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이렇게 블루레이에 영화 글을 수록한 것도 이제 제법 여러 타이틀이 되는데요, 아마 그 가운데 가장 처음부터 공을 들인 타이틀이라면 단연 '늑대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인 것은 물론, 정말 운 좋게도 관련해서 여러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첫 번째는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사운드트랙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 역시도 단순히 해설지만 쓴 것이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 조금이나마 의견을 드릴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일이었어요.




'늑대아이' OST가 국내 정식 발매됩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55







'늑대아이' 블루레이는 제작 초기 부터 조금이나마 관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본 작품을 라이센스로 발매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도 옆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작권에 특히 까다로운 일본이기에 예상은 했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이드와 방식에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했어요 ㅎ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타이틀이기에 만족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타이틀인 것 같구요.






제 글은 블루레이 한정판에 함께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이 되었습니다. 이 가이드북도 본래 기획 단계에서는 더 많은 글들과 한국판 만의 메리트가 가득한 구성이었는데, 조금은 아쉽지만 일본반 블루레이와 유사한 구성으로 발매가 되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지난 3월 직접 일본에 가서 취재해 왔던 실제 장소 방문기가 최종적으로 빠지게 된 것이겠지요. 사실 이 가이드북 원고 제작만을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라 (물론 매우 중요했지만) 사비로 겸사겸사 떠났던 여행인지라 결정적으로 아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기에 이 공식적인 타이틀에 제 글이 수록된다는 것은 사운드트랙과 마찬가지로 정말 영광스럽고 뿌듯한 일이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수록이 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한 동안 좀 멍해지긴 하더라구요 ㅠ






20page 분량의 여행기는 수록되지 못했지만 영화 관련된 제 글은 그대로 수록이 되었습니다. 보통 같았으면 이 것 만으로도 엄청난 자랑거리로 생각했을텐데 아무래도 여행기의 수록이 확정이었다 보니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순 없네요 ^^; 이미 제 블로그를 통해 공유해 드린 바와 같이 이 여행기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는 제 블로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74






제 글 외에는 김세윤 방송작가의 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세계'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코 그렇게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글이었죠 ^^;


아, 그리고 미처 소개를 못했었는데 역시 최근 국내 출시된 '러브레터' 블루레이에도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따로 또 글을 쓰긴 뭐해서 여기에 같이 소개합니다~






'러브레터'는 이번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오랜 만에 다시 보았는데,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좋은 영화였어요. 그 의미에 대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기억에게 묻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이렇게 '늑대아이' 블루레이 타이틀과 '러브레터' 블루레이까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다음 제 글이 수록될 블루레이 타이틀도 2개 정도 확정이 된 상태인데, 블루레이를 구입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괜찮은 글을 써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

정말 항상 감사드립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회상


내게 있어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기억하는 것 만큼 아련한 작품은 사실 아니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사실 그다지 영화를 많이 보던 시절이 아니었던 것도 있고, 그냥 단편적인 기억에 '오갱끼데스까~ 와따시와 갱끼데스~'로만 기억되는 러브 스토리로만 기억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더불어 이와이 슌지 보다는 이누도 잇신에 감성에 더 가까운 편이었고 그의 작품들 가운데도 '러브레터' 보다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더 좋아하는 부류였다. 이렇듯 개인적으로는 너무 일반적이리만큼 유명해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러브레터'가 며칠, 아니 몇 달 전부터 몹시 아련해져오기 시작했다. 특히 너무나도 익숙한 사운드트랙인 'A Winter Story'의 피아노 선율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맴돌았고, 이런 앓이는 결국 아주 예전에 구입하였지만 거의 꺼내어 보지 않았던 DVD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보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거의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러브레터'는 확실히 달랐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너무나도 유명해서 굳이 꺼내어 듣게 되지 않는 뮤지션의 최고 히트곡이 어느 날 갑자기 너무도 와닿으면서 '그래, 역시 명곡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왜 '러브레터'인가 라는 것에 대해 새삼 아니 비로소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예전에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조금 특별한 구조로 풀어놓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게 된 '러브레터'는 그것 보다는 결국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이와이 슌지가 말하는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묘사는 너무 직접적이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인데, 예전에는 이 비유가 그냥 겉도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그 비유가 너무 직접적으로 느껴질 만큼,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극 중 후지이 이츠키는 오해로 인한 와타나베 히로코의 편지를 받고서야 자신의 시간 속에 동명이인이었던 남자아이 후지이 이츠키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그와 연관된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놓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소녀 시절의 기억들도 떠올리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또 한 명의 후지이 이츠키와 공유한 시간들을 기억해 내게 된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어린 시절 자신과도 같은 소녀들이 전해주는 도서대출카드에 숨겨진 진실은 이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영화의 메시지에 확실한 마무리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만약 이 마지막이 없었더라도 이미 후지이 이츠키가 와타나베 히로코를 통해 겪게 되는 회상의 일들은, 그것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얘기지만 예전에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는 '오갱끼데스까~ 와따시와 갱끼데쓰~'의 정서를 100%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니 못했던 것을 이번에 보고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서는 수많은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들이 모두 잊혀지고도 남을 만큼 깊은 것이었으며, '잘 지내시나요~ 나는 잘 지내요~' 라는 그 말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그 때보다는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달까. 그리고 '나는 잘 지내요'라는 말이 얼마나 하기 힘든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달까.




그렇게 몇 달 동안이나 아무 이유없이 간절했던 '러브레터'를 비로소 보고 나니, 무언가 큰 일을 치른 것만 같은 감흥마저 들었다. 10년 만에 다시 본 '러브레터'. 과연 또 한 번의 10년 뒤에 다시 보게 된 다면 또 어떨까. 그 때는 '나는 잘 지내요'라는 말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달을 지도 모르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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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A Shunji Iwai Film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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