런 순수함이 아닌 그저 순진함으로 만들어진 아쉬운 작품이었다. 순진함으로 인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거의 모두 간과하고 있으며, 캐릭터의 미스 캐스팅은 지금까지 본 영화 가운데 손꼽을 정도이며, 그렇다고 화려한 CG나 스펙터클한 장면을 만나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영화가 문제인건 이런 것들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런 요소가 모두 있는냥 자신들이 이렇다고 믿는 장면에서 나름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관객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는 언제 얻을 수 있나? 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영화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믿고 있으며, 관객은 과연 에어벤더만의 특별한 액션 시퀀스는 언제 볼 수 있을까?라고 기다리지만, 영화는 이미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순수한 영화라면 관객이 공감을 못할 지언정 이런 결과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담 이걸 유아용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 '라스트 에어벤더'는 그냥 순진하기만 한 것이다. 지금까지 M.나이트 샤말란은 순수하긴해도 순진한 감독은 아니었는데, 이 작품은 처음 연출을 맡는다고 했을 때부터 '왜?'라는 물음을 갖게 하더니, 결국 이런 의문을 더 깊게 만들만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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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캐스팅 얘기를 잠시 했는데, 정말 '황금 나침반'처럼 호화캐스팅을 바라보는 재미마저 이 영화엔 없다. 주인공을 연기한 노아 링어는 전혀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으며 (물론 이건 이 아이의 잘못만은 아니다), '카타라' 역할을 맡은 니콜라 펠츠는 너무 평범해서 길에서 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고, '소카'역을 맡은 잭슨 라스본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매력적인 캐릭터마저 잊게끔 만들 정도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을 연기했던 데브 파텔 역시 샤말란과 마찬가지로 도대체 왜 이 영화에 나왔을까 싶을 정도의 미스 캐스팅이었다.

M.나이트 샤말란은 과연 자신이 만든 '라스트 에어벤더'가 만족스러웠을까? 제발 나중에 인터뷰 등을 통해, 스튜디오의 압박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게 마지막 바램이다. 아...샤말란...이건 정말 아니다.


1. 3D로 봤는데 전혀 3D로 볼 필요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거의 3D로 밖에 상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고민없는 3D는 이처럼 아주 심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더군요.

2. 너무 자신있게 속편을 암시하고, 아니 광고하고 있는데 과연 나올 수 있을까요. 만약 나온다면 제발 샤말란은 손 때주길. 팬으로서 부탁드립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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